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울타리,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청소년들의 울타리,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2.10 15:11
  • 수정 2023.02.1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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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서울시교육청 앞 기자회견
“성소수자 차별 조장하는 새 조례안 반대...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나아가야”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열린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를 위한 청소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 활동가들이 '학생인권조례지키자'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열린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를 위한 청소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 활동가들이 '학생인권조례지키자'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시의회가 주민발의로 청구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검토 중이다. 폐지 청구 취지에는 조례에 따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학생에게 보장하면 올바른 성교육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청소년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폐지 청구 취지에 따라 조례를 없애면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당장 폐지안 검토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청소년들이 말한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우리에게 물어는 봤는가?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지키자’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는 서울지역 시민사회·인권·교육·노동단체 270여 개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를 위한 청소년' 기자회견이 진행 중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뒷편으로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의 혁신미래교육' 현수막이 붙은 서울시교육청 본관이 보인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를 위한 청소년' 기자회견이 진행 중인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뒷편으로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의 혁신미래교육' 현수막이 붙은 서울시교육청 본관이 보인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앞서 학부모단체, 종교단체 등 51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시학생인권조례폐지범시민연대가 2021년 ‘주민e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청구했다. 지난해 8월 기준 폐지안 발의를 위해 필요한 서명 인원(2만 5,000명)이 넘는 6만 4,367명이 명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검토 중이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구성원 인권 증진 조례안’,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을 마련하고 서울시교육청에 이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새로 마련된 조례안 두 건에 따르면 인권조례 대상자가 학생에서 학교구성원으로 확대됐다. 그중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에는 ‘아동·청소년에게 조기성애화, 성 정체성 혼란, HIV·에이즈(AIDS) 등 성매개감염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적으로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행위를 거부할 소극적인 권리로 제한돼야 하고, 성인의 자기결정권과 동일한 선상에 두고 취급 또는 판단돼서는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열린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를 위한 청소년' 기자회견에 참가한 청소년 활동가들이 '학생의 인권 존중하는 사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열린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를 위한 청소년' 기자회견에 참가한 청소년 활동가들이 '학생의 인권 존중하는 사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해당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 취지를 서울시의회가 새로운 조례안에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대위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새 조례안을 만드는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생, 교직원, 교사 등 대상을 확대한 조례를 제정하면 학생들의 자유·평등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이전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의 레빗 활동가는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교육받지 못해 그 존재조차 잘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학생인권조례의 존재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며 “조례에 따라 설치된 학생인권교육센터를 통해 학생들이 인권 침해 구제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라는 울타리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학생 인권 감수성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며 “학교구성원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고 싶다면 학생인권조례는 두고 교직원이나 교사 인권 조례를 새로 만들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소수자 학생 인권 침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보통 활동가는 “해외에는 트랜스젠더 학생을 위한 교육 과정 지원 제도 등이 마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들을 포함한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 취지의 내용은 반인권적”이라며 “차별과 혐오에 기반한 새 조례안에 반대한다. 서울시의회는 성소수자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열린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를 위한 청소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열린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를 위한 청소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자회견에서 공대위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아닌 '학생인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각 지자체별로 마련된 학생인권조례를 전국 모든 지역의 학생들에게 적용하려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일부터 공대위는 학생인권법 제정 서명 운동을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학생인권법이 국회에 최초로 발의됐던 2006년을 떠올리며 목표 서명 인원은 2,006명 이상이라고 했다. 공대위는 목표 서명 인원을 달성하면 서울시의회에 서명지를 전달하며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