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현대차·기아 ‘간접공정’ 하청도 불법파견”
대법원 “현대차·기아 ‘간접공정’ 하청도 불법파견”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10.27 19:44
  • 수정 2022.11.0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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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현대차·기아 직접+간접 사내하청 노동자 430명 불법파견 인정
금속노조 “한국지엠 등 불법파견 대법원 선고도 같은 결론 기대”
ⓒ 금속노조
27일 오전 금속노조가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 계류만 6년 지긋지긋한 불법파견 20년 이제는 끝장내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 금속노조

대법원이 현대차·기아의 ‘간접공정’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대법원이 자동차의 직접 생산공정뿐 아니라 간접공정 사내하청 노동자들까지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1부·3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노정희)는 현대차·기아 사내하청 노동자 430명(현대차 159명·기아 271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27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직접고용됐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 간 차액 등 약 107억 원을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2년,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한 지 6년 만이다. 

사내 하청업체 소속인 원고들은 현대차·기아의 직접공정과 간접공정을 광범위하게 맡아 일했다. 직접공정은 메인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뤄지는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조립) 등이다. 간접공정은 소재(엔진·범퍼) 제작, 생산관리, 출고, 포장 등을 말한다. 원고들은 원청 현대차·기아의 지휘·감독을 받는 불법파견 관계로 일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파견법은 2년 넘게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 사용사업주(원청)가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대법원은 “원고들이 담당한 모든 공정에서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관계가 성립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년이 지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불법파견 관계 판단이 더 필요한 2차 하청업체 소속 원고 일부의 청구는 파기환송했다.

금속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예상컨대 현대차그룹은 대법원판결이 났어도 확정 판결 당사자만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대법원판결은 사람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해당 업무와 공정의 불법파견 여부를 판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다면 전체 공정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당사자를 포함한 노사교섭의 장으로 나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같은 업종인 한국지엠의 소송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 사건 대법원 선고도 더 미룰 것 없이 같은 결론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소송이 자동차 생산의 거의 모든 공정을 포괄하는 만큼 앞으로의 소송은 27일의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조속한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유홍선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대법원판결 이후 노동조합의 구체적인 대응 방향은 다음 주 금속노조 중앙과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각 지역지부, 현대차·기아차 비정규직지회 등이 모이는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