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논리로 생명·안전 짓밟혀” 울산의료원 예타 탈락
“돈의 논리로 생명·안전 짓밟혀” 울산의료원 예타 탈락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5.10 18:08
  • 수정 2023.05.10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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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경제성 부족으로 탈락해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 겪고도 경제성 논리라니 무슨 염치냐”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공공병원 확충·강화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공공병원 확충·강화! 전 국민 필수의료 보장!'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3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공공병원 확충·강화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공공병원 확충·강화! 전 국민 필수의료 보장!'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광주·울산의료원 설립을 "윤 정부 공공의료 확충 의지 시험대"라 표현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울산의료원 건립 사업이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국가의 책무를 져버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울산의료원 건립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10일 입장을 내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도 경제성 논리를 앞세워 탈락시키다니 무슨 염치인가”라며 “비용편익 셈법을 거두지 않고서는 지방 필수의료 인프라 구축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는 울산의료원 건립 사업은 경제성 분석 등의 기준에 미달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은 것은 우리나라 병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코로나19 환자를 받는 공공병원, 공공병상이 부족해서다. 5대 광역시에 속하는 대도시임에도 지방의료원 하나 없는 울산, 광주에서는 제때 치료받지 못하거나 입원을 하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일들이 더욱 처참하게 벌어졌다”며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돈이 되지 않는다고 내팽개치는 정부가 과연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특히 울산의료원 설립의 비용편익 값은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던 대전, 서부경남, 서부산 공공의료원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공공병원 설립에 돈의 논리를 갖다 대는 행태를 중단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라”고 요구했다.

울산시와 울산시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낙담하고 있다. 울산건강연대도 10일 오후 울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2020년 1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공공병원이 없어서 울산시민 819명을 다른 시로 보내야 했고,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민간병원은 병실 하나 내어주지 않았다”며 “울산 인구의 5분의 1인 22만 2,000여 명의 울산의료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에 (동의하며) 서명한 것만 봐도 시민들이 얼마나 의료원 설립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의료원 규모를 기존 500병상에서 350병으로 줄여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를 재추진하거나 300병상 규모로 건립 중인 산재 전문 공공병원을 500병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예비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나온 지난 9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공의료원 설립을 오직 경제성 중심으로 편협하게 평가하는 것은 지방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고,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던 정부의 입장과도 상반된다”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울산의 부족한 공공의료시설 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의료원 부지가 들어설 것으로 예정된 울산 북구도 ‘울산의료원 타당성 재조사 미통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울산의 공공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첫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되어 22만 북구민은 물론 120만 울산시민 또한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울산시와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의료원이 예비타당성 재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광주의료원 건립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광주의료원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의 검토를 받고 있다. 검토가 완료되면 기획재정부 재정사업 분과위원회 평가 등을 거쳐 재정사업평가위원회 도마에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