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수납원은 힌남노가 와도 도로 위에 있었다
톨게이트 수납원은 힌남노가 와도 도로 위에 있었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2.12.28 18:36
  • 수정 2022.12.28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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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원들, 태풍 힌남노 북상에도 톨게이트에서 꼼짝 못 해
민주노총, 노동자 안전 지키지 못한 고용노동부와 경상남도 인권위에 진정 제기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이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이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지난 9월 태풍 힌남노가 북상했을 때도 보호 조치 없이 톨게이트 부스 안에서 일해야 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은 28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창원부산간 도로에서 일하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힌남노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9월, 태풍 속에서도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일하면서 안전권·노동권·생명권·건강권을 침해당했다며 고용노동부와 경상남도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 침해 및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당한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할 수 있다.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피해 사실을 조사한 후 피해 사실이 인정되면 합의 권고, 수사 의뢰, 고발, 조정 등 다양한 구제 조치를 한다.

힌남노 북상 당시 현장에서 일했던 하미정 씨는 “당시는 태풍이 심해 차가 몇 대 지나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측은 우리에게 아무런 안전 조치도 해주지 않았다”며 “우리는 태풍의 한복판에서 밤새 톨게이트 부스가 날아가지 않을까 불안에 떨며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근하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일주일 전부터 힌남노에 대한 예보가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도로 통제는 하면서도 도로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일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힌남노가 북상했을 때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안전과 관련해 몇 가지 권고를 했지만, 선언적인 수준에 그쳐 민간기업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사업주에게 재난의 발생 전부터 재난 이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재난 예방계획을 수립할 것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지자체는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톨게이트 노동자는 방치됐다. 2020년 경상남도에서 발표한 ‘2020년 경상남도 안전관리 계획’에도 노동자 안전에 관한 내용은 없다”며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달라고 요구하며 경상남도에 진정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양성영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때 환경미화 노동자들에게도 날씨에 따른 안전 조치가 없었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수없이 다쳤다. 심지어 죽기도 했다. 결국 지난한 투쟁을 통해 날씨에 따른 안전 가이드의 제정을 쟁취할 수 있었다”며 “이런 희생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인권위에서 강력한 권고안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류민희 변호사는 “이상기후에 따른 재난은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도 재난 속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노동자별로 재난 안전 예방 조치를 마련해 노동자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참여와혁신은 창원부산간 도로를 관리하는 경남하이웨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결을 시도했지만,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