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법인 ‘공동교섭’ 거부, 가락시장 하역 대란 오나
도매법인 ‘공동교섭’ 거부, 가락시장 하역 대란 오나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08.12 21:52
  • 수정 2022.08.12 2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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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위 권고에도 공동교섭 거부한 도매시장법인들
하역비 교섭 성과 없으면 추석 시기 파업 돌입 계획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가락시장 하역노동자 생존권 사수 및 하역 물류 안정을 위한 긴급기자회견'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가락시장 하역노동자 생존권 사수 및 하역 물류 안정을 위한 긴급기자회견'

가락시장 하역노동자들이 추석 시기 총파업을 준비한다. 도매시장법인들이 지노위에서 권고한 하역비 인상 공동교섭을 거부하면서다. 가락시장 하역 노동조합은 교섭에 진척이 없을 경우 이달 내 공동으로 쟁의조정을 신청한다. 조정이 결렬되면 하역 거부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11일 국회 소통관에선 '가락시장 하역노동자 생존권 사수 및 하역 물류 안정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항운노련 서울경기항운노동조합(위원장 정해덕, 서경항운노조)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주최했다.

정해덕 서경항운노조 위원장은 “주80시간 이상 노동, 주6일 근무, 철야 노동을 밥 먹듯 하고 저임금도 겹쳐있는 가락시장 하역노동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악의 노동환경으로 현재 하역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서경항운노조는 “가락시장에서 하역 인력이 지속적으로 떠나가는 이유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유사업종보다도 비교열위에 놓인 소득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적정 규모의 하역 인력을 유지·존속시키는 것은 도매시장법인 경영의 사활과도 연계되어 있다”며 “2022년 하역 임금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도매법인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서경항운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6개월간 하역비 인상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서경항운노조는 임금 10% 인상, 일요일과 명절 근무 할증 50% 등을 요구한 상태다. 반면 도매법인은 최대 7%대의 인상률에 일요일·명절 할증은 거부하고 있다.

이수진 의원은 “가락시장 하역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노동법 사각지대에서 고생하는 현실에 기가 막혔다”며 “가락시장 하역이 멈추는 커다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성실히 교섭에 임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서경항운노조와 도매법인들 간 공동교섭을 권고한 바 있다. 7월 25일 열린 가락시장 도매법인 중 하나인 한국청과 노사 간 3차 노동쟁의 조정신청 회의에서 조정위원들은 “항운노조와 도매법인들이 공동협의를 통해 하역비 등의 인상과 관련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노사는 권고안을 받아들여 공동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노동조합과 한국청과는 이달 4일 공동교섭 자리를 마련했지만, 나머지 3개 도매법인(농협가락공판장, 중앙청과, 동화청과)은 문서로 참여 불가 의사를 밝혔다. 이들 도매법인은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 저촉 가능성’ 등을 내세워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위탁수수료 담합’을 벌인 가락시장 4개 도매법인에 시정명령과 11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도매법인들은 이를 근거로 하역비를 동일하게 인상하는 공동교섭이 담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조법에 근거한 교섭을 담합으로 주장하는 것은 공동교섭을 피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서경항운노조는 지적했다. 서경항운노조 관계자는 “유사 법인이 다수인 가락시장에서 하나의 도매법인이 하역비 인상을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조정위원들이 공동교섭을 권고한 것인데 담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성 불인정’도 도매법인들이 공동교섭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역노동자는 근로자공급사업을 하는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등록해야 하역 일을 할 수 있다. 회사와 별도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다. 이를 이유로 도매법인은 자신들을 하역노동자의 사용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매법인의 주장에 정해덕 위원장은 ‘하역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시·감독하는 도매법인은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정해덕 위원장은 “노조법상 실질적인 노무 제공 내용과 장소, 대가 등에 따라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가 정해진다”며 “최적의 경매를 위해 도매법인이 지시하는 장소에 품목별·화주별로 하역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 마음대로 하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경항운노조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여부나 노사 당사자성을 따지며 협상을 지연시키거나 기피할 때가 아니다”라며 “가락시장 물류 유통 정상화를 위해 도매시장법인이 적극 나서야 할 중대한 시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