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77주년...엇갈린 노정 발언
한국노총 77주년...엇갈린 노정 발언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3.11 00:14
  • 수정 2023.03.11 0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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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대정부 투쟁’, ‘내부 개혁’ 과제로
이정식 노동부 장관 ‘축사’는 법치주의, 사회적 대화, 회계장부 제출
10일 한국노총빌딩 1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77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날’ 행사 ⓒ 한국노총
10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 1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77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날’ 행사 ⓒ 한국노총

올해 한국노총 창립 기념식은 노동계와 정부 사이 간극을 확인하는 듯한 자리였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 개악 중단’과 ‘대정부 투쟁’, ‘노총 개혁’ 의지를 밝혔다. 반면 외빈으로 참석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정부 정책을 ‘노동 개혁’과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회계장부 제출’과 ‘사회적 대화’를 요구했다.

10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 컨벤션홀에서 ‘한국노총 창립 77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날’ 행사가 열렸다. 한국노총은 1946년 3월 10일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 결성일을 창립일로 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장시간 노동 법제화 추진 ▲노동조합 회계장부 제출 강요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여론몰이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노동계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고,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노정) 대립의 시간과 강도는 길어지고 강해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한국사회의 미래와 희망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부를 합친 것보다 참담한 역진(逆進)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삶이 위협받을 때, 노동의 권리가 공격받을 때 나서고 싸우는 게 노동조합의 역할이고 한국노총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최근 한국노총과 산하 조직 임원들의 횡령·금품수수 혐의로 불거진 문제에 관한 대책 마련에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김동명 위원장은 “조직 내부 소수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단호하게 척결하며 당당한 혁신의 길을 가겠다”며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전면적인 한국노총 조직혁신위원회 활동을 통해, 상반기 중으로 구체적인 결과물을 국민과 조합원들 앞에 내놓을 것임을 굳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동명 위원장은 ▲지역노동 활성화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입법 투쟁 ▲비정형 노동자를 위한 한국노총플랫폼노동공제회 활동 강화 ▲노동·시민사회세력과 연대로 장기적인 투쟁 준비 등을 한국노총의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외빈으로 참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김동명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하는 듯한 축사를 남겼다. 이정식 장관은 “노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들의 알 권리 보장과 투명성 강화를 통해 노동조합의 대내적 민주성과 대외적 자주성을 제고함으로써 현장과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노동운동이 되는데 선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정부의 회계장부 제출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노사 법치주의는 노사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라며 정부의 법적 조치가 노동계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정식 장관은 “노사 모두 불법적인 관행을 털어내고, 갈등과 반목 대신 상호신뢰와 존중의 파트너십에 기초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데 (한국노총이) 힘써 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이정식 장관은 장시간 노동 확대 등과 관련해 “정부는 미래세대가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박한 마음으로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노동 정책이 한국노총의 운동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확신한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결단과 책임 있는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정식 장관 외에도 여러 정재계 인사들이 자리했다. 사용자단체와 정부 측에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고민정 최고위원과 김경협·도종환·이원욱·한정애·김영진·박주민·이수진 의원과 박홍배 노동위원장(금융노조 위원장)이 함께했다. 정의당에선 이정미 당대표와 류호정 의원, 조귀제 노동위원장이 자리했다. 국민의힘에선 김형동 의원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