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최전선에서··· 관광서비스노련의 3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관광서비스노련의 3년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1.03 14:58
  • 수정 2023.01.03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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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단 자신감 얻어··· 차기 위원장 선거 출마할 것”
[인터뷰] 강석윤 전국관광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강석윤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의 3년 임기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와 맞물린다. 특히 하늘길이 막히면서 관광서비스업계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강석윤 위원장은 “전쟁 같은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직 코로나19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석윤 위원장은 “코로나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몇몇 사업장에선 매각, 구조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코로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광서비스업계의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코로나19 극복 경험을 발판 삼아 차기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 선거 출마를 예고한 강석윤 위원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12월 6일 서울 광진구 관광서비스노련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강석윤 한국노총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강석윤 한국노총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코로나19와 함께한 임기
매순간 고군분투하며 버텨와

- 코로나19와 함께한 3년 임기, 소회는?

솔직히 3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간 것 같다. 그래도 하나하나 짚어 보자면 2020년 3월 2일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3월 3일 대정부 성명서 발표를 했다. 이후 고용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실무자 간담회, 3월 26일 호텔업협회 노사상생공동협약서 체결, 4월 29일 청와대가 주재하는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 등 관광서비스업종의 어려움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이는 경사노위 관광서비스산업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관광서비스 업종이 가장 어려웠기에 이렇게 고군분투해온 과정이 우리 연맹을 버티게 한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 지난 3년간 조합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나?

우리 연맹에 조직된 업종은 주로 호텔, 콘도, 면세점, 카지노, 여행사, 백화점, 마트 등이다. 특히 호텔, 면세점, 카지노, 여행사는 내수가 기본적으로 있긴 하지만 제대로 매출이 일어나기 위해선 하늘길이 열려야 하는 업종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2년 반 가까이 하늘길이 막히다 보니 해당 업종은 정말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이익은커녕 얼마나 덜 손해 보느냐가 운영 목표였을 정도다. 이 와중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강남 르메르디앙 호텔,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이 매각되는 아픔도 있었다. 최근에 재개발에 따른 고용안정 보장 노사 협약을 맺은 더케이호텔서울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을 시도했고, 연맹 차원에서 막아내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 코로나19 기간 조직 확대도 있었나?

코로나19로 어려운 노동자들이 늘어나다 보니까 새롭게 조직된 곳도 많다. 하나투어, SK렌터카 노동조합이 새로 출범했다. 관광서비스노련이 단체교섭을 위임받고 대리해서 단체협약도 맺어서 이젠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조직들이 됐다. 없어지고 팔린 호텔들을 제외하고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은 노동자들이 많이 가입하면서 연맹 조합원 수는 3년간 약 2,000명 정도 증가했다. 가맹비를 납부하는 기준으로 현재 관광서비스노련은 1만 2,000명 규모다.

- 3년 전 공약으로 ‘원팀(One Team)’으로서 관광서비스노련을 강조했다. 관광서비스노련이 원팀이 돼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하나?

출마할 때 공약이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원팀을 만들겠다는 거였다. 그 일환으로 다른 하나는 임기 동안 연맹 산하 사업장을 모두 방문해서 소통하겠다는 거였다. 결과적으로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원과 시간 제한이 있다 보니 만남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투쟁 사업장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여기저기 단체협상을 지도해주고 신경을 쓰다 보니 공약을 지키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됐다.

코로나19 이후엔 인력 부족
장·단기 대책 병행해야

- 최근엔 관광서비스 사업장에선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인력 부족이 서울에 있는 호텔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웬만한 호텔 사업장이 인건비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많이 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다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뽑을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인력 부족 문제엔 구조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선 지방엔 청년이 없다. 있어도 서울에 있는 사업장에서 취직하려고 한다. 지방은 기본 인력 공급 자체가 부족하다. 그럼 서울에 있는 호텔은 왜 인력 부족을 겪느냐? 임금이 너무 열악하다. 호텔 업종이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노동강도가 높고 몇 곳 빼면 대부분 임금이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루 8시간씩 힘들게 일하고 200만 원 남짓 월급을 받아 갈 청년이 많지 않다. 호텔은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그걸 해소하려면 기본적으로 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 맞춰줘야 한다.

또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기존 직원과 신입 직원 간 임금 형평성 문제다. 10년차 직원의 월급이 300만 원인데, 신입 직원의 월급을 320만 원으로 준다면 기존 직원들의 반발이 클 거다. 기존 호텔업계 임금이 워낙 낮았기에 갑자기 신입 직원에게 고임금을 주고 뽑기도 어려운 상황인 거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을까? 어느 한 주체만 노력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노사, 나아가 정부도 협조해줘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그래서 관광서비스업계에선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빠르게 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제한을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서 이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관광서비스업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저출생 문제부터 고령화를 넘어 노령화되는 한국사회에서 정년 연장 등으로 인력 부족 문제에 길을 터주지 않으면 전 산업에 걸쳐서 노동자들이 부족할 것이다. 이 노동자 부족 문제에 대한 보완책, 대비책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우리 연맹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 관광서비스업계에서도 정년 연장 요구가 많이 나오나? 

