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고공농성...“도저히 살 수 없어”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고공농성...“도저히 살 수 없어”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08.16 22:07
  • 수정 2022.08.16 2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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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손배 소송 취하와 계약해지 철회 등 요구
“하이트진로 교섭 나서라” vs. “무단 점거 전혀 도움 안 돼”
하이트진로 화물연대본부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인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 ⓒ 화물연대본부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에 ▲파업 참여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 및 계약해지 철회 ▲물가인상 수준 반영한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 중이다.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로, 16일 새벽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에 진입해 건물 옥상으로 올랐다. 본사를 점거한 다른 조합원 100명가량(노조 추산)은 1층 로비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화물연대본부 등은 오후 2시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가는 매년 오르고 소주 값도 오르는데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의 운임은 15년째 제자리”라며 “하이트진로가 책임지고 이번 파업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은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와 계약을 맺지만,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 중이다. 하이트진로가 수양물류의 실질적 결정 권한을 가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이트진로는 수양물류의 지분을 100% 소유했으며, 하이트진로의 상무는 수양물류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아울러 지부에 따르면, 교섭 자리에서 수양물류 측은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해 ‘하이트진로와 협의해보겠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지부는 “하이트진로의 경영 상황이나 지불능력 면에서 화물노동자와 운송료 협의가 장기화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부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2021년 매출은 2조 2,029억 원, 영업이익은 1,741억 원이다. 2020년은 2조 2,560억 매출에 1,980억 원의 영업이익이다. 매년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하이트진로지부는 “이처럼 막대한 영업이익 이면에는 15년간 밑바닥 운임으로 신음하던 화물노동자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운송료 교섭에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나설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조합원에 대한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 계약해지 철회 등을 요구했다. 김경선 대전지역본부 본부장은 “회사의 힘들다는 말에 십 수 년간 양보를 이어왔지만, 도저히 살 수 없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투쟁에 나섰다. 하이트진로가 교섭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길 원한다.”
 

하이트진로 본사 1층 로비 점거농성 중인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들 ⓒ 화물연대본부

앞서 하이트진로지부는 운송료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공회전 비용 지급 등을 요구하며 지난 2월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6월부터 총파업 중이다. 이천·청주·홍천 등 3곳의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집회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양물류는 노동조합 간부 10여 명과 계약을 해지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현재 일자리를 잃은 상태이며, 계약해지를 당한 하부운송업체(명미인터내셔널)의 화물연대 조합원 30명도 마찬가지다. 노조 와해 시도 의혹도 제기된다. 수양물류는 교섭과 별개로 조합원 개개인에게 문자로 운송료 인상 가능 액수를 제시하며 파업 중단과 업무 복귀를 당부하는 문자를 발송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업무방해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원 11명에게 총 27억 7,600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해당 조합원들은 부동산·자동차 가압류에 걸린 상태다. 자택에 1억 원가량의 가압류가 걸린 박수동 하이트진로지부 2지회장은 “평생 일해도 수 억 원을 만지기도 힘든데, 경매로 집이 넘어가면 가족들도 길바닥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 운송료를 아무리 올린다 해도 손배 소송이 해결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봉주 화물연대 본부장은 “화물연대 산하 16개 지역본부가 하이트진로 관련 5개 공장에서 불시 집회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봉주 본부장은 “교섭을 위해 파업에 내몰렸고, 파업 돌입하자 손배소송과 집단해고를 당했다”며 “조합원의 목숨 살리기 위해서라도 하이트진로가 교섭에 나오도록 투쟁을 확산시키고 수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본사 점거 농성을 두고 “회물연대의 각 공장에서의 불법 시위에 이어 이런 본사 무단 점거 같은 불법 행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수양물류 쪽에서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