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보건·복지 강세...변해가는 지역 노동
고령화, 보건·복지 강세...변해가는 지역 노동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4.14 14:43
  • 수정 2023.04.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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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평균 연령 3.6세 증가...만 34세 이하 증가 지역은 세종·충북·경기뿐
제조업 강세 지역 부울경, 제조노동자 수 줄어들어
10년간 평균임금 75만 원 증가, 노동시간은 5.4시간 감소

만 65세 이상 노동자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의 노동자 규모가 모든 지역에서 10년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만 34세 이하 노동자와 일자리가 많은 상위 5개 산업 노동자가 모두 늘어난 지역은 경기도와 세종시 둘뿐이었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13일 공개한 ‘지역별 임금노동자 규모와 노동조건 변화’를 보면, 대부분 지역에서 노동시장 고령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10년간(2012~2022년) 전국 17개 시·도 노동자의 평균 나이는 만 41.2세에서 만 44.8세로 올랐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은 강원도로 만 42.8세에서 만 48.8세로 껑충 뛰었다. 17개 시·도 중 만 34세 이하 노동자가 증가한 지역은 세종(184.5%)·충북(9.5%)·경기(2.1%) 단 세 곳에 불과했다. 증가 규모는 경기도가 3만 4,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만 65세 이상 노동자는 전 지역에서 증가했는데,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경기도로 136.3%(36.1만 명)에 달했다. 증가율로 보면 부산(133.1%, +11.9만 명), 경남(73.5%, +11.3만 명), 서울(55.9%, +15.4만 명) 등이 뒤를 이었다.

노동자가 가장 많은 5개 산업(제조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도·소매업, 건설업, 교육서비스업) 중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만 유일하게 전 지역에서 노동자 수가 늘었다. 10년 전보다 103.7%(+133.4만 명) 증가하며 제조업 다음으로 노동자가 많은 산업을 차지했다.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이 지속해서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업은 405만 2,000명(2022년 상반기)으로 여전히 가장 많은 노동자가 일하는 산업이지만, 전통적인 제조업 강세 지역인 부산·울산·경남의 제조업 노동자 수는 감소했다. 부산 -5만 2,000명(-23.1%), 경남 –1만 5,000명(-3.8%), 울산 –1만 3,000명(-7.5%) 순이다. 감소 규모로만 보면 서울이 6만 4,000명(-18.8%)으로 제일 많았다. 노동자 수는 10년 전보다 54만 6,000명(15.6%) 늘었지만, 그중 무려 52만 명이 경기도에 쏠려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노동자 수가 가장 적게 늘어난 산업은 도·소매업으로, 서울 등 10곳에서 규모가 감소했다. 건설업 노동자는 경북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증가했지만, 최근 5년(2017~2022년)으로 증감률을 좁히면 감소 지역은 6곳으로 늘어났다.

2012~2022년 전국 17개 시·도별 임금노동자 규모와 노동조건 변화 (자료: 민주노동연구원)

지역별로 노동자가 감소한 산업을 보면 경남 제조업, 충북 도·소매업, 강원 교육서비스업, 서울·대구·대전·울산은 제조업과 도·소매업, 광주·전남 도·소매업과 교육서비스업, 경북 건설업과 도·소매업 등이다. 부산은 제조업,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 3개 산업에서 노동자가 줄었다. 조사 기간을 최근 10년에서 5년으로 좁힐 경우, 감소 산업이 늘어나는 지역도 있다. 전북(0→3개), 인천(0→2개), 전남(2→4개), 광주·대전·경북(2→3개) 등이 대표적이다.

2022년 상반기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은 286만 원, 최저임금 미달률은 15.5%, 주간 노동시간은 38.5시간, 근속연수는 6.0년이다. 10년 전에 비해 평균임금은 +75만 원, 노동시간은 –5.4시간, 근속연수 +0.7년, 최저임금 미달률은 –6.1%p의 변화를 보인 건데, 유일하게 광주만 모든 지표에서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변화를 보였다. 반대로 대구는 전국 평균보다 임금과 근속연수는 늘고, 노동시간과 최저임금 미달률은 줄었다.

월 평균 임금이 가장 높은 지역은 2012년 울산(252만 원)에서 세종(329만 원)으로 바뀌었다. 평균 임금 인상액이 가장 높은 곳 역시 세종(129만 원)이었다. 세종은 최저임금 미달률이 -0.4%p로 유일하게 감소한 지역이기도 하다. 세종 외에도 만 34세 이하 노동자가 증가한 다른 지역(충북·경기)도 최저임금 미달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임금이 가장 낮은 지역은 제주(178만 원)에서 강원(246만 원)으로 바뀌었다. 인상액이 가장 낮은 지역은 울산(48만 원)이다. 주간 노동시간이 가장 긴 지역은 39.7시간을 기록한 충남이고, 가장 짧은 지역은 강원(36.0시간)이었다. 노동시간이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울산(-7.0시간), 가장 적게 줄어든 지역은 세종시(-4.3시간)다.

근속연수가 가장 긴 곳은 울산(7.3년)이며 10년 전에도 6.9년으로 가장 길었다. 가장 짧은 지역은 인천(5.4년)이다. 근속연수가 가장 늘어난 지역은 세종(1.7년)이며, 변화를 보이지 않은 전북이 가장 늘어나지 않은 지역이었다.

정경은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노동자가 많은 5대 산업의 지역별 증감 편차가 상당하다”며 “노동자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나 청년이 빠져나간 지역에서는 노동의 위기가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도소매업 같은 기존 산업의 고용 창출 역량이 줄어들고 있다. 정보통신, 서비스업 등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노동집약도가 낮아 줄어드는 일자리를 상쇄하기 어렵다”며 “특히 광주처럼 노동조건 개선이 더디고 5대 산업 노동자 수도 감소한 지역에 대한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