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동자 기죽지 말자! 금융노조가 버팀목이다
금융노동자 기죽지 말자! 금융노조가 버팀목이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5.10 12:40
  • 수정 2023.05.10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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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탄압·관치금융과 싸우고, 비정규직 연대 강화할 것”
[인터뷰]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 창구에서 일하면서 고객들에게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경험이 있어서인지 “요즘 점포 직원들은 더 힘들다”고 했다. 급속도로 진행된 점포폐쇄로 고객들은 다른 지점까지 시간을 들여 이동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한 고객당 설명 시간이 늘어 대기 시간은 더 길어졌다. 이미 고객들의 인내는 바닥일 확률이 높다. 게다가 요즘 정부의 은행권 돈잔치 이야기로 은행 직원들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그래서 박홍배 위원장은 “금융노조가 버팀목이 될 테니, 기죽지 말자”고 한다. 지난 4월 14일 박홍배 위원장을 만나 버팀목이 될 금융노조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4월 14일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금융노조

“일하는 금융노조...
10만 조합원의 버팀목 되겠다“

- 대면 활동 제한이 완화됐다. 최근 조합원들을 만나서 나눈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지역에 거주하고 근무하시다 서울로 발령 난 조합원의 이야기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울 발령은 본인 희망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은행이 코로나 3년 동안 급속도로 점포 폐쇄를 했고, 그중에서도 지역에 있던 시중은행 점포들이 많이 문을 닫았다. 그곳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자리가 사라지니 자리가 나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점포당 근무 인원 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한 사람이 맡게 되는 담당 업무가 늘어나 업무 부담으로 애로사항을 말씀하시는 조합원들이 많다. IT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화 돼서 업무가 간소화된 측면도 있지만 인원이 줄어들며 발생하는 업무 가중을 해소할 수준은 아니다.

- 거주하는 곳을 떠나 일하는 조합원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금융서비스는 전국 어디서나 필요하다는 산업 특성 때문도 있다. 다만 코로나 3년 동안 점포 폐쇄, 새로운 갈등인 국책은행 지역 이전이 향후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거주지와 근무지는 굉장히 중요한 노동 조건인데, (정부와 사용자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 싶다.

- 재선 위원장이다. 지난 3년의 노동조합 활동 중 이어가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

3년 반 전 ‘일하는 금융노조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산별노조가 해야 할 일을 찾아 지부와 현장 조합원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잘하자는 의미다. 이번 집행부에서도 유효한 약속이다. 작년 9·16 총파업을 했다. 6년 만의 총파업이었다. 현재 최악의 노동계 탄압 국면, 관치금융 부활 시점에서 금융노조는 적극적인 활동으로 산별노조의 중요함을 알릴 것이다. 또한 쟁의행위 없이 상생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필요하다면 어떤 투쟁이라도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금융노조의 연대임금 역사가 20년 가까이 된다. 노사 기금 출연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금융산업공익재단도 만들었다. 재단 재산 절반을 출연한 출연자로서 금융노동자들이 사업을 제안하고 요구할 것이다. 금융산업 내 비정규직, 금융산업에 함께하고 있는 시설관리·미화 노동자 등과 연대를 시작하면서 사회연대 활동도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 한편으론 3년을 매듭짓고, 새롭게 구상하고 추구하는 바를 알려 달라.

27대 집행부 선거에 출마하면서 10만 조합원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현 정부의 공공부문 탄압, 노동개혁을 통한 노조 길들이기, 관치금융 시도 등에서 향후 어려운 3년이 예견된다. 그 최후의 보루로 금융노조가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그 중 하나로 금융노조 법률원을 상반기 중에 출범할 예정이다. 지부와 본조의 투쟁에 법률 지원이 1차 목적이다. 나아가서는 법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조합원들을 위함도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소한 실수 혹은 그런 것이 아님에도 징계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편하게 법률 조언을 받도록 도움을 줄 생각이다.

27대 집행부에서는 비정규직 연대를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조직 확대도 함께 추진할 것이다. 현재 정부는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를 갈라치기 하는 귀족노조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금융노조가 될 것이다. 금융산업 내 많은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들과 손을 잡고 그들의 노조할 권리, 중간착취 당하지 않고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를 위해 투쟁하려 한다.

또 하나, 39개 지부가 모두 만족할 만한 더 나은 산별교섭체제에 대한 고민을 할 시기라 생각한다. 전문가들과 방안을 모색해 사용자 측과 협의를 시작하겠다.

사회연대를 위한 교섭,
금융산업 비정규직 조직화 확대

- 조직 확대를 이야기했는데, 6년 만에 조직강화위원회를 구성했다.

3년 동안 조합원이 4,000여 명 정도 줄었다. 굉장히 많은 숫자다. 국책금융기관 등 일부 지부에서 조합원들이 꾸준히 늘었고, 신규 가입 지부들이 있어 새로운 조합원들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합원 수 감소는 산별노조로 큰 문제다. 그래서 금융IT 사업장 조직화를 계속 추진하고, 비정규직과 연대를 통해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새로운 접근을 하려 한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연대노조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하나로 교섭한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적용받는 것이 이상적인 형태라 생각한다. 그런 측면의 조직강화를 추구하려 한다.

- 올해 산별중앙교섭이 시작됐다. 주요 요구안은 무엇인가?

