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지역을 위해 뛰는 그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지역을 위해 뛰는 그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9.01.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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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산업기반으로 지역 활동 쉽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지역 운동
[여기는 지금] 강원도

과거 석탄산업과 시멘트 산업으로 한국경제의 중추를 담당했던 강원도 지역은 한때 석탄공사의 직원이 5만 명이 넘었던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석탄산업의 몰락과 중국에서 수입되는 대량의 시멘트로 인해 낙후된 산업지역으로 변했다.

높은 산과 적은 수량으로 공장입지에는 열악한 조건인 강원도는 현재 원주시의 의료기기산업단지, 문막공단, 동해시의 북평산업단지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농업, 관광과 레저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관광과 레저산업은 청정 강원도의 산업 아이템으로 훌륭한 조건을 갖고 있으나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석탄, 시멘트 산업 쇠퇴로 산업구조 취약

강원도는 동서의 길이가 약 150㎞, 남북은 약 243㎞에 달하며, 서쪽은 황해도 신계·김천군, 경기도 연천·포천·가평·양평·여주 등 여러 군과 경계를 이루고 남쪽은 충청북도 충주·제천시, 단양군 및 경상북도의 영주시, 봉화·울진군과 북쪽은 함경남도 안변군·문천군 및 황해도의 곡산군과 접하여 5도 3시 13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강원도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있지만 대부분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어 인구구성이나 산업구조에서 열악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강원본부 조한경 사무처장은 “강원도에는 특화된 산업이 없다”며 “강원도 소재 기업은 대부분 100인 이하 사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적 특색을 살릴 수 있다는 관광산업이란 것도 정선의 강원랜드를 제외하고는 영세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 조운재 사무처장도 “강원지역은 탄광산업으로 발전한 곳이지만 이제는 최고 낙후된 지역이 아닐까 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강원지역 산업 분포를 보면 제조업, 농업, 광업 순으로 기업체 분포가 상위를 점하고 있으나 대부분 1~10인 규모의 사업장을 구성하고 있고 1000인 이상 사업장이 광업에서 2곳, 제조업에서 1곳 뿐이다. 그만큼 규모가 큰 공장보다 영세 상공업이 많다는 뜻이다. 영세 사업장이 많다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원지역 노동운동의 현재

▲ 강원도 노사정 한마음 체육대회 ⓒ 한국노총 강원도본부 제공
한국노동운동사에 있어 일명 ‘사북사태’로 불리는 80년 4월 강원도 사북탄광 노동자들의 대규모 노동쟁의 투쟁은 전두환 신군부와 그에 결탁한 자본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이자 80년 광주민중항쟁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고리를 형성했었다.

이후 태백, 정선 지역의 탄광, 시멘트 공장을 중심으로 강원지역 노동운동은 성장했으나 산업의 쇠퇴는 노동운동의 쇠퇴도 동반했다. 이는 양대 노총 강원지역본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 조운재 사무처장은 “강원도지역본부는 190여개의 사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 작은 사업장”이라며 “땅은 넓고, 사업장은 떨어져 있고, 대부분 중소 사업장이라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에서 한국노총 강원지역본부가 위치한 춘천까지 차량으로 2시간이 걸리는데 춘천에서 태백, 정선까지는 2시간30분이 소요될 정도로 지역이 넓은 점은 약점으로 작용하도 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조한경 사무처장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노조 조직률이 10%에 머물고 있고, 지역은 넓게 분포되어 있는데 상근 활동가가 적은 상황이라 조직화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가 함께 성장하는 모델 추구

▲ 춘천지역 제1기 노사대학 고위지도자 과정 ⓒ 강원 경총 제공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는 지난해 6월 새롭게 김규태 의장 체제를 구축했다.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 채광업체인 쌍용자원개발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으로 화학노련 강원본부장을 역임한 김규태 의장은 ‘희망심기’란 단어를 강조했다. 취임 이후 김규태 의장은 회원조합의 조합원수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의무금 납부현황도 파악할 수 없는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 상황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춘천·원주·속초·태백·영평정(영월, 평창, 정선)·강릉·동해·삼척 등 8개 지부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었고 그야말로 협의체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과거 집행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조직의 현황파악부터 정확하게,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파악해 ‘희망’을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는 현실을 냉철하게 인정하고 지역에서 여러 단체가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틀을 만들기 위해 6개월 동안 노력했다. 새로운 지역 파트너를 형성하고 그들과 함께 사업을 해나가야 지역 경제의 활성화가 가능하고 노동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한국노총 강원본부가 가장 먼저 심혈을 기울인 것이 강원 경총의 활성화였다. 강원 경총은 지역적 한계와 영세 사업주들의 무관심으로 이름뿐인 조직으로 남아있었다. 김규태 의장은 지자체를 돌아다니며 강원 경총 활성화를 지원했으며, 이에 대한 성과가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1기 노사대학 고위지도자 과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강원 경총과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가 주최한 노사대학 고위지도자 과정에서 사업주 33명과 노조간부 17명은 함께 노사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하기로 약속했다.

