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노동교육원, ‘허브 기관’ 역할 강화할 때
한국고용노동교육원, ‘허브 기관’ 역할 강화할 때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10.31 16:25
  • 수정 2022.11.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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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교육 콘텐츠 접근성 높이고 유관기관과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해야”
교육원의 가치 중립적 역할에 대해서는 대립적 입장 드러나

[리포트]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개원 2주년, 앞으로의 과제는?

27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고용노동교육 발전방안 현장에서 듣는다’를 주제로 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개원 2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27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고용노동교육 발전방안 현장에서 듣는다’를 주제로 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개원 2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노동’이 빠졌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총론 시안에는 ‘일과 노동의 의미와 가치’가 포함됐지만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시안에서 ‘노동’은 설명 없이 삭제됐다. 정규 교육과정 내 노동교육 확대 여부가 모호해진 가운데 초·중·고, 학교 밖 청소년을 포함해 공무원·교원·특수고용노동자·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는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의 역할을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27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고용노동교육 발전방안 현장에서 듣는다’를 주제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개원 2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 교육 관련 유관기관과 협업을 통해 노동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교육 대상 범위 넓히고
고용서비스 및 산업안전 분야 인력 교육 강화

주제발표를 맡은 김성환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교육원의 올해 주요 사업 성과와 향후 개선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노동교육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된 사업이 소개됐다. 우선 교육원은 주 교육대상을 중·고등학생에서 청년·대학생, 특수학생, 학교 밖 청소년 등으로 확장해 5만 1,500명을 대상으로 노동교육 850회 했다.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노사관계 교육은 1만 820명을 대상으로 177회를,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교육은 320명 대상으로 32회 실시했다. 또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노동교육 기회 확대를 위해 기존 1회성 지원을 정규과정으로 개편하고 교육횟수를 16회에서 43회까지 늘렸다.

교육원은 고용노동부 직원의 직무역량 및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도 강화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에 따라 직업상담을 하는 상담사 등 4,742명을 대상으로 노동교육 81회 진행해 학습자 요구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 등 다양한 교육방식을 시도했다. 근로감독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은 올해 운영방식을 개선해 3,050명을 대상으로 82회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의 수사·조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진행됐다. 특히 압수수색 실무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실습장을 설치·운영해 644명을 대상으로 교육 18회를 했다. 아울러 스마트러닝 콘텐츠 확충 등을 통해 상시·개별학습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노사관계 교육콘텐츠 개발,
현장 중심 연구개발 사업도 추진

교육원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노사관계 교육을 확대했다. 지난 8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라 공공기관 노사관계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신규 콘텐츠를 개발해 노동이사제 안착을 지원하기도 했다. 해당 교육은 470명 대상으로 17회 실시됐다. 또한 신규교육사업으로 소방·경찰공무원 1,200명 대상으로 노사관계 전문성 및 이해 향상을 위한 교육은 32회 진행했다.

아울러 교육기관 공무원이나 교원 대상의 교육도 강화됐다.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의 고용노동 분야 역량을 강화해 현장 교육 수준을 향상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이에 따라 교육원은 공무원 노사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합동 연수, 전국단위 노사관계 담당자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또 교원들의 노동 및 진로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교육체계를 수립해 노동교육의 허브 역할을 강화하고자 했다.

교육원은 고용노동분야 사회적 이슈 등을 반영한 시의성 연구개발을 통해 노동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도 했다. 현재 노동교육 관련 프로그램 8종, 교재 1종, 연구보고서 16종이 개발·발간된 상태다. 내·외부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교육내용이 적합한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가져오는지 등을 평가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과정도 진행됐다. 그리고 교육과정 평가체계에 따라 교육원은 노동인권감수성 개선 등 현업 적용도를 측정하고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도 했다.

‘고용노동교육 발전방안 현장에서 듣는다’를 주제로 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개원 2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김성환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고용노동교육 발전방안 현장에서 듣는다’를 주제로 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개원 2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김성환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교육자료 공유, 유관기관 협업 등
‘허브’ 역할 확대해야”

