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고용 6년, 불합리한 인사평가는 여전
직고용 6년, 불합리한 인사평가는 여전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6.08 17:39
  • 수정 2023.06.08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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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 발표
노동자 간, 직무 간 차별이 직무 스트레스로 이어져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6년 전 직고용된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들이 직고용 후에도 불합리한 인사평가 등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직무스트레스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이수진(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가 공동주최했다.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은 통신망 유지·보수 일을 하는 통신케이블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2018년 고용노동부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아 직고용됐다. 이후 운영기술직군 노동자들은 고용 안정과 노동 환경의 개선을 기대했다.

황현철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 지부장은 “하지만 노동 환경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운영기술직군 노동자들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직고용 후에도 극도의 직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는 운영기술직군 노동자 338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조사를 시행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운영기술직군 노동자들은 평가에 대한 부담감을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지목했다. 338명 중 261명이 ‘평가 부담’을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발제를 맡은 한인임 정책연구소 이음 이사는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에선 지나친 상대평가가 이뤄졌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최하위 등급인 D를 받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상급자의 정성평가 반영 비율이 60%였다. 주관적·개인적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커 항상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며 “이렇게 주관성이 심한 인사평가 제도를 노동자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성국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성과로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설계된 제도인데 평가제도 자체가 구성원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건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의 경우 평가제도가 오히려 직무스트레스 요인이 돼 업무 효율을 낮추는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운영기술직군과 사무기술직 간 임금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황현철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 지부장은 “운영기술직군 초봉은 한 달에 세금을 제외하면 200만 원 남짓이다. 근속 18년이 넘어도 사무기술직군 초봉조차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황현철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 지부장은 “사무기술직과 업무상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사무기술직이 일손이 부족하면 가서 도와줄 정도”라며 “직고용 후 업무의 벽은 낮아졌는데, 임금의 벽은 더 견고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기술직군 내에서 평가제도를 통한 1차 차별이 이뤄진다. 그 위에 직군 간 2차 차별이 추가되고 있는 것이 우리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군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박성국 연구위원은 “평가제도는 노동자에게 동기 부여를 시켜 이를 다시 회사에 대한 기여로 전환하게 하는 제도”라며 “한마음지부가 평가에 대해서 노동자들이 수용할 만한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놓고 회사와 교섭을 통해 평가제도를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어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만족할 만한 평가제도가 만들어진다면 이에 따라 보상제도도 다시 설계해 노동자 간, 직군 간 임금 격차를 줄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평가, 보상 등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차분하게 접근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