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동법 전문가들도 ‘스마트 워크’ 주시
세계 노동법 전문가들도 ‘스마트 워크’ 주시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5.30 10:16
  • 수정 2023.05.30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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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노무사회, 노동법 제정 70년 맞아 국제심포지엄 진행
스마트 워크·5인 미만 사업장·노동분쟁서 노동전문가 역할 다뤄

[리포트] 제정 70년 노동법, ‘스마트 워크’ 담을 수 있을까

한국공인노무사회가 25일 서울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노동법 제정 7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아키푸미 고토 일본 전국사회보험노무사연합회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적은 ‘스마트 워크’를 세계 노동법 전문가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원격근무가 자리를 잡으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앞당겨진 탓이다. 사업장을 바탕으로 설계됐던 한국의 노동법이 이를 규율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한국공인노무사회(회장 이황구)가 25일 서울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노동법 제정 7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세계 노동법 전문가들과 각국의 스마트 워크 동향 등을 살폈다. 한국의 노동법에서 적용이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과 노동분쟁에서 노동법 전문가들의 역할도 토론했다.

심포지엄에는 세계노동전문가협회(WALP, World Association of Labor Professionals) 회원국이 참여했다. WALP에는 노동 현안을 공유·연구하려는 노동법 전문가 단체들이 모여 있다. 한국, 일본, 스페인, 루마니아, 캐나다가 이사국이다. 의장국은 이탈리아다.

향후 ‘대세’ 될 스마트 워크
인구·기후위기, 지역소멸 열쇠

스마트 워크는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유연하게 만드는 근무형태다. 재택·원격근무와 스마트오피스, 모바일오피스(현장·이동근무) 등이 해당된다. 한국의 경우 사용자가 마련한 회사 밖 특정 공간에 구축된 사무공간에서 일하는 수준으로 처음 도입됐다. 정부가 이를 선도했는데, 중앙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맞물려 스마트워크센터가 설치되기도 했다.

참여자들은 스마트 워크가 저출생과 고령화, 기후위기, 지역소멸 등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맞닥뜨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공감대 속 이야기를 나눴다. 팬데믹 전후 한국의 스마트 워크 사례를 발표한 이황구 한국공인노무사 회장은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우려돼 여성 인력의 활용 중요성이 증가됐고,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여성 고용의 증대 방안으로 스마트 워크 도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와무라 타쿠 일본 전국사회보험노무사연합회 부회장은 “일본뿐 아니라 많은 나라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이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고령화는 노동자 수 감소를 뜻한다. 퇴직 후 일을 시작하는 고령자들이나 출산·육아로 일을 하지 않았던 여성들이 일에 복귀하면서 재택근무는 일본에서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재택근무 등 다양한 방법을 포함한 스마트 워크의 적극적인 도입은 일본의 가장 중요한 테마라 생각한다”고 했다.

프란체스코 두라치오 이탈리아 노동 컨설턴트연합회 부회장은 기후위기와 지역소멸 측면에서 스마트 워크의 이점을 말했다. 프란체스코 부회장은 “스마트 워크로 대도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 대도시는 공공기관이 집중돼 있는데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출근하지 않다 보니 하늘이 더 깨끗해진다거나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탈리아 남부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북부나 대도시로 이동하는데 스마트 워크를 통하면 고향에서도 근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법 제정 7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 앞서 진행된 총회에서 인사말하는 이황구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사업장 규모·직무·세대 차이는 과제
세계 노동법 제도화 방안 살핀다 

코로나19로 ‘대면하는 일’이 장기간 멈추면서 전 세계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스마트 워크를 도입해야만 했고, 여러 기업이 이전의 방식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추세다. 기업과 노동자 모두 스마트 워크의 편리함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발제자들은 입을 모았다.

프란체스코 부회장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 이탈리아에서 스마트 워크를 활용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2%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5% 정도 수준으로 올랐다. 프란체스코 부회장은 “팬데믹 중엔 거의 전체 근로자가 재택을 했다”고 덧붙였다. 코르넬리우 밴째 루마니아 전국노동법전문가연합회 회장도 “팬데믹 전 전체 노동자의 0.8%만이 원격 근무를 했지만, 팬데믹 동안 거의 20%로 증가했다”고 했다.

확대되는 스마트 워크를 노사 간 합의로만 남겨둘 것인지는 쟁점이다. 스마트 워크를 채택하는 사업장이 많아지더라도 노동환경은 사업장 규모별로 다를 수 있다. 카와무라 타쿠 부회장은 “재택근무를 도입했을 때 노동시간은 감소한 사람이 더 많지만 증가하는 사람도 있어 극단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내 룰의 정비나 기기 조달에서 부족함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었다”며 “근무시간과 이외의 시간을 구분 짓기 힘들다는 점도 단점이자 과제”라고 말했다.

나아가선 스마트 워크에 익숙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구체적인 소통 방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할 전망이다. 스마트 워크 도입이 가능한 직종과 아닌 직종이 나뉜다는 점도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 이황구 회장은 “몰입형 사무 공간, 협업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강한 한국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스마트워크가 팬데믹을 해소하는 잠정적 단기간 근무형태로 수용됐다”며 “전통적 업무방식인 사무실 근무를 완전 대체하기까지는 그간 익숙했던 조직문화라는 심리적 장벽과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의 저항감과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프란체스코 부회장은 “노동의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하고, 법이 중요하다”며 “실제로 한 사회가 유연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생산성을 증가하는 목표를 같이 추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빨리 (스마트 워크와 관련해) 제대로 된 연구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WALP 회원국들은 전 세계 스마트 워크 동향을 확인한 국제심포지엄을 계기로 각국의 제도를 비교·분석하는 등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연구로 각국에 적합한 제도를 제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마트 워크 세션의 심포지엄 발제를 모두 들은 카와무라 타쿠 부회장은 “우리가 같은 과제를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다”며 “이 과제를 해결하고, 전 세계에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협회가 다양한 연구를 하면서 함께 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