“정원 빼 쓴다고?” 공무원 노동계, 정부 인력운영방안에 분노
“정원 빼 쓴다고?” 공무원 노동계, 정부 인력운영방안에 분노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7.13 17:25
  • 수정 2022.07.1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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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연·효율’ 위한 조직진단·부처 정원 1% ‘통합활용정원’으로 별도 관리
공무원 노동계 “증원 시급한 상황인데···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일”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27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무원보수위원회 위상 강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민호 기자 mhkim@laborplus.co.kr<br>
ⓒ 참여와혁신 DB

정부가 매년 각 정부부처 정원의 1%를 통합활용정원으로 별도 관리하고, 조직진단을 통해 비효율성을 점검한다고 하자 공무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 ‘유연·효율 정부체계’ 시동
통합활용정원제·조직진단 시행


지난 12일 행정안전부는 ‘통합활용정원제’ 도입과 범정부 조직진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 인력운영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체계 구축’을 구체화한 제도다.

통합활용정원제는 각 부처의 감축인력을 일정비율로 발굴해 정부 전체의 인력풀로 관리·활용하는 제도다. 매년 각 부처 정원의 1%(5년간 총 5%)를 범정부 차원의 ‘통합활용정원’으로 별도 관리해 주요 국정과제와 협업과제를 추진하는 업무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규제개혁과 기능쇠퇴 등으로 A부(10명), B청(15명), C위원회(5명) 등에서 정원 30명을 감축한다면, 반도체 육성(4개 부처 20명), 코로나 소상공인 지원(3개 부처 10명) 등에 정원을 새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통합활용정원제가 “현 수준에서 정부 인력 규모를 유지하며 탄력적인 인력관리를 통해 새 정부 국정운영을 위한 신규 인력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할 방법이라는 게 행정안전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경찰도 증원보다는 기존 인력의 조정·재배치를 우선 활용하고, 교원은 범정부적으로 수립한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에 따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향후 5년간 기준인력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한다. 신규 행정수요에 대해서는 인력증원이 아닌 재배치로 우선 대응해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더불어 ‘재배치 목표관리제’를 통해 자치단체별로 지방공무원 정원의 1%를 매년 재배치(5년간 총 5%), 지역발전을 위한 신규 증원 수요, 민생·안전 현장서비스 등에 배치할 예정이다. 자치단체별로 ‘민‧관합동 조직진단반’을 구성해 자체 조직진단을 실시하고, 불필요한 기능‧인력 발굴과 조직구조 개편도 추진한다.

조직진단은 중앙부처에서도 추진된다. 정부는 전 부처를 대상으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조직진단을 실시한다. 기관별 기능·기구·인력 운영실태에 대한 전면 점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처별 자체진단, 민·관합동 종합진단, 대규모 증원분야에 대한 심층진단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이에 각 부처는 먼저 8월 말까지 자체적으로 조직 진단을 진행하고, 진단결과를 행정안전부로 제출해야 한다. “부처 스스로 기능·기구·인력 운영의 비효율성에 대한 전면적 점검”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바탕으로 인력 재배치·효율화와 기구 정비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정부 인력 효율화 방안은 그간 정부인력 증가(참여정부 97.8만명 → 이명박 정부 99.0만명 → 박근혜 정부103.2만명 → 문재인 정부 116.3만명)에 따른 국가 재정부담 및 행정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그동안 증가한 정부 인력이 과연 적재적소에 배치돼 국민이 원하는 정책과 서비스를 제대로, 정확히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체계적·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행정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정부 기능과 인력 운영현황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체계적인 조직진단을 토대로 정부조직과 인력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증원 필요한 상황,
인력운영방안은 시대역행

이에 공무원노동조합들은 13일 각각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인력운영방안을 비판했다. 국정과제와 협업과제 등을 수행하려면 공무원 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부처 정원을 1%씩 줄일 게 아니라 공무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은 “정부의 인력운영방안은 매년 정원을 1%씩 감축해 재배치하고, 향후 5년간 공무원 수를 동결하고, 신규채용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국가 재정 부담과 행정 비효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현직 공무원들에게 업무 부담을 혹사시켜 더 큰 비효율을 더욱 초래하고 말 것”이라며 “국가를 힘들게 지탱하는 공무원들의 사기와 대국민 행정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공무원 인력 축소 5개년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공무원들의 절박한 현실을 감안하여 OECD 수준으로 공무원 인력 증원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최근 공직에 입문한 35세 이하 공무원 5,961명이 사표를 던졌고, 5년 이하 경력 공무원 9,968명이 공직을 떠났다”며 “인력이 빠져나간 부서의 기존 업무에 행정수요는 계속 늘어나 남은 공무원들이 도맡아 처리해야 한다. 이번 인력 축소 강행으로 공무원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불 보듯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현진)도 “정부는 매년 공무원 숫자가 늘었으며 특히 지난 정부에서 공무원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이번 인력운영방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장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실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점검과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공무원 노동자의 숫자가 늘었다고만 강변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개편을 원한다면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유사·중복기능의 부처는 없는지, 막대한 예산을 헛되이 낭비하는 조직은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와 노동강도를 면밀히 조사해 그에 따른 인력 수급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도부터 찾아야 한다”며 “매번 공무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중들의 인기나 얻자고 내놓는 인력운영방안이라면 국민들을 기만하는 책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120만 공무원 노동자를 마치 ‘잉여인력’처럼 매도하며 존엄을 무참히 짓밟은 인력운영 방안에 대해 강력히 분개하며, 즉시 공무원 노동자 앞에 사과하고 계획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노총은 “정부는 각 부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 노동자를 멋대로 감축하고, ‘내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하녀처럼 부리려 하고 있다. 업무량 조정 없는 인력 조정은 그저 ‘아랫돌 빼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며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로 주거복지 지원, 일자리 창출 지원, 국민 맞춤형 기초보장 강화, 돌봄서비스 강화, 청년 맞춤형 지원제도 구축 등을 선정했다. 어느 하나 공무원 노동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오히려 공무원 노동자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