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안전한가?” 물은 공무원들
“대한민국 국민 안전한가?” 물은 공무원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1.14 11:46
  • 수정 2023.01.14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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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노총, 국민 안전 확보 방안 마련 위한 국회 토론회 진행
현장 재량권 확보·피해자 추천인 조사위원회 참여·법 제·개정 등 대안 오가
공노총이 1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일한 소방관 등 공무원들이 안전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1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통해 재난 대응 시스템의 개선점을 살폈다. 토론회는 공노총과 이수진·오영환·진선미·장경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인사말에서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안전과 위험을 공론화해 구멍이 뚫린 부분을 하나하나 수선에 나서야 한다”며 “토론회에서 논의된 정책 제안이 제안으로만 그치지 않고 꼭 실천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공무원노동조합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들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한 제도개선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태원 참사의) 최소한의 책임조차도 외면하는 윤석열 정권과 꼬리자르기 경찰 수사, 정권 옹호에만 여념이 없는 여당을 보며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은 멈춤 없이 계속돼야 할 것”이라며 “유가족분들과 국민들께서 참사의 아픔을 뒤로 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실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불확실·복잡한 재난 상황
유연한 대응 위한 재량권 부여해야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는 발제에서 재난과 전시 상황은 불확실하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특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무원이 상관의 지시와 통제에만 의존해 임무를 수행하려는 자세(를 가진다면) 변화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함승희 책임교수의 의견이다. 함승희 책임교수는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하며 현장에서의 대응 상황을 규제하다보면 실패에 이를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 참여하는 분들의 재량권을 허용하고 임무에 맞춰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재난 대응 실패 후 일선 공무원의 책임을 묻는 것에 골몰하는 관행에는 “특수본 먼저 꾸려버리고 책임을 먼저 물어버리면 (일선 공무원들은) 어떻게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소극적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서 위축되면 시스템 자체가 안전과는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손익찬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대표변호사는 참사 후 피해자의 목소리 듣기→진상규명→처벌의 과정이 손실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익찬 대표변호사는 “단정하기는 조심스러우나 대다수 참사 피해자의 공통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요구는 진상규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상규명의 방법으로 꼽히는) 수사나 조사는 당시 정치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해결책으로서 일정 규모 이상의 재난의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조사가 개시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피해자가 추천하는 전문가의 조사위원회 참여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소방에 진상조사 책임 있어 
노조 역할도 요구돼

토론에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근본적으로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안진걸 소장은 “모든 다중밀집 행사에 주최자가 있던, 없던 사전 안전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주최자가 있으면 주최자가 1차적으로, 주최자가 없는 행사는 관할 행정청이 구체적 의무를 지는 것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며 “참사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재정이나 돈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진영 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은 법 제·개정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진영 위원장은 “재난 발생 후 진상규명에 권한 있는 정부 책임자를 조사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재난이 발생하고 일정 규모의 희생자가 발생한 재난에 대해서는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업무적으로 관련성이 있는 자는 기본적으로 필수적인 조사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인 제도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 소방조직은 ‘미래지향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상은 전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은 “일선 소방관들이 트라우마 치료 등 지원이 필요한 일종의 피해자라고 보더라도 구조 시스템을 계속 발전시키고,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훈련해야 하는 소방기관 전체의 책임이 있다”며 “이태원 참사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통해 더 나은 구조체계를 위한 논의를 소방 스스로가 주도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지향적 책임에) 기여할 수 있는데, 소방청이나 소방본부에 대응백서를 잘 발간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고, 현 정치지형과 조직구조 상 이것이 미흡하게 이뤄질 것을 대비해 독자적으로 기록을 수집하고 남겨둘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전했다.

한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태원 참사 후 74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13일 오전 최종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기관인 경찰, 구청,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2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 중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을 구속 송치했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아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다만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등 ‘윗선’은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