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역행하는 판정‧‧‧ 노조법과 공정거래법 양립할 수 없어”
“시대를 역행하는 판정‧‧‧ 노조법과 공정거래법 양립할 수 없어”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1.14 14:03
  • 수정 2023.01.14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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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은 인정하면서 공정거래법으로 다루는 것은 말 안 돼”
[인터뷰] 원경환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사무국장

지난해 말인 12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게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1억 원을 부과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이번 공정위 판정의 논란거리는 노동조합을 사업자단체로 봤다는 것이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도 가장 큰 쟁점이었다. 전원회의에 의견 진술로 참석했던 원경환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 사무국장과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과정과 공정위의 판정, 향후 대응에 대해 물었다.

지난 12월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는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공정위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 민주노총 건설노조

“의도된 노동조합 탄압”

- 이번 공정위 판정까지 오게 된 과정을 설명해달라.

재작년 10월 있었던 일부터 이야기하겠다. 아무런 통보도 없이 갑자기 부산공정위에서 조사관들이 노동조합 사무실로 왔다. 그러고선 자료를 제출하라고만 했다. 자료 제출에 협조 안하면 처벌받는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강압적인 분위기였다. 자료는 내부 회의를 통해서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더 찾아왔었다.

- 이후 이야기를 더 해주기 전에 제출하라던 자료는 무엇이었나?

노동조합 회의 자료와 공문이다. 회의 자료와 공문이야 노동조합으로서 합법적인 활동으로 했던 것이니 제출에 문제는 없는데, 조합원 명부를 자꾸 제출하라더라. 조합원 명부는 개인정보이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장비를 몇 대씩 가지고 있는지 자료를 제출하라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자료를 달라고 한 것이다.

- 재작년 10월 일 이후 이야기를 이어 해달라.

작년 3월에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3월말에 부산공정위에서 10명 정도가 왔다. 자료 제출도 하고 협조하고 있었는데,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당신들은 이미 사업자단체로 규정됐고 다 처벌하겠다는 분위기였다. 공정위가 어마 무시한 게 검찰의 기능과 법원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부산공정위는 검찰의 기능으로 조사한 것이고, 최근 중앙 공정위의 전원회의는 일종의 판결이다. 1심 효과가 있으니. 어떻게 보면 짜고 치는 판이다. 공정위 중앙에서 조사하라 하면 조사해서 판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건설현장 불법행위 뿌리 뽑겠다며 검찰, 경찰, 국토부, 공정위, 노동부 여러 정부 기구들로 구성된 TF를 만들었다. 이런 정황들을 봤을 때 의도된 노동자 탄압, 노동조합 탄압으로 보고 있다.

“노동조합은 인정하는데,
공정거래법으로 다루는 것은 말 안 돼”

-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의견 진술을 위해 들어갔다고 들었다. 무슨 내용이 오갔고, 사무국장은 무엇을 강조했나?

노동조합이 사업자단체냐 아니냐가 핵심적인 논점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4개 건설 현장에 대한 심의를 했다. 노동조합은 사업자단체라는 심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 현재 고등법원 항소를 예정 중이다. 심의 대상이었던 4개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일 중 2개 현장 건은 무혐의였고, 2개 현장에 대해서는 과징금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자신들의 논리도 부실했다는 것이다.

- 이번 판정의 핵심은 방금 말한 것처럼 부산건설기계지부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로 봤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특수형태근로자이지만 사업자 지위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건설기계노동자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자이다. 그리고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도 산재보험, 고용보험이 확대 적용되면서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게 시대 흐름이다.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판정이다. 무엇보다도 노조법과 공정거래법은 양립할 수 없다. 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체결, 집단행동, 쟁의행위 등은 공정거래법으로 보면 다 걸린다. 건설기계노동자 임대료(임금) 인상 요구를 하고 조합원 고용 요구하는 것들이 공정거래법으로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임대료 인상 요구, 고용 안정 요구 등의 활동은 노동조합의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다. 이걸 1차적으로 하려고 노동조합을 만든 것인데 공정거래법은 이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부산건설기계지부가 속한 건설노조는 노조 설립필증을 받은 합법 노조이다. 노동조합은 인정하면서 공정거래법으로 다룬다? 말이 안 된다. 노조법상 노동자라는 것에 대해 이번 전원회의에서 공정위도 크게 반발 안했다. 물론 동시에 사업자단체라는 것인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둘은 양립할 수 없다.

