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뺀 건강보험 재정 논의...“건강보험 축소” 의혹도
양대 노총 뺀 건강보험 재정 논의...“건강보험 축소” 의혹도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5.11 06:45
  • 수정 2023.05.11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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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야당 “복지부, 양대 노총 길들이기 동참하나”
“양대 노총 포함한 재정운영위원회 정상화 절차 진행해야”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양대 노총 없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인 보건복지부를 향해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에 발을 맞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가 기존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2000년 관련법을 시행한 이후 20여 년 만에 양대 노총을 배제한 재정운영위원회가 구성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취임 1년 동안, 노조 탄압, 노조 때리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복지부가 이에 동조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에 직결된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구성까지 양대 노총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졸렬한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추천 과정과 결정을 철회하고, 정상화를 위한 위원 재위촉 절차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3일 12기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추천 공문을 양대 노총을 제외한 130개의 기업·지역 단위 노동조합(조합원 3,000명 이상)에 보냈다. 복지부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추천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를 공문에 ‘고용노동부에서 요구한 회계장부 관리·제출 등 노동조합법상 노조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정운영위원회는 병·의원과 요양급여비용의 계약 등 건강보험 재정 전반을 심의·의결한다. 직장가입자 대표 10인, 지역가입자 대표 10인, 공익 대표 10인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그중 직장가입자 대표는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하는 각 5명으로 정한다.

보장성 약화 등 정부가 건강보험제도 축소를 강행처리하기 위한 포석이란 의혹도 나온다. 직전 위원 임기가 지난해 12월 말 만료 되고 4개월간 묵묵부답이던 복지부가 병·의원 등 공급자단체와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급히 위원을 구성하려는 건 특정한 의도가 반영됐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총연맹이 지금까지 재정위원회 구성에 대해서 수차례 확인할 때는 묵묵부답이더니, 건강보험 수가 협상을 앞두고 날치기로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사전에 위원회 구성을 짜놓은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5월마다 진행되는 건강보험 수가 협상에 앞서 양대 노총을 배제한 건 정부의 입맛대로 재정운영 위원을 위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이 시점에 양대 노총을 배제하는 것에 대해 복지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것이라 답할 수 있느냐”며 “복지부는 건강권을 윤석열 정부의 이념을 지키는 수단으로 쓰려는 노골적이고 비상식적인 위원 추천 행위를 멈추라”고 했다.

양대 노총은 “역대 정부를 거쳐 오면서 3,300만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를 대표해 재정운영위원회에 참여해왔으며, 가입자로서의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운영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며 “배제와 일방통행으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의 의료·돌봄을 책임지는 건강보험을 지켜내기 위해 양대 노총은 국민과 함께 (복지부를) 강력히 규탄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