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으로 큰 걸음 걸을 것
‘통합’으로 큰 걸음 걸을 것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9.02.0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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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위기 심화…전략적으로 대응해야
민주노총, 얻어맞고 당하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사무금융연맹 5대 위원장에 재선된 정용건 위원장

지난 1월 21일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대의원대회에서 4대 위원장을 역임한 정용건 위원장이 53.88%를 득표해 재선됐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정용건 위원장을 만났다. 정 위원장은 지난 3년간의 활동에 대해 “하루에 주유소에서 기름 세 번을 가득 채워 모두 소진할 정도”로 “3년 동안 앞만 보고 죽어라고 달렸다”고 말했다.

그래서 ‘따뜻하게’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지난 3년간의 활동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며 “진정성이 있는 이야기들이고 겸허하게 수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자 정치세력화…큰 틀에서 대화해야

- 당선을 축하드린다. 이제 ‘고생’이 다시 시작됐다. 5대 집행부의 임기를 시작하기 전에 지난 3년을 다시 돌아본다면, 잘 한 것과 아쉬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억나는 것은?

“4대에서 처음 당선되자마자 국회에서 비정규법안이 강행처리 됐다. 국회 앞 단식농성, 천막 농성 들어가면서 임기를 시작해 굵직굵직한 일이 너무나 많았다. 론스타게이트 국민행동을 만들었고 한미 FTA 금융 공대위, 이랜드 뉴코아 천인 선봉대, 코스콤 투쟁 등 여러 투쟁들이 있었다.

현장의 다양한 요구들에 대한 고민과 여성 위원회를 중심으로 생리휴가 무급화 저지 법정 투쟁, 진보금융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정책과 대안 쪽에 대한 고민 등 큰 논의들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먼저 지난 대대에서 정치 방침과 관련한 지적이 있었다. 당시 당이 분열되면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완전히 표류할 수밖에 없고 당의 분열은 대중조직분열로 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대중조직의 요구와 상관없이 결국 몇몇 사람들이 주도한 불가피한 당내 갈등으로 인해 분열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 건설 준비모임, 노동자정당건설추진위원회 등등 다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난 지금도 각 조직의 현실을 무시하고 연맹의 방침을 통해 강제해서 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산별노조 출범과 관련된 지적인데 3년 만에 사무금융 대산별 출범을 목표로 가져갔지만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제 대산별 추진에 대한 정확한 목표와 방향을 잡아 나갈 예정이다."

- 위원장께서 이야기했듯 분당 이후 후유증을 많이 앓고 있다. 논쟁을 위한 논쟁, 비판을 위한 비판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분열이 각 조직 내에서 팽배하지 않은가. 연맹 위원장으로서의 융합과 정치세력화에 대한 소신을 말해 달라.

"20년의 정치세력화 노력이 민주노동당의 분당으로 인해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갔다. 누구든 지금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쫓아다니는 것이 지금의 정치 지형이다.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통합하라고 해서 통합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실적으로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노동당도, 진보신당도 사노준이나 노건추나 그 외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서 노동자 중심성을 명확히 하면서 갈 수 있는 대중정당의 고민들, 노동자와 민주노총이 얼마나 같이 할 수 있는가 열린 가운데 토론하면서 체계적으로 다시 하나로 모아내는 노력을 해야 되지 인위적으로, 힘으로 정리한다고 되지 않는다. 힘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갈등으로 인해 분당 사태에 이르렀는데 민주노총이 결의했기 때문에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방침을 열어놓고 충분한 토의를 통해 가야 한다. 배타적 지지라는 것도 이미 시효가 지난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스스로 서서 민주노총과 같이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지, 영원히 물적 토대가 민주노총으로 계속된다는 것은 이미 한계 수위가 다 됐던 측면이 있다."

▶ 1990년 신한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입사 ▶ 1999년 증권산업노동조합 초대위원장 당선 ▶ 2002년 민주노총 비대위 부위원장 ▶ 2003년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 ▶ 2006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 2009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재선
뜨뜻미지근한 민주노총, 강력한 결집 필요

- 민주노총이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차원의 대화와 협상도 단절된 데다 이석행 위원장 구속을 전후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총력 투쟁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됐는데 변변한 집회 한 번 열지 못하고 지도부부터 시작해서 누구든 자존심을 걸고 싸우지 않고 있다. 얻어맞는 것, 당하는 데 익숙해서 애써 외면하는 것 아니냐. 고개 돌리고 딴 데 보고 있다.

