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구몬에 교섭을 요구할 명분은 충분하다”
“교원구몬에 교섭을 요구할 명분은 충분하다”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6.06 22:46
  • 수정 2023.06.0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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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율 책정 등 교섭할 수 있어야 학습지 교사 처우 개선 가능해”
[인터뷰] 학습지산업노조 구몬지부 박성희 지부장, 김미례 부지부장
(왼쪽부터) 박성희 지부장, 김미례 부지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왼쪽부터) 박성희 지부장, 김미례 부지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2월 교원구몬이 서비스연맹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구몬지부의 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유지한 것이다.

교원구몬은 판정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구몬 학습지 교사들이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은 법원 판결이 없어 교섭 거부는 정당하고, 행정소송을 통해 이에 대한 판단을 받아 보겠다는 입장이다.

학습지산업노조 구몬지부는 반발했다. 이미 대법원 판결에 따라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재능, 대교 학습지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구몬 학습지 교사의 노동자성을 회사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23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구몬지부의 박성희 지부장, 김미례 부지부장을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회원 모집 따라 수수료 받는 학습지 교사
“홍보활동 대가는 없어… 실적 압박도 상당해”

구몬 학습지 교사들은 회원들이 낸 회비의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다. 학습지 교사마다 수수료율은 30%대에서 50%대까지 누적된 실적에 따라 다르다. 고정 수수료가 없고 경력에 대한 인정은 받지 못한다. 오로지 신규 회원 모집, 기존 회원 관리 등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다. 여기서 실적은 회원 모집, 과목 추가, 온라인 교육(스마트구몬) 등록 등을 말한다.

학습지 과목 하나를 등록하는 것을 ‘입회’, 등록을 해지하는 것을 ‘퇴회’라고 부른다. 학습지교사의 수입은 입회가 늘면 늘고, 퇴회가 늘면 떨어진다. 따라서 퇴회가 안 되도록 관리해야 하고, 퇴회에 대비해 입회도 항상 신경 써야 한다. 1년 단위로 체결하는 재계약 시 수수료율을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입회를 위한 영업활동은 필수다.

대표적인 영업활동으로는 회원 모집 활동을 뜻하는 ‘티무진’이 있다. 학교 앞 등교 시간에 학생·학부모 등에게 전단지를 돌리거나 아파트 단지 등 안에 자리를 빌리고 학습지교육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설명하는 등의 활동이 포함된다. 자리 빌리는 비용, 간식비 등은 학습지교사들이 분담해 부담한다.

이 같은 홍보활동 자체에 대한 대가는 없다. 홍보를 통해 모집한 회원이 입회를 할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특수고용직인 구몬 학습지 교사는 기본급이 없다. 따라서 구몬지부는 “학습지 교사들은 수입이 불안정하고 실적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는다”며 “과목당 기본 수수료율 50%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수업 내용·시간 등이 거의 비슷한데 학습지 교사 간 수수료율이 최대 20% 가까이 차이 나는 것은 부당하고 안정적인 수입 보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교의 경우 기본 수수료율 50%를 보장하는 수수료 체계를 운영 중이다.

실적 목표 및 달성 여부 수시로 점검·관리
“수업 외 시간에 영업해야··· 교사 간 비교도 계속”

구몬지부는 영업활동이 개인사업자로서 자유롭게 이뤄지기보다 지국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박성희 지부장은 “보통 티무진(회원 모집 활동) 나가는 스케쥴이 정해져 있다”며 “본사에서는 교사들이 자유롭게 한다고 하지만 지국 내 지구(구역)별로 3명 정도 팀을 짜서 홍보를 나간다. 단체 채팅방에 티무진 나간 사진을 올리고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학습지 교사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에 수업이 있기 때문에 보통 오전에 홍보활동을 한다. 구몬지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학습지 교사들은 오후 3~4시부터 오후 10~11시까지 수업을 한다. 그런데 다음날 홍보를 학교나 유치원 등교·등원 시간에 맞춰 오전 8시 반~9시 정도까지 나가야 해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전했다.

