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 만병통치약 아니다
태반, 만병통치약 아니다
  • 서영민 한의학 박사
  • 승인 2009.01.02 17:1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의원·피부과·내과·산부인과 등서 사용
여러 질환에 효과 있지만 맹신은 금물

서영민 한의학 박사
기린한방병원 진료부장
요즘 태반요법이 꽤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의원이나 피부과뿐만 아니라 내과, 산부인과 등에서 주로 태반요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의약품 도매상 등을 통해 유통되는 태반추출물이 미용실이나 피부 관리실, 혹은 일반 가정집에서 불법적으로 시술되기도 합니다.

기원전 400년 전부터 사용

태반은 모체의 혈액에서 산소를 공급받아 혈액을 통해 확산시키고, 태아의 혈액에 생긴 탄산가스를 모체의 혈액으로 보내주는 등 모체와 태아와의 다리 역할을 하는 장기로 아미노산, 핵산, 비타민 B군 등의 비타민류, 무기질, 단백질, 여성호르몬, 난포자극호르몬, 테스토스테론, DHEA 등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태반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원전 400년경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태반을 약으로 처음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기원전 200년경에는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태반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당나라 시대의 <본초습유>란 고전문헌에 ‘포의’, ‘인포’라는 이름으로 언급되어 있으며, 명나라 시대 본초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본초강목>에서 ‘자하거’란 이름으로 태반의 효능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근 1930년대 러시아 필라토프 박사의 태반을 이용한 조직치유요법이 1950년대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여러 형태의 태반주사액이 개발되고 이를 계기로 오늘 날 태반요법은 점차 다양한 질환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피부 주름 및 탄력 개선에 효과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자하거’는 허약체질개선, 자양강장, 정신안정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임상적으로 기혈이 부족하여 점차 몸이 마르는 증상, 안색이 검게 변하거나 기미가 돋는 증상에 사용할 수 있고, 건망증이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정신이 없으면서 심적으로 불안할 때, 이 외에도 몸이 허약하면서 기침을 많이 하고, 살이 빠지면서 얼굴에 식은땀과 함께 미열이 계속되는 증상에도 매우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고문헌에 기록된 효능 이외에도 최근에는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서 갱년기 증상의 개선, 피부 미백 및 피부탄력 개선, 간 기능 개선 작용 등이 입증되었는데, 태반액을 1개월간 투약한 환자의 94%가 전신권태감, 안면홍조, 불면증, 어깨 결림 등의 갱년기장애 증상이 개선됨을 보였고, 1~4개월 간 투약한 결과 대부분의 환자들에게서 호르몬 균형이 회복됨을 보였습니다.

피부 재생 작용에 대한 실험에서는 기미, 주근깨의 원인이 되는 멜라닌의 생성과정을 단계별로 60% 이상 억제하여 잡티의 생성을 차단하고, 태반의 다양한 항산화 물질이 이미 생성된 멜라닌을 백색 멜라닌으로 환원시켜 기미, 주근깨를 치료하며, 태반의 천연 보습 인자 및 다양한 콜라겐 펩타이드들이 피부의 주름과 탄력을 개선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태반의 주요성분 중 하나인 간세포 성장인자가 손상된 간세포를 재생시켜 간 기능 회복을 촉진할 뿐 아니라 만성 간 기능 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GOT, GPT, ALT 등의 수치에 있어 유효율 76% 정도의 향상을 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불임, 성기능저하, 모유부족, 궤양, 천식, 기관지염, 아토피, 만성피로, 생리불순, 만성 소모성질환, 알레르기 등 다양한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병통치약은 아냐

하지만 ‘자하거’는 태반의 안전성 및 유효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현재는 냉동 고압증기멸균으로 가공한 액상제품만이 의약품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예전에 사용되는 건조형태의 태반은 사용할 수 없으며, 중국여행 중에 태반제품을 구입할 때는 특히 주의를 해야 합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워낙 다양한 태반의 효과로 태반이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일부 부유층의 경우 1주일에 두 번씩 한 번에 10~2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태반주사를 맞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국산제품이 많이 생산되면서 그 비용이 1/3 정도로 감소해 꼭 부유층이 아니더라도 피부나 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약들이 그렇듯 여러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태반요법이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질환에 효과가 있을 수는 없으며, 특히 너무 큰 기대를 가지는 것은 금물입니다. 항상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문가와 상의하여 본인에게 꼭 필요할 때만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