위원장이 잡혀 들어가면 지도부 단식을 하든 뭘 하든 해서 조합원의 울분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 그것이 안 되더라도 최소한 억울해서라도 항의하는 뭐라도 있어야 하는데 상층에서도 그게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지적이다.

외부적 위기의 문제도 아니고, 정파 갈등이나 이것으로 발생된 측면이 있다지만 그것을 뛰어 넘어서 당했으면 복수를 하겠다든지 이런 생각들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민주노총을 민주노총이라 이야기하겠나.

이석행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도 3년차에 들어서는데 지난 2년간의 활동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민주노총에 안 가도 사실 아무런 상관이 없을 정도로 가고 있다."

-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사업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얼마 전 코스콤이 타결됐고 지난 해 많은 장투사업장에서 민주노총과 상급단체에 대한 비판이 있어왔다.

"코스콤은 민주노총을 욕할 것이 없었다. 몇몇 곳에서 비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에서 풀 문제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려고 했었는데 다른 사업장들은 민주노총을 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랜드는 민주노총을 욕하면 안 된다.

민주노총에서 단위노조 싸움을 그만큼 해주는 것이 참 어렵다. 누구든 개인을 욕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상암점이니 평촌이니 중계동이니 뙤약볕에서 물대포 맞아가면서 당시에 투쟁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됐기 때문에 이제 그만할 것을 제안한다. 문제가 있다면 대의원대회를 열고 내부적으로 이야기하고 처리해야 할 문제지 언론에 대고 민주노총을 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교각살우다.

하지만 민주노총 전반으로 볼 때 어떤 사업이든지 책임 있게 무슨 일을 했는가 바라볼 필요는 있다. 민주노동당의 분열에 민주노총도 크게 한몫했다. 통합 노력 대신 분당 세력(당시 심상정 비대위)을 공격하기에 바빴던 것 아닌가. 투쟁사업장, 대정부와 관련해 말로만 심판이고 퇴진이었지 제대로 되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지도부가 스스로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금융위기, 더욱 심화될 것

- 금융위기로 인해 촉발된 2, 3월 위기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은행보다 금융권 내 증권, 보험 등 유관기관이 먼저 타격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산하 기관의 현황과 분위기는 어떤가.

"핵심은 은행이다. 지금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태인 것이고. 나머지 금융기관들은 외려 자산이나 이런 면에서는 상당부문 리스크를 회피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에는 실물이다. 쌍용자동차 터진 것 보면서 정말 심각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 연맹에 한국후지쯔가 희망퇴직을 요구하는데 회사에서는 30%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체 인원의 20%가 넘어가면 조직의 근간을 흔들 정도인데, 상당히 심각한 것이다. 바스프도 화성공장을 폐쇄한다고 하고 실물 부분은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각 금융기관에서 성장률을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는데. 하반기에 좋아진다는 것은 단지 ‘희망’으로 그칠 것 같다. 실제로 하반기에는 훨씬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융기관 숫자를 줄이겠다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IMF 경험이 있고 몇 가지 지표들이 있는데 은행의 BIS나 보험사의 지급 여력 비율 등이 기준치를 맞출 정도는 준비가 돼 있는 상태다. 실물이 나빠지면서 전반적으로 금융으로 다시 넘어가서 나빠질 우려가 있는 것이고 한 번에 관계 기업이나 유동성이 안 좋은 금융기관이 문을 닫는 방식보다는 수익이 안 나서 M&A시장으로 나가는 현상 등이 나타나지 않겠는가, 이렇게 보고 있다.

구조조정 관련해서 나오는 이야기는 위기를 틈타서 사측이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명분은 위기가 오기 전에 미리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거기에 대응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데, 노동조합도 위기라고 하면서 너무 쉽게 내주는 경향들을 갖고 있다.