토론회에서는 교육원의 ‘허브’ 역할 강화와 관련된 여러 제언이 나왔다. 교육원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교육원의 개선사항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고용노동교육 주체들의 교육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는 교육원이 허브기관으로서 교육콘텐츠 자료 취합, 피드백 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교육생 수를 강조하는 것보다 교육콘텐츠가 널리 활용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주요 활동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진숙경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의 노동교육과 관련된 학습자료, 교수학습자료, 읽을거리, 볼거리 등을 집대성한 노동교육 관련 데이터의 허브기관으로서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며 “교육원에서 마련한 교육프로그램 등이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홍보 사업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란 민주노총 교육원 원장은 “노동교육 주체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관점이나 입장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노동인권 향상이라는 공통된 목적이 있다면 그 목적에 맞는 여러 콘텐츠를 교육원이 거점으로서 적극적으로 제공하면 좋겠다”며 “노동교육에 관심 있는 대중이 관련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대민 공공교육 서비스기관의 성격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원 내부 인력만을 활용한 노동교육은 그 내용과 대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노동자단체, 지역학습관·도서관 등 교육단체, 시민교육사회단체 등과 협력적 네트워크 관계 형성이 필요하고 이를 담당할 조직 내 인력배치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숙경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2019년부터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서울시교육청과 ‘시·도교육청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교육자문위원회’에도 참여해 학교 노동인권교육 방향에 대한 자문 등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다소 형식적인 협업체계를 유지해왔다고 전명훈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전문관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내용적인 협업을 강화하고 좀 더 지역에 맞는 학교 노동인권교육 지원체계 및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치 중립적’ 역할 관련해
여러 의견 대립 있어

김성환 교수에 따르면 교육원 구성원들은 “교육원이 공익적 기관으로서 가치 중립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교육원은 노측·사측 입장을 모두 전달하는 균형 잡힌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정보에 대한 선택과 흡수는 교육 대상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결과와 관련해 교육원의 가치중립성 교육이 가능한지를 둘러싼 여러 의견들도 나왔다. 석병수 부산노동권익센터 센터장은 “헌법 제33조가 규정한 노동3권은 이미 노동자와 사용자는 기울어진 운동장(노사관계에서 사용자가 더 유리한 환경)에 있음을 인정하고 보장된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교육원은 노동교육을 통한 가치관 정립을 교육대상에 맡길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중심으로 조금 더 기울어져도 좋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호발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교육원 미션에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실현을 위한 인재양성’이라고 돼 있다”며 “이 내용만 보더라도 고용노동교육의 가치중립성을 강화하기보다 노동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게 개선과제로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 본부장은 “균형적인 노동 가치관 정립을 위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인권 등 내 권리만 계속 교육하다 보면 노사 간 상당한 마찰이 생길 수 있다. 단순 법률관계가 아닌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황용연 본부장은 “노동인권 논의의 기초가 되는 노동관계는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을 전제로 한다”며 “경제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혁명과 코로나19 등으로 경제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노사협력 증진을 위한 경제·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일부 사회에 왜곡·확산된 반기업 정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순미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육개발실 실장은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법 규범과 국제 노동인권 규범 등 속에서 기계적 중립이 아닌 교육활동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교육 발전방안 현장에서 듣는다’를 주제로 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개원 2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고용노동교육 발전방안 현장에서 듣는다’를 주제로 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개원 2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노동교육 내용·진행방식 다양화,
현장 교육 및 상담 병행 등 제언도 나와

노동교육이 법률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어 노동인권의식을 높이는 교육이 더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석병수 센터장은 “청소년들이 이 사회를 만들어 나갈 예비노동자가 되기 위한 사전교육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에 대해 고민해 볼 노동감수성을 가지기 위한 교육보다 나의 권리만 알게 하는 교육이 주로 실시되고 있다. 결국 노동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가지지 못하고 이후 권리만 주장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된 교육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확충돼야 한다. 또 법률적인 부분은 QR코드 등을 통해 어디서나 확인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부산노동권익센터는 교육을 담당할 강사 역량을 최대한 키우고 노동 보드게임을 자체 개발하는 등 노동교육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을 포함해 일반 시민들도 재밌게 노동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교육원도 그런 부분을 고민하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청소년, 사업주 등을 위한 노동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용훈 한국공인노무사회 정책연구소 소장은 “코로나가 완화됐다고 하나 원거리 지방 등 비대면 교육 수요가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강의안은 오프라인 전제로 한 참여형 교육방식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비대면용 강의안 개발을 교육원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 교육을 가면 노동상담 수요가 있다며 상담창구 마련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용훈 소장은 “청소년 경우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는 학생 중심으로 자신의 노동환경을 상담하길 희망하고 사업주 경우 당장 직면한 노동분쟁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며 “교육 후속조치로 별도의 상담시간을 만들거나 강사와 상담사를 복수 배치해 교육시간 내 개별 상담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노광표 교육원 원장은 “토론자들이 건의해 주신 과제들이 어찌 보면 제가 2년 전에 이곳에 처음 올 때 목표로 했었던 내용이기도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며 “내년 예산을 고려해 워크숍 등을 열고 유관기관과 협력, 네트워크 사업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노광표 원장은 교육원 인력 부족의 어려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교육원 사업을 위한 예산 문제뿐만 아니라 인력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그 인력을 어떤 사업에 집중하게 하고 또 협력할 것인지 등 그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도 추후 같이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