임금은 정규직 3.5%·저임금직군 7.0% 인상을 요구했다. 별도로 사회공헌 기금 조성을 위한 노사 각각 총액임금의 1.6%(3,200억 원 규모) 출연도 요구했다. 3.5%는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른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수치다. 어느 때도, 어느 곳도 찾아보기 어려운 임금인상 요구안이다. 정부가 금융노동자를 향해 악의적인 돈잔치 프레임을 씌워 현장에서 고객들을 대하며 어렵게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노동자라도, 심지어 국회의원, 대통령이더라도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이 늘지 않으면 생활수준이 후퇴한단 것은 상식이기 때문에 금융노조의 요구를 반박하기 어려울 거라 본다.

사회공헌기금 출연은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제 악화를 감안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고통분담과 금융권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해 요구한 것이다. 올해는 단체협약 개정이 없는 해다. 대신 매년 해왔듯 중앙노사위원회를 통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점포 폐쇄 시 노사합의, 고용 확대, 노동조합의 경영 참여, 공동근로복지기금 운영, 영업시간 운영 및 주4.5일제 등 노동시간에 관한 사항들을 요구했다.

- 이처럼 금융노조가 사회연대에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 높은 임금 수준의 IT노동자, 제조업노동자들도 있지만 금융노동자들은 지탄의 대상이 돼왔다. 이자 장사만 하면서 편하게 돈 번다고 하는 왜곡된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혜를 모아 사회연대, 노동자 연대에 앞장 서왔다.

또 금융산업에 독특한 문화가 있다. 협업을 해서 같이 성과를 내는 노동문화다. 개인 영업 기술이 뛰어나 개인 성과가 높을 직원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분들과 아닌 분들 모두 한 지점에서 함께 성과를 내고 노력해야 더 나은 성과등급을 받는 것을 노동자들이 잘 알고 있다. 이런 문화로 연대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 금융노동자들 몸속에 내재해 있다.

그리고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 과연 다음 세대들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가능성이 낮다면 다음 세대, 혹은 우리 자녀들을 위해 누군가는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게 금융노동자들의 입장이다.

경제와 산업의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 정부
양대 노총 금융노동자 공동 투쟁에 나설 것

-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노동정책이 금융노동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보는가?

금융정책에서 지금 정부는 계속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이 무너질 것이고, 과거 외환위기 시절 경험했던 것처럼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이 재현될 거라 본다. 정작 중요한 금융중심지 정책에 대해서 금융위는 목소리도 내지 않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어떤 검토도 하지 않고 추진하는 한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은행 직원들의 성과급·퇴직금을 들여다보겠다며 노사 합의 결과물인 성과급에 대해 문제 삼는다. 금융당국이 헌법상 단체교섭 권리까지 무시하는 행태에 현장 조합원들이 매우 분노하고 있다. 오는 6월 금융위에서 관련 결론을 내린다는데,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게 포함됐다면 노동조합이 나서지 않아도 현장이 들고 일어서는 일종의 제3의 넥타이 파동이 일어날 것 같다. 노동정책 중에서 노동시간 개혁이 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많이 줄 것인데, 헛다리 짚었다고 본다. 임금체계 개편도 그렇다.

- 산별노조로서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이다.

금융산업 발전을 이 정부에서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금융에 문외한인 검사 출신 이복현을 금융감독원 수장으로 앉힌 것, 그리고 그가 취임 일성으로 이자 장사를 중단하라고 한 것이 증표다. 한국을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는 것이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에 어렵다고 알려진 바 있다. 우리 경제와 금융산업의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 정부다. 그럼에도 이런 정부 정책이 잘못됐음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하는 투쟁과 제도 개선 투쟁을 노동조합이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물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차등 철폐는 분명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될 거라 생각한다.

- 금융 노사정 대화 채널에 대한 고민도 들려 달라.

정부가 바뀌고 공식적인 노정협의체는 가동되고 있지 않다. 실무급 소통 채널 정도는 살아 있다. 노정협의 채널 복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 정부는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 안타깝다. 지금보다 상황이 어려워지고 금융위기가 오면 아쉬운 마음에 정부 측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을까 한다.

- 양대 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가 만들어졌다. 앞으로의 행보는?

큰 적이 있을 대는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양대 노총이 과거에 비해서 연대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도 6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양대 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6월까지 가동될 금융위 TF에 대응을 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의 관치금융 철폐를 위한 투쟁을 함께할 계획이다.

“절대 기죽을 필요 없다,
이 싸움은 우리가 이긴다“

- 작년 3만여 명의 조합원들과 거리에서 총파업을 진행했다. 조합원과 함께하는 투쟁에서 고민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사무직 노동자로 평상시 모습은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운동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투쟁의 현장에 함께하자고 할 때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다. 금융노조가 싸우고 요구하는 사항 중 어떤 부분을 현장에서 더 많이 공감할지 고민도 하고, 총파업 형태의 해결책만 있는지 고민도 한다.

그리고 전면 투쟁에 나서면 많은 조합원들이 함께 해야 하는데, 평상시에 얼마나 조직 활동을 열심히 하느냐, 지부와 본조가 소통을 많이 하느냐로 판가름 나는 문제인데, 늘 만점은 아니어서 고민이 있다.

또 하나는 젊은 조합원들이 바라보는 집회, 투쟁 문화다. 특히 공공기관 사업장은 2030세대들이 다른 데보다 많이 진출한 상황이다. 이런 것을 고려했을 때 좀 더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이 있다.

- 금융노조 조합원들에 한 마디 전한다면?

힘든 시기지만 절대 기죽을 필요 없다. 어차피 이 싸움은 우리가 이긴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