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위드코로나·MZ’, 세 축이 직조하는 일의 세계
‘디지털전환·위드코로나·MZ’, 세 축이 직조하는 일의 세계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09.06 15:11
  • 수정 2022.09.07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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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일’의 변화를 얼마큼 정교하게 예측하냐가 관건
직무의 명확화와 직무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기

[리포트_변화하는 ‘사람과 일’의 세계] 

이미지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8월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CHO) 간담회’를 열었다. 고용노동부가 주요 기업의 인사·노무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새 정부 노동개혁 및 고용노동정책의 방향을 소개하고 현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에 우선적으로 힘을 쏟겠다”고 이야기했다. “실근로시간을 줄이며 노동시간 운용에는 노사 자율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고민”하고 “고령자 고용안정과 MZ세대의 공정한 보상 요구에 따라 기업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세대상생형 임금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어떠한 맥락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살펴보고 무엇을 좀 더 준비해야 할지 알아봤다.
* 이현석 BlueLogo 대표의 자문을 받았다. 블루로고(BlueLogo)는 대기업 인사 담당으로 일했던 이현석 대표의 30여 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사 컨설팅 및 기업 교육 사업을 시작해 IT 시스템 부문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SI(System Integrateor, 정보시스템통합)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

‘사람과 일’의 세계가 변한다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CHO) 간담회’에서 이야기된 내용은 ‘노동시간’과 ‘임금’과 관련된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새 정부가 우선 추진할 노동시장 개혁 과제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는 고정적 방식에 유연성을 더하면서, 유연성 확보가 과로로 이어지지 않도록 실노동시간은 단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한다는 방향이다.

이런 제도 개편을 추구하는 맥락에는 ‘사람과 일’의 변화가 깔려 있다. 지난 6월 새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과제 발표에도 이러한 배경이 나와 있다.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이 한국 사회 노동시장에 구조적 문제로 자리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저출생·고령화 등의 거대한 변화에 한국 사회 노동시장이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정부는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고용형태가 확산되고 재택·원격 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노동시장의 인력 중심축이 많이들 이야기하는 MZ세대, 2030 청년층으로 이동하며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일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자리하고 있다고도 내다봤다. 디지털 전환, 위드 코로나 시대의 도래, MZ세대의 출현으로 ‘사람과 일’의 세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위드코로나·MZ’라는 XYZ 축

좀 더 살펴보자면 디지털 전환, 위드 코로나 시대의 도래, MZ세대의 출현은 ‘사람과 일’의 세계를 다음과 같이 변화시키고 있다.

① 디지털 전환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전면적으로 등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얼마나 혁명적일지에 대한 회의와 반론이 오고 갔다. 그러나 이제는 의문보다는 기술이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놀라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초연결을 통해 디지털 기술의 확장성이 더욱 넓어졌다. 이로 인해 경제와 산업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영향을 줄 것으로 많은 이들이 관측하고 있다.

특히 기계 스스로의 학습은 급격한 자동화를 가져와 노동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되는 지점은 양적 변화이다. OECD가 2019년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일자리의 14%는 완전히 대체되고, 32%의 일자리는 직무수행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전망했는데, 전체 노동자 중 43%가 새로운 기술로 인해 자신의 일자리가 완전 자동화될 고위험 및 큰 변화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2018년 OECD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노동시장 내 존재하는 직업을 분석했을 때 직무 자동화 정도는 OECD 평균을 하회하나,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 비중은 OECD 평균을 상회했다. 물론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 생길 일자리도 있다. 디지털 전환의 주요 기술 관련 분야의 직종에서 말이다.

일의 성격 변화, 즉 질적 변화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플랫폼 서비스 모델이 확산되면서 일을 하는 사람보다는 특정한 업무만이 필요한 시대로 변하고 있다. Job(일, 직업)에서 Work(업무, 일감)로 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감 거래 플랫폼 크몽은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해 2019년 10월 기준 누적 거래액이 1,000억 원을 넘었고, 매출액은 매년 2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경제, 긱 경제(Gig economy·단기계약경제)로의 전환이다.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긱 경제 시장 규모가 2018년 2,040억 달러(한화 약 264조 원)에서 2023년 4,550억 달러(한화 약 610조 원)로 급증할 것이라 내다봤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프리랜서 최대 규모를 4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② 위드 코로나 시대의 도래
코로나19가 인류 역사에 나타난 지 2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일상과 평소 당연시 여기던 것들의 중요함과 사회 인프라의 절실함이 드러났다. 한편으론 당연시 여기던 것에 균열을 내기도 했다. 가장 큰 균열은 직장에 왜 나가야 하지이다. 이것은 몇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모든 직업이 반드시 사무실에서 일해야 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가족과 나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안전에 대한 욕구와 맞닿아 있다. 왜 몸과 마음이 아픈데 죽어라 일해야지라는 반문이다. 물론 사회안전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전제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에 대한 기존 관점을 바꿨다. 재택과 원격 근무의 가능성을 검토했고, 대면이 아닌 비대면 방식의 노동도 생산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는 걸 고민하게 했다. 신체적, 정신적 안전에 대한 욕구로 자기가 하고 싶을 때 일하고 싶은 욕망을 채울 일들을 바라게 했다. 한편으론 일하는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보살핌을 지원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될 필요성도 제기가 됐고 사회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게 대두됐다. 그래서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쉽게 실험해볼 계기가 됐고, 기업들은 인재를 잡기 위해서 웰빙에 주목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비대면 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서비스가 팽창했고, 위에서 말한 크몽 같은 일감 단위 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됐다. 여기에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안전을 위해 일하고 싶을 때 일한다는 개인의 욕망이 결합하면서 긱 경제, 긱 노동시장이 커져갈 싹을 만들었다.

