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써야 할 비은행권 위기 관리
신경 써야 할 비은행권 위기 관리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4.19 18:14
  • 수정 2023.04.19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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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금융노조, ‘세계 은행위기, 한국 금융은 안전한가’ 토론회 열어
저축은행 및 제2금융권 모니터링 해야... 금융당국 제역할 점검도 필요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세계 은행위기, 한국 금융은 안전한가?' 토론회가 열렸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비은행권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위기 관리를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 ‘세계 은행위기, 한국 금융은 안전한가?’ 토론회가 열렸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사태로 부상하고 있는 세계 은행위기 우려에 대한 학계, 시민사회, 노동단체, 정부의 의견을 나누고, 한국 금융 상황에서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논해보고자 마련한 자리다.

SVB 사태의 교훈
금융기관 수익 창출 구조

발제에 나선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금융산업 위기 관리를 위해 금융기관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실리콘밸리은행(SVB)와 국내 은행의 자산 구성 비중을 비교하며 설명했다.

전성인 교수는 “SVB 자산 구성 50% 이상이 유가증권, 대부분이 만기도래증권과 부도위험이 없다고 알려진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주택저당증권)였다”며 예금을 부실 자산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해당 상품들이 고금리 시기에 취약한 자산 구성으로 파산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했다.

이와 달리 “국내 은행의 자산 구성 50% 이상이 대출로 국내 은행권은 SVB 사태와 같은 위기를 겪진 않고 괜찮을 것”이라 전했다. 즉 “은행이 영업 구조가 어떤지에 따라 은행에 닥치는 위기 사유가 다르다”고 밝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발제에서 “우리나라 은행 평균 예대율은 90% 수준이고 4대 은행은 95%가 넘기 때문에 대출이 한 번에 부실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산한 SVB는 예대율이 43%고 보유한 증권이 부실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비은행권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

다만, 비은행권은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데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입을 모았다. SVB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수익 창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고, 금융당국의 감독이 느슨한 영역에서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성인 교수는 △예금보험제도 외부에서 요구불 예금을 유치한 금융기관 △금리인상에 취약한 부문에 자금을 운용(부동산/국공채)한 금융기관 △자기자본 비율이 취약한 상태서 연체율 상승 금융기관 △고유 계정 아닌 별도 계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금융기관 △금감원의 공식적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기관 등에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용우 의원도 “자산-부채 관리에 문제가 있는 은행 및 제2금융권 점검 및 비상 플랜 마련이 필요”하고 “부동산 PF는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적극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125조 원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단기 대출 및 AB-CP 부채 조달 구조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나 분양으로 연결되지 못할 경우 자금경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후순위 대출 및 지급 보증한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 등 제2금융권과 건설사에 위기 발생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보험제도 어떻게 손볼까

SVB 사태와 관련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예금보험제도 논의도 이번 토론회에서 이어졌다. 전성인 교수는 “예금보험계정의 재무적 충실화가 시급하다”며 “보호 한도를 현재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고 보험료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센터장은 “예금보험제도의 본질은 단기 부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통해 금융중개의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예금보호제도로써 예금부채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뱅크런을 억제하고, 금융안정계정을 통해서는 비예금부채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비은행권 파산을 억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용우 의원은 신중론을 펼쳤는데,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법인이나 부자들의 예금을 일반 서민들에게 전가하는 구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금융기관별 리스크에 따른 예금요율 차등 인상, 예금보호한도 차등화, 보험료의 실질적 부담 분포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위기 상황에서 예금전액보호 조치를 내렸으나 정치적 논란과 은행의 위험관리 도덕적 해이 초래에 직면했기 때문에 신중론을 펼친 것이다.

금융산업 위기 관리
당국은 잘하고 있나?

금융당국의 제대로 된 역할을 주문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선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진짜 위기는 금융당국 때문에 올 것 같다”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를 금융위가 만들었다. 당시 예로 든 것이 실리콘밸리은행인데, 얼마 후에 파산했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수석부위원장은 “지금 금융당국이 할 일은 위기 진단을 제대로 하고, 안정을 추구해야 할 금융산업에 경쟁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거시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TF 구성에 은행권이 배제됐는데, 은행·금융 현장의 목소리 반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어디가 안전한지에 대한 평가보다는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이야기한다”며 “현재 금융회사들에 대한 모니터링, 유동성 공급 조정, 금융권 위기 루머에 대한 엄정대응, 정보 비대칭성 극복 등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금리인상기에는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도 위험할 수 있어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관련해서는 유가증권 보유의 문제보다는 이후 대응 문제라고 본다”며 다른 시선으로 실리콘밸리은행 문제를 바라봤다.

이어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문제 관련해서 지원체계가 충분치 않았고, 우리나라는 대응 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며 “TF에서도 현재의 위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발제에서 나온 자기자본 비율이 취약하고 연체율이 높은 금융기관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경제연구소가 공동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김한규·민병덕·이용우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발제는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토론은 임일섭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센터장,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이 진행했다. 좌장은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