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정부 책임 쏙 빠진 손배 실태조사···“국감서 바로잡아야”
사용자·정부 책임 쏙 빠진 손배 실태조사···“국감서 바로잡아야”
  • 천재율 기자
  • 승인 2022.10.24 17:50
  • 수정 2022.10.24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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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손배실태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노동현장 손배사업장 대응모임' 회원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손배실태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노동현장 손배사업장 대응모임' 회원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손배·가압류 실태조사 결과를 두고 “사용자단체의 주장을 답습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21일 노동부는 200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을 분석한 결과 73%가 ‘불법’으로 인정됐다며, 그 원인을 노동자의 “불법 쟁의행위”나 “불법행위(업무방해·명예훼손·상해·손괴 등)”로 밝혔다. 이는 총 151개 손해배상 소송 사건 중 판결이 선고된 73건 중에서 판결 내용이 없거나 국가·제3자가 제기한 사건을 제외(10건)한 뒤 남은 63건을 살핀 결과로, 46건이 ‘불법’으로 판결났다는 분석이다.

이에 ‘노동현장 손배사업장 대응모임(이하 손배대응모임)’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의 행위에 대해서만 기술하고 있을 뿐, 행위의 배경이 됐던 기업의 불법과 이를 눈감아 쟁의행위를 극단으로 내몬 노동부의 책임은 외면한 실태 조사”라며 “손배·가압류로 노동권을 제약당하고, 일상을 저당 잡힌 노동현장 사례 역시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손배대응모임은 “(갑을오토텍, 유성기업, 한국철도공사 등의) 불법파견, 노조무력화시도, 부당노동행위, 중대재해 등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동부는 제대로 조사도 처벌도 하지 않았다”며 “제동장치를 잃은 사용자들은 일터에서 노동자들을 탄압했고, 이 과정에서 손배·가압류 제도가 탄압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소취하·조정·화해 등으로 손배 소송이 종결된 것을 ‘노사 간 해결’이라고 언급한 노동부의 해석은 “부실조사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손배대응모임은 “소취하 등이 이뤄지는 대부분은 교섭력이 부족한 하청노동자나 노조파괴 사업장에서 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포기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노동부가 소취하에 이르는 배경을 조사했다면 나올 수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해당 자료에서 노동부는 “손배소송 중 52%가 소취하 등으로 종결되어 노사 간 해결”이라고 명시했다.

또 노동부가 ‘해외에는 불법파업에 대한 면책조항이 없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 손배대응모임은 “해외에 면책조항이 없는 이유는 손배·가압류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노동자가 단 한 번의 저항으로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릴 돈 폭탄에 짓눌리는 경우와 관련해 노동부는 대한민국의 면책조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한 점 부끄럼 없이 자신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손배대응모임은 “국회는 노동부의 (손배실태조사) 부실조사에 대해 이정식 노동부 장관을 엄중히 문책하길 바란다”면서 “노사관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묻는 노동부의 시각이 왜곡되지 않도록 국정감사를 통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손배실태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노동현장 손배사업장 대응모임' 회원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면책조항'이 있어도 면책되지 않는 노동자 저항!"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손배실태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노동현장 손배사업장 대응모임' 회원들과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면책조항'이 있어도 면책되지 않는 노동자 저항!"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손배실태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손배실태조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