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증세하라, 못 하겠다면 재정준칙 절대 안 된다”
“제대로 증세하라, 못 하겠다면 재정준칙 절대 안 된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5.16 13:58
  • 수정 2023.05.16 1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정준칙 국회 기재위 소위 안건 상정···“복지·사회서비스 축소 우려”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경실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16일 오전 10시 소통관에서 '재정준칙 도입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정부와 여당이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재정준칙은 나라의 적자를 일정 비율 밑으로 관리하자는 기준으로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법제화해야 한다.

앞선 14일 기획재정부는 ‘재정준칙 참고자료’를 내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 미래 대비 재정여력을 비축하기 위해 재정준칙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준칙이 “105개국에서 도입 중이며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튀르키예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도입한 보편적인 제도”이고, “국제기구, 신용평가사 등에서 재정준칙 입법화를 주목하고 있고 법제화시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기재부의 참고자료는 16일 국회에서 예정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소위엔 재정준칙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회부됐다. 개정안에서 제시된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경실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6일 오전 10시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의 재정준칙 도입은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자감세와 결합해 복지와 사회서비스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들은 그간 ▲부자감세 의지가 확고한 윤석열 정부에서 재정준칙은 지출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 ▲대한민국 국가채무비율은 선진국 평균(약 120%)에 비해 매우 양호한 수준(약 50%)이며 속도에 대한 우려도 과장되어 있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재정준칙 법제화에 반대해왔다.

기자회견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부자감세를 철회할 생각도 없고, 국가채무 증가는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으니,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남는 것은 지출삭감뿐”이라며 “한편에서는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고, 재산세를 더 깎아주고, 반도체 대기업에 세금 감면 수조 원을 몰아주는 결정을 남발한다. 이 부담은 복지와 사회서비스의 축소로 고스란히 서민들이 나눠 짊어져야 하는 몫”이라고 발언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재정건전성에 매몰돼 왔고, 이를 모든 사회 정책에 적용해 국가 역할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지금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결과적으로 민생복지 정책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거대 양당이 또다시 민생을 외면한 채 야합에 나서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부디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정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도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며 “공공부문의 축소와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시킬 재정준칙 법제화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고정된 수치의 재정준칙이 불확실성이 큰 현실에서 더 이상 온전히 작동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미 판명되지 않았나. 기재부는 어떻게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국제 신용평가사가 정하는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처럼 선전할 수 있냐”며 “재정을 더 건전하게 만들면서 복지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우리한테도 있다. 우리도 유럽의 복지 선진국들처럼 제대로 부자증세하고 보편적 누진증세하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국가 재정을 걱정한다면 미국 무기 도입 줄이고, 보유세, 자산과세 정상화하라”며 “제대로 증세하라. 증세 못하겠다면 재정준칙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개정법 개정안은 이날 소위 후순위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다. 만약 국가개정법 개정안이 소위를 통과한다면 22일 예정된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다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