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 월급도둑 취급은 부당하다
[기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 월급도둑 취급은 부당하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2.12.23 21:34
  • 수정 2022.12.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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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호세아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차장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142억 원(서울시 42억 원, 서울시의회 100억 원) 예산 삭감으로 서울시의 공공돌봄서비스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들 돌봄노동자들을 두고 "코로나19 시대 일상의 영웅"으로 불렀다. 하지만 내년 예산 삭감으로 이들은 고용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울시민들의 일상을 지켰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
사측도 양적·질적으로 돌봄노동자들의 성과 홍보

'2만 1,000시간', 지난 7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밝힌 2020년 3월부터 제공한 코로나19 긴급돌봄서비스 제공시간이다.

긴급돌봄서비스의 대상자는 노인, 장애인 등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다. 서비스 유형에 따라 재가서비스와 격리시설 동반 입소 등으로 나눠 이용자와 돌봄인력을 1:3으로 매칭해 24시간 돌봄을 지원한다.

올해 7월에 나온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지난 연말에는 소속기관의 장애인활동지원 이용자 중 다문화가정이자 한부모가정의 12세 장애아동이 보호자의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돌봄 공백이 발생해 서비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동은 보호자가 없어 병원 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어느 곳에서도 지원 방안을 찾지 못하던 중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자택에서 11일간 24시간 서비스를 받았다. 이처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이 코로나19 시기 긴급하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서울시민의 돌봄과 안전에 공백이 발생했을 것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서비스는 이런 양적인 수치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이용자와 보호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측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돌봄서비스 이용자와 보호자 533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만족도 조사에서 2022년 돌봄서비스 만족도는 92.3점(종합재가센터 94.9점, 주야간보호센터 91.4점, 어린이집 88.7점)으로 전년 대비 2.8점 향상됐다. 특히 종합재가센터의 만족도는 전년 대비 5.5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측 스스로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3년간의 노하우를 통해 이용자 친화적 서비스를 적극 제공한 것이 점수 향상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페이스북에 나와있는 만족도 조사결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페이스북에 나와있는 만족도 조사결과

달라진 위상…일상의 영웅에서 월급도둑 취급으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일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오대희 씨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코로나19 시기 돌봄노동으로 장애인들의 일상과 함께해왔다. 오대희 씨는 2020년 10월 8일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의 간담회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으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과 함께 사회서비스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예산삭감과 관련해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오대희 활동지원사. 그는 지금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지부장으로 2년 전 청와대에 초청된 그는 현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예산삭감으로 인한 공공돌봄 중단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오대희 활동지원사. 그는 지금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으로 2년 전 청와대에 초청된 그는 현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예산삭감으로 인한 공공돌봄 중단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오세훈 서울시장의 과거 보좌관 출신으로 알려진 황정일 대표 부임 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집요하게 병가제도를 비판하고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중 서비스 제공시간에 대해 지적하는 언론 보도를 추진하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대한 평판을 스스로 깎아 내렸다. 황정일 대표는 언론에 직접 기고까지 나섰다.

현장 돌봄노동자들에게 가장 억울한 내용은 바로 서비스 제공시간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노동자들은 1일 8시간, 주40시간 기준으로 일하며, 주5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한 근무시간은 실제 작업시간, 작업준비시간, 교대시간, 근무지 간 이동시간, 회의시간, 조례‧종례시간, 청소시간, 교육훈련시간, 체조시간 등 서비스원의 통제하에 있는 시간과 서비스원이 주관하는 각종 행사시간으로 돼있다. 실제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은 직접 서비스 제공 이외에도 이동하거나 회의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모두 질 좋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들이다. 

서비스 제공시간 등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플레이는 돌봄노동자들이 적게 일해도 민간보다 많은 월급을 받아간다는 프레임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프레임은 잘못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돌봄노동자들이 하는 업무는 단순한 돌봄서비스 제공에만 있지 않다. 이미 1일 8시간 주 40시간 일하고 있고, 회사의 명령을 받아서 서비스를 수행하는 돌봄노동자들에게 이런 지적은 온당하지 않다.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너희는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돌봄노동자들은 근무명령을 받아야 돌봄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 이들의 노동시간 중 서비스 제공시간에 대한 책임을 굳이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것은 근무명령의 권한이 있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탓이고,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황정일 대표의 탓이다. 본인의 책임을 두고 언론에 노동자 탓만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예산 삭감, 돌봄노동자 평판 깎아내리기 아닌
이들의 헌신 인정해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스스로도 돌봄노동자들을 양적, 질적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외부로는 돌봄의 성과를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언론을 통해 노동조합과 돌봄노동자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다.

지난 16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의 모습 ⓒ 공공운수노조
지난 16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의 모습 ⓒ 공공운수노조

공공돌봄은 시민 안전과도 관련돼 있다. 긴급돌봄 등 시민돌봄을 위한 인력을 줄이는 것은 이들의 돌봄과 안전에 대한 예산을 줄이는 것과 같다. 긴급돌봄 2만 1,000시간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그만큼 돌봄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돌봄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확보돼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소방관이 불을 끄지 않고 있다고 이들이 필요없다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까? 돌봄노동자도 마찬가지다.

황정일 대표는 더 이상의 언론 플레이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과 돌봄노동자들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서울시의회도 그동안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수행해온 공공돌봄의 역할과 이들 노동자들의 헌신에 대해 인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상의 영웅들이 지금은 월급도둑 취급을 받고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고용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서울시민들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들의 헌신과 필요성을 더욱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돌봄노동자들도 살고 서울시민의 돌봄과 안전도 계속 보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