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發 ‘돈맥경화’... “금융 노사정 머리 맞대야”
레고랜드發 ‘돈맥경화’... “금융 노사정 머리 맞대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10.25 17:38
  • 수정 2022.10.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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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 금융위에 노사정 금융정책협의체 재가동 촉구
25일 오후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가 국회 소통관에서 '금융위 노사정 정책협의체 재가동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위원장 이재진)가 2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한 경제위기 촉발 위험성을 경고하며 금융위원회에 노사정 금융정책협의체 재가동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재진 위원장은 “현재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한) 자금경색은 곧 신용경색으로 이어지고, 신용경색이 자금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첫 번째는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다. 이재진 위원장은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1조 6,000억 원 투입, 23일에 발표한 50조 원 투입으로 지금 사태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융안정특별대출, 환매조건부 채권 매입 프로그램, 기업유동성지원기구 활용 등 한국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노사정 금융정책협의체 재가동이다. 이재진 위원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적극적으로 사무금융노조, 금융노조와 대화를 통해서 시장 경색을 풀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머리를 맞대자”고 촉구했다.

현재 금융시장은 ‘돈맥경화’로 불릴 정도로 위기 상황이다. 이는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됐다.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가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고,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다. 그러나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기업어음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지급보증을 섰던 강원도로 채무가 넘어간 것인데, 여기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금융시장이 지자체의 지급보증을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번졌고, 지자체 신용등급보다 낮은 곳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지면서 금융시장에 대규모 유동성 경색이 발생한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 지자체라는 신뢰도가 높은 곳에서도 빚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발생하면서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주는 사람들이 돈을 쉽게 빌려주지 않은 상황이 온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아주 높은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의 채권이 유찰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는 사무금융노조 산하 사업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상수 사무금융노조 A캐피탈지부 지부장은 “자금 조달 및 유동성 경색 사태로 9월부터 거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라며 “(유동성 경색으로) 현재 자금을 빌릴 곳도 없고, 신용등급 A 미만의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 발행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영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유동성 위기는 점점 캐피탈사를 넘어 카드사 및 제 2금융권 전체로 번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일각에서는 2003년 카드사태, 2011년 저축은행사태 등과 같은 금융사들의 영업 정지와 금융위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1일 기준 여전채 AA+ 3년물 금리가 연 6.082%로 올랐다. 6%대 진입은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노사정 금융정책협의체를 살펴보겠다고 이야기한 만큼 현실화되고 있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협의체를 즉각 가동해 체감할 수 있는 금융정책을 내놓길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