한국노총 강원본부 조운재 사무처장은 “강원지역에는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기업이 많아 사업주들이 노동법 등 노사관계를 전혀 몰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여지가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한 해에 2기씩 강원도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주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원 경총 윤영철 상임부회장은 “김규태 의장이 당선되고 나서 우리한테 도움 받을 것도 없는데 먼저 와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같이 하자고 말해 처음에는 의외였다”며 “노동조합이 사업주 단체와 같이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협력하자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강원도지역본부는 지역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작년에 강원도청과 강원 경총, 한국노총 강원본부가 함께 한 ‘노사정 한마음 체육대회’를 최초로 개최했다. 이를 통해 지역이 성장하는 것은 어느 일방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주체의 문제란 의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 도루코 문막공장 항의 집회 ⓒ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제공

중앙 중심, 산별 중심이 지역 운동 약화시켜

이번 취재과정에서 양 노총 공히 지역 운동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며 중앙 중심, 산별체제 중심의 노동운동이 지역 운동과 연대의식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산별체제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연대해야 할 지역운동의 왜소화는 자칫 중앙과 산별마저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한국노총 강원본부 조운재 사무처장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지난 11월 29일 노동자대회 때 산별 중심으로 자리 구성 등 행사를 형성하다보니까 도본부의 깃발조차 설 자리가 없었다”며 “분명 산별 중심으로 행사를 치르면 인원동원은 더 되겠지만 소외되는 조직이 있으면 그 조직 자체 내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생각은 왜 안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노총이 지역 파트너십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산별 중심으로만 사업을 배치하니까 실제 지역 파트너십의 한 축인 지역본부가 다른 파트너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여기에 지역 소속 조합들도 산별 중심으로 뭉치게 되어 지역 운동을 더욱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쏟아졌다.

민주노총 강원본부 조한경 사무처장도 “산별이 중앙의 방침에 따라서 운영되는 것에 있어서는 일사분란한 면은 있지만 지역적 차원에서는 지역의 역할은 상당히 축소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고민 있다”며 “투쟁하고 조직하고 더 확장해서 정치의 영역, 투쟁의 영역, 연대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것은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별 지침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 지침과 공문에 따라서만 움직인다”며 “산별노조가 놓치고 있는 사업장, 특히 영세, 비정규직 사업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도 지역 활동의 중요성은 또 다시 강조된다”고 밝혔다.

산별강화의 이면에 지역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은 계속되어 왔었다. 그러나 실제 지역 노동운동에 대한 취재가 거듭될수록 현장 투쟁, 지역 노사관계 정립에 앞장서야 할 지역지부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점점 잃어가고 중앙의 지침에만 매몰되는 현상은 속속 발견된다.

이런 와중에서도 강원지역의 양대 노총 일꾼들은 지역 운동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기초부터, 처음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강원본부 김종수 본부장의 말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영세, 비정규, 미조직 사업장 논동자들을 보호하고 지역 산업 활성화의 중요한 단초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양 노총의 지향지점은 다르지만 지역에서부터, 현장에서부터 출발하려는 자세는 언젠가 큰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 

▲ 강원 경총 윤영철 부회장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 김규태 의장님은 지역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분이다. 처음에는 우리한테서 도움 받을 것도 없는데 먼저 와서 경총과 같이 가야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해 놀랐다. 노사대학을 진행하면서도 우리가 분명히 교육비를 안 받겠다고 했는데 의장님을 비롯해 몇몇 분이 솔선수범해서 지원금을 보내주시고, 노사발전재단이나 도청에 지원금을 요청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주셨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같이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는 선뜻 함께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주었다. 이제는 경총이 성장해서 노총의 노력에 화답할 때다. 강원 경총이 전국 경총 중에서 꼴찌다. 2009년에는 자립할 수 있는 시점으로 잡고 회원사들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통해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새로운 노사관계를 개척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나가야 한다. 또한 강원도와 한국노총 강원도지역본부, 강원 경총이 함께하는 노사정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39년생/61년 노동부 입부/64년 개인사업/87년 강원 경총 설립

▲ 중부일반노조 이선인 위원장
“현재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 중 원주시 청소용역업체인 우리환경은 IMF 이후 기능직 공무원을 민간위탁으로 돌린 사례다. 당시 원주시장이 임금과 근로조건의 변화가 없다는 확인서에 직인까지 찍었지만 2003년 1월부로 강제적인 임금삭감이 있었고 정년보장도 없었다. 또한 용역업체 사장은 강제사역까지 시켜 원주시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하기까지 했지만 현 원주시장과 친하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사업을 따내고 있다. 현재 우리환경 노조에서는 체불임금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비정규직위원장인 내 입장에서는 지역 연대투쟁이 안 되고 있는 문제는 정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신으로 어떻게 돌파할까라는 것에 대한 토론 문화 자체가 민주노조 운동 내에서 사라지고 있다. 토론문화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지역연대 틀거리 확보와 함께 장투 사업장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64년 강화 출생/84년 김포 이주산업 노조 설립/92년 삼익악기 입사/96년 삼익악기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활동으로 해고/2004년 중부일반노조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