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만든 NC소프트, 노조 설립
'리니지' 만든 NC소프트, 노조 설립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4.10 17:19
  • 수정 2023.04.10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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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화섬식품노조 NC소프트지회 출범
"고용 안정과 수평적 조직문화 만들 것"
오른쪽부터 송가람 지회장, 이정미 수석부지회장, 윤남경 사무장 ⓒ NC소프트지회

게임개발사 NC소프트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NC소프트지회(지회장 송가람)는 10일 오전  NC소프트지회의 출범을 알리며 NC소프트에 ▲가족경영에 기반한 수직적 문화 ▲만연한 불법 연장노동 ▲잦은 권고사직과 대기발령 등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조합을 통해 ▲고용 안정 ▲수평적인 조직문화 등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NC소프트는 유명 MMORPG 게임 '리니지'를 만든 게임개발사다. 대형 게임개발사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넥슨·스마일게이트·엑스엘게임즈·웹젠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이로써 현재 3N(넥슨, 넷마블, NC소프트. 한국의 3대 게임개발사를 통칭해 부르는 말) 중엔 넷마블만 노동조합이 없다.

송가람 NC소프트지회 지회장은 NC소프트에선 정직원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 NC소프트 정직원들은 '한시적 정규직'이다.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팀은 없어지고, 팀원들은 '데브 팀(Dev team)'이라는 곳으로 발령이 난다. 데브 팀 발령은 일반 회사의 대기발령쯤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데브 팀에서 다른 팀으로 가려면 마치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듯 각 팀에 지원서를 보내고, 면접도 봐야 한다. 팀원 선발 시 기존 직원이 외부 인력에 비해 갖는 이점이 전혀 없어서 직원들은 항상 불안해 한다. 다른 팀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데브 팀에 오래 잔류하게 되면 결국 퇴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송가람 지회장은 NC소프트의 '상후하박(윗사람에게는 후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박함)' 문화를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NC소프트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서 최고 연봉자와 일반 직원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기업이다(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의 연봉은 123억 8,100만 원으로 직원 평균 연봉 1억 1,400만 원보다 108.6배 높았다).

이런 큰 임금 격차를 두고 NC소프트지회는 "직원들은 프로그램 런칭과 업데이트를 이유로 장시간의 연장노동에 동원되곤 한다. 하지만 일반 직원들은 연장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과실은 주로 임원들에게 돌아간다. 직원들은 마치 임원의 승진과 보수를 위한 '아인하사드' 같다"고 지적했다. 아인하사드는 리니지 시리즈에서 게임 캐릭터의 빠른 성장을 돕는 아이템의 일종이다.

송가람 지회장은 " NC소프트는 조직문화도 경직적인 편"이라고 지적했다. NC소프트는 임직원의 평균 연령이 비교적 낮은 게임 회사인데도 오래전부터 가족경영을 해온 탓에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에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열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상명하복적이고 수직적인 문화 때문에 설립이 늦어졌다"며 "차근차근 조직문화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NC소프트지회 온라인 홈페이지 갈무리

NC소프트지회의 별칭은 '우주정복'이다. 우주정복은 과거 NC소프트의 공식 블로그명이다. 당시 NC소프트는 우주정복을 "남들이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NC정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NC소프트지회는 "'우주정복'을 노동조합식으로 재정의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정'의하는 행'복'한회사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위원장 오세윤)은 NC소프트지회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IT위원회는 “노동조합의 시작은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엔씨소프트 직원들에게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부탁했다. IT위원회엔 네이버지회, 카카오지회, 넥슨지회, 스마일게이트지회, 웹젠지회, 한글과컴퓨터지회, 포스코ICT지회, LIG넥스원지회 등 다양한 IT회사의 노동조합이 함께하고 있다.

화섬식품노동조합(위원장 신환섭)은 "NC소프트지회의 출범이 장시간 노동시간과 권고사직 압박에 시달리는 게임업계의 노동환경을 개선해 갈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NC소프트지회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원서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