③ MZ세대의 출현
세대론에 대한 여러 의견이 각축을 벌이지만, 특정 세대를 상징하는 문화나 가치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MZ를 표현하는 보통의 키워드는 공정과 상식이다. 일에서는 일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길 원한다. 또 이직을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성장으로 바라본다. 자신의 성장을 중요한 가치로 삼기도 한다. 실험적이거나 도전적인 일에 몰두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MZ세대들을 대변하는 말들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노동시장의 주축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비부머들이 대규모로 노동시장을 떠나고 경제 성장을 도맡아 이끌 세력이 됐다는 것이다. 이들의 문화와 가치를 반영하는 일하는 방식과 규범이 구축될 것이고, 이들의 문화와 가치를 서사로 한 서비스와 상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산업과 경제가 이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세대이고, MZ세대보다 더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세대들이 나오면서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람과 일’의 세계의 변화
정교하게 예측해야

앞으로 ‘사람과 일’의 세계는 디지털 전환, 위드 코로나, MZ세대라는 XYZ축 위에 점을 찍으며 새로운 공간을 창출할 것이다. 세 가지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섞여 ‘사람과 일’의 세계를 새롭게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동시장이 Job 중심의 기존 노동시장에서 Work 중심의 노동시장으로 재편될 확률이 높다.

이런 흐름은 불가역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기술 발달이 특이점을 향해 달려가 그 지점을 넘는 순간 시대적 결절점이 생긴다. 그리고 코로나 이전의 시기로 돌아갈 순 없고, MZ세대가 다시 태어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새롭게 재구성될 ‘사람과 일’의 세계에 대한 예측이 중요한 시기이다. 개선될 임금과 노동시간 제도는 ‘사람과 일’의 세계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짜여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일’의 세계 변화 흐름을 정교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임금과 노동시간 제도의 변화도 정교할 순 없다. 정교하지 못하다는 것은 고쳐야 할 주기가 빨리 찾아온다는 뜻이기도 한데, 임금과 노동시간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새로운 ‘사람과 일’의 세계를 위해
직무를 제대로 고민해보자

더 고민해야 할 지점도 있다. 직무 내용을 명확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보통 한 직업은 12~15개의 직무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기자’라는 직업은 ‘기획’, ‘취재’, ‘자료 정리’, ‘취재원 만남’, ‘기사 쓰기’ 등 12~15개의 직무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직무 내용 명확화는 ‘사람과 일’의 세계가 변화하는 것을 담기 위해서이다. 디지털 전환은 직업을 없애기도 새로운 직업을 만들기도 하지만, 직무를 없애거나 새로운 직무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자’라는 직업을 구성하는 직무 중 ‘자료 정리’는 AI가 대체할 수도 있다. 단순 반복적이고 패턴이 있는 직무일수록 대체 대상이다. 대체되는 직무 자리에는 새로운 직무가 채워져 새로운 직업상이 되거나, 대체되는 직무가 많은 경우 사라지는 직업이 되고 해당 직업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찾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방향이 나온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로 오랜 기간 일한 이현석 BlueLogo 대표는 “해당 직업의 직무를 정확히 나누고 직무들이 디지털 기술로 대체 될 직무인지, 아닌 직무인지 혹은 디지털을 활용해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직무인지 살펴야 한다”며 “이에 따라 교육훈련도 새롭게 설계돼야 하고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층, 노동시장에 진입해 있는 층, 퇴직한 층 각각에 맞는 세부적인 직무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NCS라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이 있지만 공공기관 채용에 활용할 뿐 민간 시장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직무 기술이 민간 시장에서 활용하기에 구체성이 떨어지고 산업의 변화상을 담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사람과 일’의 세계가 변한다. 한자어로 하면 ‘인사’가 변한다. 기업에게는 변화에서 오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데, 인사(HR)가 기업에게 중요 리스크 관리 과제로 부상하는 것이다. 정부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과 일’의 세계에 대한 전망과 예측을 정교하게 할 역할이 부여된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과 일’의 세계에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사람과 일’의 세계가 변화하는 과정이 인간적일 수 있도록 변화에 개입을 해야 한다. 오히려 미시적인 접근도 고민해볼 법하다. 직무가 재정의 되고 직무들이 새로 직조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자율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직무 재정의로 성과보상체계가 달라질 때 노동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노동조합도 HR까지 섭렵하며 저변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