“노동조합이 거대 독점 재벌인가?”

- 공정위가 노동조합 여부와 별개로 2인 이상 건설기계대여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이므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라고 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노동시장이 유연화되고 업체들이 보유한 건설기계를 당시 소속 노동자들에게 불하를 한다. 개인사업자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고 억지로 떠안은 셈이다. 건설기계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인 것은 형식적으로는 맞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자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건설기계노동자의 처지가 생계를 위해서 건설기계 임대를 하는 것이지, 건설기계 여러 대를 보유해서 임대하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한 대씩 (건설기계를) 가지고 조종하고 운송하고 다 노동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기계노동자들은 자기 건설기계를 가지고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해당 건설현장이 완료되면 일할 곳이 없어진다. 다시 찾아야 하니 항상 단기간의 고용과 실업이 반복된다. 체불도 많고, 안전문제도 많다. 이런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로 단결했고 권리를 찾기 위해 헌법대로 교섭하고 투쟁한 것이다.

그런데 2인 이상이라고 사업자단체라고 보는 것은 정말 아니다. 무엇보다도 공정거래법 1조에 목적이 나온다.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거대한 독점 재벌, 예를 들어 몇 개 정유사들이 가격 담합을 한다든지 이런 것을 막는 게 공정거래법 취지다. 우리가 거대한 독점 재벌인가? 단기간의 고용과 실업, 체불, 안전문제를 겪는데.

덧붙이고 싶은 말이 또 있다. 건설기계노동자는 업무지시를 건설사나 제조사로 정확하게 받는다. 건설기계만 임대해주고 돈을 버는 업이 아니라 조합원 대부분이 1인 1차이고, 다시 이야기하지만 직접 가서 일을 한다. 여러 대를 가지고 임대를 해서 돈을 벌면 당연히 사업자인데, 그런 게 아니면 굴삭기를 가지고 가서 일을 해주고 돈을 버는 구조이다. 종속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 노동조합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말해달라.

이미 헌법에 33조에 단체행동권이 보장됐다. 집회나 파업, 단체 행동이다. 교섭을 했는데, 잘 안 될 수 있으니 단체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불법이 되는 것이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이나 우리가 하는 집회 모두 압력행사가 되고 불법이 되는 것이다. 250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자기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데 다 불법이 된다.

지난 12월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는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공정위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 민주노총 건설노조

법적대응과 투쟁 이어갈 것,
노동 관련 ‘글로벌 스탠다드’ 지켰으면

- 이번 전원회의 판정 후 대응 방향 및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앞서 이야기한 항소를 할 것이다. 고등법원에서는 경제법 뿐 아니라 사회법도 다룬다. 현재 공정위는 경제학자, 경제법 중심의 변호사들로 이뤄져 심의한다. 사회법 영역의 노동조합 활동은 잘 모른다. 경제법, 사회법 전반을 다루는 고등법원에서 법리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고 제대로 판결 받을 것이다. 대법원까지도 갈 수 있겠다.

항소는 법적 대응이다. 기본적으로는 투쟁을 할 것이다. 건설노조를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지금 정권과의 투쟁이다. 지지율이 낮으니 정권 차원에서 노조를 탄압한다고 보고 있고, 노동조합은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노조법 개정 관련해서도 이야기해달라.

건설기계노동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2조 개정안은 노동자성에 대한 규정이다. 우리는 ‘특수’를 떼고 싶다. 특수하지도 않고, 특수고용노동자가 250만에 육박한다는 것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흐름은 자영노동자, 자영업자도 노동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유럽도 일본도 그렇다. ILO 국제노동기구라지만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노사정기구이다. 그곳에서 노사정이 노동의 폭넓은 형태를 인정하며 노동자성을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만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ILO핵심협약을 비준했는데, 법률적 효능이 실질적으로 지켜지려면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하다. 향후 국제적인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심지어 한-미 FTA, 한-EU FTA에 노동 관련 조항이 있는데, 저촉된다. 국제무역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환경뿐 아니라 노동도 무역에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라 하는데, 노동 관련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