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파업 과잉진압 경찰··· 대법원 “위법”
쌍용차 파업 과잉진압 경찰··· 대법원 “위법”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12.01 05:33
  • 수정 2022.12.01 0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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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법원, 국가 승소 원심 파기환송
2009년 쌍용차 파업 최루액 살포 등 경찰 헬기 “위법”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30일 대법원의 판정을 받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헬기로 최루액을 공중 살포한 것은 ‘위법’ 소지가 있으며, 헬기에 볼트 새총을 쏴 저항했던 노동자들의 행위는 ‘정당방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경찰이 쌍용차 파업 진압 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조합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당방위 성립과 손해배상 책임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이후 13년, 2심 선고 뒤 6년 5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은 직원 7,179명 중 2,646명을 정리해고하는 등 사측의 ‘경영 정상화 방침’에 반발해 경기 평택공장에서 77일간 점거 파업을 벌였다. 당시 경찰은 헬기, 기중기(크레인),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해 노동자들을 강제 진압했다. 경찰은 헬기에서 최루액을 살포했다. 낮은 고도에서 헬기를 비행하며 일어나는 강한 하강풍으로 노동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또 기중기 3대에 7톤 무게 컨테이너를 1개씩 매달아 노동자들이 공장 옥상에 설치해 놓은 장애물들을 부쉈다. 

경찰은 이후 쌍용차지부 등을 상대로 △헬기·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손해 △경찰관과 전투경찰을 위해 사용한 치료비 등 16억 8,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원고(경찰)의 일부 승소로 판단해 각각 14억 1,000만 원, 11억 6,000만 원에 대해 인용 판결을 선고했다. 특히 2심이 인정한 배상 책임액 중 헬기 3대(5억 2,050만 원)와 기중기 3대(5억 9,440만 원) 파손 배상액은 총 배상액의 95%를 차지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경찰의 무리한 장비 운용으로 인한 파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 당시 경찰의 강제진압 현장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경찰이 헬기를 위법하게 사용했으므로, 노동자들의 저항은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헬기를 이용해 최루액을 공중 살포하거나 헬기 하강풍을 이용해 옥외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점거 파업을 진압한 것은 적법한 직무 집행을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노조원들이 헬기를 이용한 진압에 대한 방어로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헬기가 손상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손상된 기중기 수리비의 80%를 노동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한 원심의 판단도 ‘손해분담의 공평’ 측면에서 잘못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기중기를 이용한 진압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대항을 유도했으며, 이로 인해 기중기가 손상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통상적으로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 느린 속도로 이동시키는 용도로 사용하는 기중기를 용법이 벗어난 방법으로 사용한 경찰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농성 진압과 관련한 경찰관 직무 수행과 장비 사용의 한계에 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다만 이 판결의 의미를 과잉 진압 행위에 대한 모든 대응 행위에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금속노조는 “해고에 맞서 싸우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머리 위로 경찰특공대를 공수한 이명박 정권의 국가 폭력이 부당하다는 것은 이미 시민사회의 상식이다. 경찰청장이 사과했고, 국회가 폭력의 부당함과 함께 소 취하 권고를 결의했다”며 “대법원도 시대의 판단을 따랐다. 당연하고도 현명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결론이 난 사건을 파기환송심까지 끌고 갈 이유가 없다”며 “국가는 하루빨리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조합원에 대한 가압류를 철회해 마지막 남은 체면이라도 챙겨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3년간 지연된 정의가 확립된 오늘 민주노총은 기쁨에 앞서 그 기다림의 순간 동안 희생당한 노동자들을 떠올리며 먼저 머리를 숙인다”고 전했다. 

이어 “법원에 의해 국가가 노동자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였음이 명확해졌다”며 “파기환송돼 나올 판단 전에 오늘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수용해 국가가 청구한 손해배상을 철회하라. 이것이 가해자인 국가가 피해자인 노동자에게 취해야 할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