면밀하게 회사의 경영 상태나 리스크는 어느 정도인지, 극복을 위해서 어떻게 해 나갈 건지 이런 고민을 좀 하면서 대응을 세워야 하는데 어렵다니까 회사가 밀어붙이고 들이대면 상당부분 인정해주는 이런 구조를 극복하고 제대로 진단하고 진단 과정에서 투쟁의 전략적 고민을 노동조합이 지금 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일 수 있다. 연맹이 그런 것과 관련한 대표자 회의, 수련회, 상근자 교육을 통해 방침과 입장을 갖고 교육하고 지도하려 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비정규직, 산별…최대 과제

- 코스콤 투쟁이 극명하게 보여줬듯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더욱 더 난항이다. 하나의 사업장이 해결되는 과정이 이처럼 지난했는데, 앞으로 다양한 비정규직 관련한 쟁점 현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연맹의 고민은 무엇인가.

"작년에 코비 투쟁에 속도를 낸 것도, 올해로 넘어 오면 정규직들이 다 나가는 마당에 비정규직 조직한다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에어백이라는 개념은 어느 정도 사라진 것 같은데. 정규직이 나간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이와 관련한 문제는 늘어날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은 비정규직들의 투쟁만으로 절대 가능하지 않다. 연맹이 붙어서 한 조직을 합의시키는 데 500일이 걸렸다. 그런 마당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싸움을 통해서 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결국은 정규직 노동조합 노동자와 비정규직이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어떻게든 만들어서 가져가야 한다.

함께 하는 고민 속에서 단계별이 되든, 조건에 맞춰서 가든 편차가 있겠지만 같이 하지 않고 개별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 투쟁을 통해서 독자적으로 가는 것은 금융 위기 속에서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정규직과 함께하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로 가지 않으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 처음에 거론했던 대산별 추진에 대해, 사실 이 ‘산별’이라는 것이 과연 대안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고, 지금은 산별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는 다양한 업종 간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엮어갈 것이냐 하는 데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 꼭 대산별로 가야 하는 건가.

"산별노조에 대해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을 하고 했는데 지금은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왜냐하면 만들어 놓고 보니 다들 무늬만 산별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기업별이 대안인가. 그건 아니다. 무늬만이라도 대안적 조직 형태인 것이다.

그나마 기업별이나 연맹체의 형식 보다는 재정을 집중하고 나름 권력과 자본에 대항해서 단체행동을 하고 파업권을 갖고 갈 수 있기 때문에 대안적 형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연맹 같은 경우에 상당히 다업종의 아주 작은 사업장으로 분류돼 있다. 그렇다고 금속처럼 지역적 토대가 있는 상황도 아닌데 느슨한 형태이더라도 산별로 크게 묶어가는 것과 관련한 고민을 해야 한다."

복수노조, 공세적으로 풀어야

-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뜨거운 감자다. 현재 노동계에서는 ‘노사 자율’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많은 부정적인 전망, 노노 갈등과 노동조합 자율성 문제 등 여러 가지 우려들이 많다.

"걱정들이 많다. 자본이 어용노조 만들어서 민주노조를 박살낼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렇게 박살날 것이었으면 운동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복수노조는 여전히 공세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노동조합은 구조적으로 선명성 경쟁을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민주노조를 어떻게 만들고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한다는 공격적, 전략적인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연맹이든 총연맹이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전임자 임금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어떤 방식이든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오랫동안 기업별 체제로 있다 보니까 전임자가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지급은 해야 하고 한국의 노사관계가 그렇게 흘러온 것을 지금 이렇게 하라는 것은 노동조합 죽으라는 이야긴데 그냥 죽을 수는 없다. 노동조합 활동에 드는 비용을 노동자들이 다 내라고 하는 건데, 그것은 노동자가 생산한 부가가치를 회사라는 창구를 통해서 가는 것 아닌가.

민주노총이 여태까지는 여기에 대해 침묵했는데 이제 침묵하면 안 된다고 본다. 위원장을 비롯해서 전임자 임금 지급이 안 된다고 하면 산별 조직으로의 변화를 할 수 있겠지만 상근자의 숫자에도 다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