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를 위로해주지?
누가 우리를 위로해주지?
  • 안상헌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승인 2009.02.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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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 찍힌 빨간 날에 울고 웃는 직장인들
위기의 2009년, 긍정을 통해 기회의 2009년으로

안상헌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삼일절 일요일, 석가탄신일 토요일, 현충일 토요일, 광복절 토요일, 추석 토요일, 개천절 토요일 … 주말 뺀 휴일 단 4일!”

사무실 책상 앞에 앉은 평범한 회사원(차태현 분)이 달력을 넘기며 비탄에 잠긴다. 해도 해도 너무한 2009년을 생각하며 그는 이렇게 외친다.

“누가 우리를 위로해주지?”

최근 TV에서 작은 웃음을 자아내는 조지아 캔커피의 광고다. 아무리 삶이 평범하고 팍팍해도 맛있는 캔커피를 마시며 힘을 내라는 메시지의 이 광고는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사고 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우울한 2009년

해마다 새 달력이 나오면 휴일부터 확인하는 대다수 직장인들의 정서를 생각해보면 올 한해는 우울한(?) 해가 될 것이 확실하다.

나처럼 광고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도 예외는 아니다. 2009년을 맞아 모든 광고주들은 새로운 광고를 만들기 원한다. 그렇지만 이를 고민해야 하는 광고인들에게 2009년은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으로 보인다. 밋밋한 얼굴에 재미없고 매사에 자신감이 부족한 스타일. 게다가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한마디로 매력이 없다.

올 한해는 월드컵이나 올림픽(베이징 올림픽이 없는 2008년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같이 사람들을 들뜨게 할 스포츠 이벤트도 없고 경제성장률 같은 경제전망 수치는 어떻게 된 일인지 발표할 때마다 점점 낮아진다(요즈음엔 마이너스 부호를 보는 게 익숙해졌다).

게다가 소비심리는 꽁꽁 얼었으니 이럴 때 물건을 더 사라고 광고하긴 힘들다. 특히 우리 모두 IMF를 겪어 본 터라 불황이란 이런 것이고, 이렇게 대처해야 한다는 학습효과 때문인지 이럴 때 소비자들을 설득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 한국코카콜라
긍정과 낙천이 현재의 광고 트랜드

그런 의미에서 실제상황(?)인 이 광고, 커피 광고이긴 하지만 카페인대신 긍정과 낙천을 파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광고처럼 요즈음 TV를 켜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거나 어려울수록 웃음을 잃지 말자는 내용의 광고들이 많다.

‘너의 코리아는 나의 코리아보다 빛날 것이다’ 라는 카피로 ‘대한민국의 내일을 확신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삼성 그룹 광고를 비롯해 ‘대한국민에게 묻습니다. 자신 있습니까’ 라며 화두를 던지는 현대 그룹광고, 우리가 80년 인생을 산다면 일하는 시간은 21년이지만 웃는 시간은 겨우 20일이라며 ‘서로 웃고 힘내자’는 SK의 광고가 눈에 띈다.

불황의 시대에는 소비심리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태도도 움츠려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확신한다고, 웃는다고 힘이 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긍정의 힘을 믿어보자!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런 광고들을 피해 채널을 돌리기 전에 한 가지 실화에 눈길을 돌려보자. 1991년 사과의 산지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에 태풍이 상륙했다. 수확을 앞두고 불어온 태풍 때문에 약 90%의 사과가 비바람에 떨어졌고, 아오모리 농민들은 앙상해진 사과나무를 보며 큰 절망에 빠졌다.

이때 한 농민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냈다.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아직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가 있습니다!” 태풍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이름으로 팔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이른바 ‘합격사과’였고, 보통 사과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임에도 엄청난 판매를 기록하며 당시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큰 화제가 됐었다.

금융위기와 여러 가지 내우외환으로 힘 빠지는 2009년 2월, 펀드도, 주가도, 경제성장률도, 공장 가동률도 모든 것이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겐 분명 떨어지지 않은 사과가 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튼의 사과보다 위대한 발견, 아이팟의 신화를 만든 스티브 잡스의 애플보다 더 창의적인 사과는 바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의 사과가 아닐까?

ⓒ 한국코카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