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만큼 돈 받는’ 배송노동자, 근무일수 축소 통보에 반발
‘일한 만큼 돈 받는’ 배송노동자, 근무일수 축소 통보에 반발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2.22 18:06
  • 수정 2023.02.22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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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과 계약한 일부 운송사, 온라인배송노동자에 근무일수 축소 통보
“건당 수수료받는 배송노동자... 휴일 증가 따른 편익보다 수입 감소로 인한 불이익 커”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는 21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SSG닷컴 본사 앞에서 '일방적 근무일수 단축 및 운송료 삭감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는 21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SSG닷컴 본사 앞에서 '일방적 근무일수 단축 및 운송료 삭감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SSG닷컴의 이마트몰 온라인배송을 담당하는 배송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배송노동자들의 근무일수를 단축해 운송료 수입을 감소시킨 운송사들과 이들과 계약을 맺은 SSG닷컴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여러 운송사들이 비슷한 시점인 지난달 말 근무일수 단축 통보를 한 배경에는 운송사들과 계약관계인 SSG닷컴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지회장 이수암)는 21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SSG닷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의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은 SSG닷컴 등 대형 유통업체와 배송 위탁계약을 맺은 운송사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특수고용직이다. 이들은 배송건수당 수수료를 지급받고 있어, 배송건수나 근무일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온라인배송지회는 배송노동자들이 지난달 말 운송사들에게 월 2일 또는 월 4일 근무일수 축소와 동시에 휴무일수 확대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온라인배송지회는 대체로 주 6일 근무하는 배송노동자들의 휴일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들의 수입이 급작스럽게 줄어드는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배송지회 조사에 따르면 배송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수입(운송 수수료)은 약 13만 원이다. 추가되는 휴무일수가 월 2일이면 26만 원, 4일이면 52만 원 가량의 수입이 줄어든다. 

현재 배송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서 배송차량 유지 및 관리비, 보험료, 차량 할부금 등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물가상승으로 각종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근무일수 축소에 따라 수입이 줄어들면 경제적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고, 이러한 경제적 불이익은 휴일 증가로 인한 편익보다 더 크다고 온라인배송지회는 주장했다.

서태일 온라인배송지회 김포네오몰분회 분회장은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배송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현 운송료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며 “휴일에도 운송료가 보장된다면 주 5일제를 선택하겠다. 그러나 그게 아닌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온라인배송지회는 배송노동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운송사들이 근무일수 축소 변경 통보를 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배송지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배송노동자들은 계약서상 기본 근무일수가 26일로 정해져 있다. 그중에는 ‘주 1회 휴무(단, “수급인”과 협의 후 변경가능)’이라고 규정돼 있는 내용도 있어, 일방적인 근무일수 축소 통보는 계약 위반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수암 온라인배송지회 지회장은 “근무일수를 줄이면 운송료 삭감도 같이 된다. 그것도 한두 푼이 아니고 수십만 원이 왔다갔다한다. 최소한 배송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배송노동자의 휴무는 당사자와 합의해 정해야 한다. 근무일수를 줄이는 게 정 필요하다면 추가 휴무에 대한 기본 운송료 지급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SSG닷컴 관계자는 “당사는 화주로서 운송사들과 배송계약을 맺고, 운송사는 배송기사와 계약을 통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배송 환경 개선을 위해 운송사와 협의체를 운영하며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배송지회는 운송료 삭감 없는 휴일 보장, 기본 운송료 인상 등을 위해 전국의 온라인배송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