당연하다. 모든 업종이 그렇지만 베테랑 노동자들의 노하우는 무시 못한다. 특히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이들의 경험이 순간순간 발휘돼 대형 사고를 막는다.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정년이 지났더라도 일할 수 있는 노동자들에게 일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모든 업종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일 것이다. 

- 인력 부족 문제 외에 관광서비스산업에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코로나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몇몇 호텔 조직은 매각 이슈가 있다. 또 아직 영업이익을 못 내는 사업장들도 있어 구조조정 가능성이 아직 남은 상황이다. 큰 틀에서 코로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사업장 정상화, 노사관계 안정화 등이 우선이다.

코로나19 정부 대책
아쉬움 남지만 ‘긍정적’

- 코로나19 기간 정부의 지원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관광서비스업계에 정부의 지원은 고용유지지원금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지원금을 한 번 지급하고 마무리하는 거였는데, 우리 연맹의 노력 등이 모여 2, 3차까지 받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이 아니었다면 폐업이나 휴업했을 사업장이 더 많았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기준에선 많이 부족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임금의 70~90% 지원됐는데, 관광서비스업종은 기본적으로 저임금이라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조합원이 꽤 많았다. 100만원대 임금으로는 한 가족 생활이 어려워서다. 우리로선 부족했지만 고용유지지원금을 연장해서 관광서비스업계를 버티게해준 면에 대해선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 경사노위 관광서비스산업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하기도 했다.

경사노위에서 노력한 덕분에 유원시설,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이 특별고용유지업종으로 추가됐다. 노사정이 모인 경사노위에 참여해서 우리 연맹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점이 의의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관광서비스 노동자들은 하루하루가 급해 죽겠는데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시간만 끌어가는 형태로 계속 시간이 흘렀다. 사회적 대화가 우리를 입 다물게 하기 위한 시간끌기용인가 화도 났다. 직접 회의장에 가서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회의에 참여 못 하겠다고 항의한 적도 있다. 결국 긴급 합의문이 도출되긴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고 그 사이 정권도 바뀌면서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임기 3년 가장 큰 성과
신규 조직 및 투쟁 사업장 안착화

- 3년 전 호텔 조직 중심인 관광서비스노련에서 ‘비호텔사업장’ 출신 위원장이 선출된 만큼 기존과 다른 변화가 찾아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이 기대에 부응했다고 보나?

호텔 노동조합이 중심이 돼 처음 관광서비스노련을 만들었다. 호텔 조직이 연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호텔 외 서비스 업종이 크게 늘었다. 현재 연맹에서 호텔 업종 비중은 30% 정도다. 그래도 내가 비호텔 출신이라서 오히려 호텔 업종에 더 신경을 쓰려고 노력했다. 거꾸로 비호텔 조직에서 호텔만 너무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길 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호텔과 비호텔을 따로 구분해서 활동하지 않았다고 나름대로 확신하고 있다.

-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우리 연맹은 정말 전쟁 같은 상황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엔 사업장 하나, 하나가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하나투어 등 신규 조직들의 교섭권을 위임받아 노동조합을 안착시켜줬다. 투쟁 사업장의 경우 연맹이 힘을 보태 내 기준으로 100% 이겼다. 이 점이 가장 큰 보람이다.

- 아쉬움으로 남는 점은?

소통이다. 부지런히 산하 조직을 다니면서 위원장들도 만나고 소주도 한 잔 기울였어야 했는데 여러 상황이 여의치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강석윤 한국노총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강석윤 한국노총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차기 선거 출마··· 
소통의 장 제대로 만들 것”

- 차기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건가?

출마를 결심했다.

- 올해 정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 출마에 문제는 없다. 내가 조합원으로 있는 롯데월드노조 규약상 상급단체의 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엔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 차기 위원장이 된다면 지난 3년과 어떻게 다를 수 있나?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못했던 것들을 하고 싶다. 관광서비스노련 산하 모든 사업장에 방문해서 각 사업장 노사가 상생하는 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임기에선 소통의 장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

관광서비스노련의 열악한 재정 문제도 해결할 계획이다. 현재 연맹의 사무실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 건물이다. 공동명의로 임대하는 형태로 쓰고 있다. 이 건물을 매개하든 연맹의 재정을 여유롭게 해서 어려운 조직이나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을 마련해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론 조직화다. 임기 동안 조직 규모를 두 배로 키우고 싶다. 선거운동 시기에 구체적으로 공약을 발표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관광서비스노련 조합원들에게 어려운 고비를 함께 넘기고 견뎌줘서 정말 감사하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연맹과 하나 되어 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함께 열심히 해보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