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건조 노동자들 “한화-대조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해야”
함정 건조 노동자들 “한화-대조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해야”
  • 정다솜 기자, 천재율 기자
  • 승인 2023.04.11 20:20
  • 수정 2023.04.11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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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속노조·정의당 국회 기자회견 열어
‘조선소 방산분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대책 국회·공정위에 촉구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선소 방산분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대책을 마련하라'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선소 방산분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대책을 마련하라'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함정, 잠수함 등 특수선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고용을 걱정하고 있다. 특수선 소재·부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한화가 특수선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에 특혜를 줄 경우 HD현대중공업 등 다른 특수선 제작사가 수주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지부장 정병천)와 HJ중공업지회(지회장 심진호), 정의당 노동위원회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그룹의 조선소 방산 분야 독점적 지위가 예상된다”며 “국회와 정부, 공정거래위원회는 방산 분야에서 한화그룹의 불공정 행위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미비한 점이 있으면 즉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병천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은 “국내에서 특수선인 잠수함과 함정을 만들 수 있는 곳은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개 회사뿐”이라며 “방산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까지 인수하게 되면 슈퍼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심진호 HJ중공업지회 지회장은 “선체에 무기체계, 보조 장비, 통신 장비 등 수많은 장비가 결합돼 한 척의 군함이 완성된다”면서 “그런데 한화그룹은 이 장비 분야에서 대한민국 선두에 있고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부문까지 인수하면 방위산업 독과점 체제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을 조립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선 부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한화와 특수선을 최종 완성하는 대우조선해양이 수직결합하면 함정 제작 경쟁사들이 불리해져, 노동자들의 고용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진호 HJ중공업지회 지회장은 “우리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이 빠르게 정상화되길 바란다”면서 “노동자들은 한화그룹의 방위산업 독과점 체제가 확고해지면서 경쟁사들이 고전하고 현장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의 고용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조귀제 정의당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외에 방산 분야 3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4,000여 노동자와 8,000여 가족들은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이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방산 부품을 대우조선해양에 팔거나 부품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또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3개 사업장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기술 정보도 차별적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런 우려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특수선 부품을 방위사업청이 직접 납품받아 특수선 제작사에게 공급하는 식으로 거래 구조를 바꾸면 경쟁제한 등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에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군납비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공정성에 문제가 없을 거란 방위사업청의 의견은 노동조합 입장에선 믿기지 않는 이야기”라며 “한화그룹이 공정 거래를 약속하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하면 우리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병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선소 방산분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대책을 마련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정병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선소 방산분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대책을 마련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심진호 HJ중공업지회 지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선소 방산분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대책을 마련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심진호 HJ중공업지회 지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선소 방산분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대책을 마련하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