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차량 이용 교통사고 산재인정 여부는?
개인차량 이용 교통사고 산재인정 여부는?
  • 참여와혁신
  • 승인 2009.02.04 16:43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 지배·관리 하에 있어야 인정
교통수단의 이용배경, 근로계약 내용 고려해야

최현희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배수로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A는 개인차량을 이용해서 출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A가 개인차량을 이용하여 출근한 것은 업무수행에 필요한 무거운 작업 공구를 직접 싣고 다녀야 했을 뿐만 아니라 공사현장이 오지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업무 시작시간인 오전 7시에 출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 A의 사고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1. 이 사건의 쟁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이라고 합니다) 제5조 제1호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 규정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업무상의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의 근로계약에 터 잡아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당해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7두6991 판결 등).

그러므로 업무수행을 위하여 개인차량을 이용하여 출근하던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근로자가 사망한 이 사건의 경우 위 업무상 재해의 요건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 요건을 충족할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2. 개인차량 이용에 의한 출퇴근 교통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에 관한 법리

대법원은 “근로자의 출·퇴근시에 발생한 재해는 비록 출·퇴근이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어 통상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의 재해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사용자가 제공한 차량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 또는 적어도 이에 준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출퇴근 사고에 사용자의 지배·관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서 산재법상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출근시간대에 대중교통수단이 없어서 출근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자가용을 이용하여 출근해야만 하는’ 경우(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두2022 판결), ‘당초 근로자 소유의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업무를 수행할 것을 조건으로 채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넓은 지역을 담당해야 하는 업무의 성격상 도보 또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두4458 판결) 와 같이 근로자가 개인용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근하던 중에 사고를 당한 사안에서 이를 산재법상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문제된 업무의 성격 내지는 개인용 교통수단의 이용배경, 근로계약의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가 개인용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근한 것을 규범적으로 사용자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한 것과 동일시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출근행위에 사용자의 지배·관리가 존재한다고 평가하여 출근시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3. 위 사례의 경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어서 단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는 다소 어려우나, 위 판례에 비추어 볼 때 A의 경우 배수로 공사현장의 인부로서 스스로 작업에 필요한 공구를 직접 가지고 다녀야 하는 점, 공사현장이 오지에 있어서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부득이 대중교통이 아닌 개인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교통사고의 경우 산재법상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위와 달리 근로계약서상 근로자의 안전을 우려하여 개인차량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거나 작업 공구가 현장에서 지급되므로 반드시 개인용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거나 또는 사용자가 공사현장이 오지에 떨어져 있는 점을 감안하여 원지 출근자들을 위하여 현장 인근에 기숙사 등을 마련하여 숙소로 제공하였거나 또는 A와 유사한 지역에서 출근하는 다른 근로자들의 경우 출근시간을 맞추기가 어렵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이 존재한다면 A의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