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신년사]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2009 신년사]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12.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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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든 노동자서민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역사의 역진 속에서도 어김없이 2009년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제 아무리 태평성대일지라도 인간사 희로애락이 없을 수 없고 그런 사람들의 소망을 담아 새해 벽두의 태양은 더욱 환하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이명박 정권, 그 혹독한 1년 동안 민중의 희로애락은 더욱 각별했습니다. 분노와 슬픔이 컸기에 2009년 새해 서민들의 소망은 더욱 간절하고 절박할 것입니다.

‘우리 생애 최악의 정권’이라 불리는 이명박 정권인 만큼 가슴 가득한 분노로 새해 덕담을 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보다 나은 내일은 결코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분노하고 투쟁할 때 쟁취되기 때문입니다. 2009년의 태양은 강렬한 민중의 분노를 담아 이글거릴 것입니다.

“2008년 새해는 노동자가 내쫓기고 감옥에 갇히고 타죽는 이 끔찍한 고행들과 작별하는 한 해이길 기원합니다.” 지난해 1월 <참여와 혁신>을 통해 밝힌 저의 바람입니다. 그러나 당시의 기원은 여지없이 배반당하고 말았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법’라는 뻔뻔한 기만 속에 여전히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쫓겨야 했고 정당한 투쟁은 수배와 구속의 대상이 돼야 했습니다. 저 역시 감옥에 있습니다. 80만 조합원의 위원장으로서 보다 잘 싸우지 못한 점 죄송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독재의 창살은 80만 조합원 모두와 1500만 노동자를 결코 가둘 수 없으며 단 하나의 촛불조차 가둘 수 없습니다.

2009년 투쟁은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죽음에도 맞섰던 민주노총입니다. 민주노총의 투쟁을 영영 가둘 수 있는 감옥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감옥은 탄압의 종착점일 뿐입니다. 이제 저와 민주노총 앞에는 주저 없는 투쟁만이 남아있습니다.

작년에 촉발된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미국을 원조로 한 신자유주의는 세계를 압도하며 폭리를 가져 간 대신 빈곤과 실업,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을 우리에게 남겨 놓았습니다. 신자유주의의 폭압이 시작된 이래 노동자들은 항상 해고와 탄압 비정규직과 실업 사이의 경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때의 오만한 신자유주의도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대한 환상을 유포하던 신자유주의 주술사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도 자신들의 경제정책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급기야 미국의 신임 대통령은 노동자가 옳았다며 서민경제대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혹독한 신자유주의의 시련은 민주노총에게 수많은 과제와 역할을 요구했습니다. 더욱이 자본가 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은 그야말로 냉혈 자본주의의 결정판입니다. 세계가 신자유주의를 반성하고 있지만 오직 이명박 대통령만이 신자유주의 시장독재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2008년 민주노총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투쟁을 해왔습니다.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투쟁, 코스콤 기륭 등 비정규직투쟁, 이주노동자투쟁, 총선과 서울시교육감 선거, 알리안츠투쟁, 서서 일하는 여성을 위한 건강권 쟁취투쟁, 공교육 파괴 저지투쟁, 방송장악 음모 저지투쟁, 역사왜곡과 공안탄압 분쇄투쟁 등. 무엇보다 수백만 국민과 함께한 촛불항쟁은 시대가 이명박 정권의 일방 독재를 용납하지 않음을 선포한 위대한 역사였습니다.

촛불이 가져다준 투쟁의 확신과 열정은 2009년 새롭게 투쟁을 일구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지면을 빌려 수백만 촛불 국민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도 민주노총은 노동자 서민의 투쟁에 언제나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명박 독재정권을 위협하던 촛불은 우리 민주노조운동에도 커다란 교훈과 고민을 안겼습니다. 2009년 민주노총은 경직된 관성과 판에 박힌 투쟁을 넘어 더욱 열정적으로 투쟁할 각오를 다집니다. 더욱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고하기 위한 자기 성찰과 혁신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촛불에 압도당하지 않고 변화를 소화하여 자양분으로 삼을 때 민주노총의 발전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비정규법 및 최저임금법 개악 등 새해 벽두부터 거센 공세가 예상됩니다. 2009년 더욱 파고가 높아질 경제위기를 틈탄 자본과 정권의 책임전가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위기국면입니다.

민주노총은 어느 때보다 막중한 시대적 사명과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9년 민주노총은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시장독재와 단절하고 새로운 역사적 전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부단히 투쟁할 것입니다. 노동자가 단결하면 이루지 못할 역사는 없습니다.

2008년 촛불이 그러했듯 2009년 민주노총은 진보를 향한 노동의 열정이 풍성한 소통과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참여와혁신> 독자 모두에게 건강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