김미례 부지부장은 “티무진을 안 나가면 내가 맡은 구역을 다른 교사에게 넘기기도 한다. 그만큼 수업이 줄어들 수 있어 안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또 팀으로 나간 교사들이 각각 담당하는 구역을 다 가야 하니까 시간도 많이 할애해 힘든 편”이라고 말했다.

구몬 학습지 교사들은 영업활동을 통해 달성할 목표치를 정해야 한다. 주 2회 정도 지국 사무실에 모여 회의를 통해 실적 향상치를 정한다. 이후 신규 과목 등록이 증가했는지, 온라인 교육을 체험하게 했는지 등을 수시로 관리자에 의해 점검받는다고 구몬지부는 설명했다.

박성희 지부장은 “새로운 과목을 설명하거나 스마트구몬을 체험하게 하려면 수업 외 시간을 써야 한다”면서, “또 이번 주에는 누구를 스마트구몬 체험하게 할지, 체험 여부를 다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례 부지부장은 “교육시간이나 채팅방에 선생님들이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공유한다. ‘이 선생님은 이만큼 했는데, 이 선생님은 이 정도다’라는 비교를 계속 한다”며 실적 달성을 독려 내지 강요받는 듯하다고 했다.

(왼쪽부터) 박성희 지부장, 김미례 부지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왼쪽부터) 박성희 지부장, 김미례 부지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온·오프라인 수업 및 평가, 회원 관리, 회비 입금 등
행정업무 계속··· “업무량 고려하면 겸업 힘들어”

구몬 학습지 교사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화상 수업, 채점, 평가, 회원 관리, 보고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대면 수업을 못한 경우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푼 문제를 채점하고 평가한다. 대면 수업이 끝나고도 집에 돌아가서 내가 수업을 했는지 체크하고, 진도가 밀렸는지 등 수업 진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관리자는 학습지 교사의 업무가 얼마나 진행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회원들의 학습 현황이 기록돼 있지 않으면 바로 관리자에게 연락이 온다고 구몬지부는 말했다. 김미례 부지부장은 “매일매일 업무한 내용을 다 보고해야 한다”며 “이렇게 (관리자가) 매일 체크하는데 우리가 왜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인가”라고 토로했다.

구몬지부는 앱으로 수업 외 다른 행정업무도 수행하며 업무량이 많아졌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성희 지부장은 “학부모로부터 정보를 받아 자동이체를 등록하는 등의 업무도 한다. 총무가 따로 담당하던 일을 앱이 생기면서 선생님들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오전 교육 또는 회의, 홍보활동, 수업 준비, 오후 수업, 채점 및 평가, 보고 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하루 노동시간도 긴 편”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에 따르면 구몬 학습지 교사 약 70%가 주 4~5일 근무를 하고 있다. 월 200만 원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비율은 52.2%였다.1) 따라서 구몬지부는 수입을 더 벌기 위해 겸업을 하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보통 겸업을 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체감상 20여 년 전과 비교해 수입 떨어져
처우 개선하려면 교섭 선행돼야”

아울러 구몬지부는 체감상 20여 년 전과 현재의 학습지 교사 수입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약 25년간 구몬 학습지 교사로 근무한 박성희 지부장은 “교사 몫인 수수료율이 낮다 보니 오래 근무한 선생님들의 경우 자존감이 좀 떨어진 상태”라며 “영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항상 존재하긴 했다. 어느 정도 수입이 받쳐주면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좀 낮출 수 있을 텐데, 그런 게 아니다 보니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학습지 교사도 노조로서 회사와 교섭하고 처우를 개선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성희 지부장은 “어떤 사람들은 ‘노동조합이 회사의 발전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며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회사가 더 잘 될 수 있게 조금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교섭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구몬지부는 회사의 행정소송 제기에 대응하는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미례 부지부장은 “소송을 하면 시간이 더 지연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교섭 테이블에 앉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을 모으고 협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합원들 서로 지치지 않고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