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로 부루벨코리아지부 총무부장 별세
폭우 피해로 부루벨코리아지부 총무부장 별세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08.11 15:48
  • 수정 2022.08.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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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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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아무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총무부장이 폭우 피해로 별세했다. 향년 46세.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거주하던 고인은 지난 8일 폭우로 인해 집이 침수되자 발달장애가 있는 언니, 13살 딸과 함께 탈출하지 못하고 숨진 채로 9일 발견됐다.

화장품 판매서비스노동자였던 고인은 부루벨코리아에서 18년간 일했고, 2010년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 4년 전부터는 노동조합 전임자로서 고용불안, 저임금 등에 시달리는 면세점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조 활동을 전개했다.

부루벨코리아지부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집중호우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인과 가족들의 명복을 빌며,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부루벨코리아지부는 “고인은 항상 환한 미소와 함께 밝게 생활했기 때문에 생활이 그리 어려운지 몰랐던 동료 직원들은 언론 보도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고인은 자신의 어려움보다 모두의 삶이 나아지는 데 더 마음을 썼다. 조합원들의 든든한 울타리였다”고 전했다.

부루벨코리아지부는 구조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고인이 생활했던 반지하 주택이 주거 목적에 적합하지 않았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이들에 대한 국가의 지원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반지하는 위험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노약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고령의 어머니와 발달장애인 언니, 그리고 어린 딸까지 홀로 부양해야 했던 홍 아무개 동지도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반지하에서 생활해야 했던 이유는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과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들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의무가 국가와 사회보다 개인에게 지워지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루벨코리아지부는 재난 방지 및 대응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루벨코리아지부에 따르면 고인은 8일 오후 8시경부터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119 신고를 시도했지만 당시 통화량이 많아 전화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후 고인의 지인이 112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침수 상황을 파악하고 구조에 나서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빗물이 1층 창문까지 차올라 구조 작업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루벨코리아지부는 “사고 장소는 서울 한복판이었지만 구조의 손길은 결국 제때 닿지 못했다”며 “재난을 방지하는 시스템도, 재난에 대응하는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관련 대책 마련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전했다.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은 각각 10일과 9일 부고문을 내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민주노총은 “고인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밝고 따뜻한 성품으로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가꾸고, 노동이 존중받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헌신해 온 자랑스러운 간부였다”며 “민주노총은 120만 조합원과 함께 고인의 뜨거웠던 삶과 뜻을 기리고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서비스연맹은 “고인은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던 훌륭한 활동가이자, 서비스노동자들의 소중하고 귀한 동지였다”며 “서비스연맹은 고인의 여러 모습을 모두 기억할 것이며 부루벨코리아지부 전임자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연맹은 11일 오후 7시 30분 여의도성모병원 정문 앞에서 ‘미안합니다. 당신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주거·장애·돌봄·안전을 책임지는 국가를 염원합니다.’ 추모문화제를 진행한다.

발인은 오는 12일 오전 8시, 빈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 2호실이다. 장지는 용인 평온의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