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세이도지부장, 단식 5일째... “평가등급제 완화 방안 수용하라”
한국시세이도지부장, 단식 5일째... “평가등급제 완화 방안 수용하라”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10.17 21:30
  • 수정 2022.10.17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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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시세이도지부 2022년 교섭 승리 결의대회
상대평가 따라 할당되는 평가등급... 임금 차별 야기해
서비스연맹은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시세이도 본사 앞에서 ‘기본급 지키기 위해 노동자는 목숨 걸었다! 평가등급제 폐지하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한국시세이도지부 2022년 교섭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서비스연맹은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시세이도 본사 앞에서 ‘기본급 지키기 위해 노동자는 목숨 걸었다! 평가등급제 폐지하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한국시세이도지부 2022년 교섭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평가등급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을 달리 적용하는 평가등급제는 언젠가 반드시 폐지돼야 합니다. 올해는 그 첫발을 내딛는 해로 우리는 평가등급제 완화 방안을 요구했습니다. 이 요구안을 쟁취할 때까지 저는 단식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김연우 한국시세이도지부 지부장)

서비스연맹은 17일 서울 강남구 한국시세이도 본사 앞에서 ‘기본급 지키기 위해 노동자는 목숨 걸었다! 평가등급제 폐지하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한국시세이도지부 2022년 교섭승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은 김연우 지부장이 지난 13일 “교섭 승리까지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고 단식에 돌입한 지 5일째 되는 날이다.

평가등급제는 교육·실적 등 평가에 따라 노동자들을 S·A·B·C·D 등 5개 등급으로 나누고, 그 등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S등급은 노사가 합의한 기본급 임금인상률보다 150%를 지급받는 반면, D등급은 0%가 적용돼 임금 인상이 아닌 임금동결이 된다. 전체 노동자의 5%·10%·70%·10%·5%는 상대평가에 따라 각 등급에 할당돼 임금을 차등 지급받는다.

서비스연맹은 이 같은 평가등급제가 ‘임금 차별’을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아무리 실적 등이 객관적으로 좋아도 낮은 등급에 할당된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인상률을 적용받거나 임금동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정해준 매장에서 근무하는데, 매장 주변 환경이나 유동인구 등이 제각각이라 실적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서비스연맹은 설명했다.

한국시세이도지부는 지난 3월 단체교섭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평가등급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회사는 폐지 여부가 경영권에 해당해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시세이도지부는 “등급 구간별 인상률 격차 완화” 등 타협안을 제시했고 회사가 이도 거부하자, 김연우 지부장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연우 한국시세이도 지부장이 서울 강남구 한국시세이도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김연우 한국시세이도 지부장이 서울 강남구 한국시세이도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한국시세이도지부가 제시한 타협안은 S등급 120%, D등급 80%로 등급 간 차이를 10%p로 두는 방안이다. 그러나 회사는 S등급 140%, D등급 60%를 제시했다. “회사가 제시한 안의 등급 간 차이가 여전히 크다”며 “지부와 회사의 제시안 사이 중간 지점이 나오면 타결할 생각이 있다”고 김연우 지부장은 밝혔다.

또한 김연우 지부장은 평가에는 ‘역량’ 평가와 ‘업적’ 평가가 있는데, 업적 평가의 경우 관리자의 주관적인 생각 등이 평가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평가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연우 지부장은 “역량 평가는 노동자들이 제품 교육을 받고 공부하면 어느 정도 점수를 받는 게 있다. 하지만 업적은 영업 담당 관리자가 평가를 하는데 특정 매장 매출이 좋아도 해당 매장 팀원들이 모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각각 다른 등급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S등급이 200%가 아니라 150%인 것도 최근 교섭을 통해 알게 됐다”며 “회사는 평가등급제 관련 결정이 본인들의 경영권이라고 하면서 노동자들의 동기부여 등을 위해 이 제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평가등급제로 인한 사기 진작 효과는 없다고 말한다. 그런 상황에서 평가등급제를 유지한다는 회사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인주 백화점면세점노조 로레알코리아지부 지부장(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김연우 지부장은 삭발하고 단식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걸 걸고 투쟁하고 있다”며 “김연우 지부장을 중심으로 모두 함께 투쟁하자”고 발언했다.

결의대회가 끝나고 서비스연맹은 ‘임금인상’, ‘평가등급제 폐지’ 등이 쓰인 막대풍선을 밟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국시세이도지부는 7개월간 20차례 교섭을 진행했고, 오는 20일 다음 교섭을 앞두고 있다. 19일에는 한국시세이도지부 단식농성 지지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달 23일에는 전 조합원 전면 파업에 나섰고, 이번달 7·8·9일에는 오후 6시 조기 퇴근 방식의 부분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