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 봉재석 기자
  • 승인 2009.02.0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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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지난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우리는 6명의 형제들을 잃는 슬프고도 끔찍한 참사를 겪었습니다. 생존이 걸린 문제에 봉착해 자신들의 목소리 들어줄 것을 처절하게 외쳐대던 이들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든 이들 간의 격한 충돌로 6명의 생명을 잃었습니다. 생각할수록 슬프고, 두렵고, 때론 화나는 사건입니다.

그 날 이후, 사고 현장 일대와 도심의 곳곳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촛불의 현장에는 한 형제자매들끼리 욕하고, 돌 던지며, 물 뿌리면서 서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책임 공방에 한창 핏대를 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앞으로의 대책을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현장에서 대치중인 우리는 한 형제자매라는 것입니다. 망루 위에서 목숨을 잃은 5명의 철거민들은 바로 우리의 아버지이자 형이며, 진압과정에서 함께 목숨을 잃은 1명의 경찰 역시 우리의 아들이자 남편입니다.

다만, 현재 바라보고 서 있는 방향이나 겉모습이 다를 뿐. 그 제복을 벗어버리면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덩어리 위에서 울고, 웃으며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소시민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날선 감정의 칼을 서로에게 겨누며 아직까지도 대치중 입니다. 이 감정의 골은 더더욱 깊어져 점점 서로에 대한 증오와 저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 극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추모제에서 있던 일입니다. 추모제를 마치고 거리 행진을 하던 집회 참가자들은 어느 순간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 내부에서 논쟁이 일어나더니 일부 분열되어 각자 제 갈 길로 흩어졌습니다. 이러는 사이에 거리에 남아있던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에게 둘러싸여 퇴로가 완전히 차단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퇴로를 뚫기 위해 점차 행동이 거칠어지기 시작하다가 심지어는 서너 살 가량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를 안은 한 아버지가 자신의 아이를 볼모로 삼듯이 진압하기 위해 점점 조여 오는 경찰 차량에 무작정 뛰어드는 극한 행동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것이며, 부모로서 자기 자식에게 정당한 일이었다고 떳떳이 말할 수 있을까요?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서너 살 된 여자 아이에게 말입니다. 

▲ 밀고 당기는 집회의 혼잡함 속에 한 아이와 경찰이 눈이 마주쳐 바라보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런 우리들의 감정이 더욱더 심화되고 장기화 될까 더욱 더 두렵습니다.

한편, 정작 이번 ‘용산 참사’의 실제 책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강제 진압을 지시했던 경찰 고위직과 이를 묵인하고 있는 정부. 며칠 전 '우리 MB'께서는 모처럼 TV에 나와 이런 얘길 하셨죠. 지난 참여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이번 ‘용산 참사’ 관련한 책임자 거취 문제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만일 이번 문제도 앞뒤를 가리지 않고 (진행)한다면 공직자들이 누가 일하겠냐”며 “한 국가가 질서를 잡으려면 원칙에 충실해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더군다나 “(참여정부)그 당시에 그렇게 경찰이 해결해서 문제가 해결이 됐느냐. 그 다음부터 그런 일이 발생 안 했느냐. 똑같이 마찰이 되고 싸웠다”라며 상당히 강경한 태도로 이번 참사 문제를 대하고 있더군요.

에효,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미당 고 서정주님의 <내리는 눈 밭 속에서>라는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울고
웃고
수구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운명들이 모두 다 안기어 오는 소리

큰놈에겐 큰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이애기 작은이애기들이
오부록이 도란그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산도 산도 청산도 안기어 드는 소리

여러 가지 안타까움과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혼자 나지막이 읊조리며 스스로 위안을 삼아 봅니다.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다음번에는 좀 더 희망적이고 힘나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봉재석의 포토로그  못 다한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