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거래합니다’...노동시간 단축 어떻게 해야 할까
‘휴식을 거래합니다’...노동시간 단축 어떻게 해야 할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6.13 20:51
  • 수정 2023.06.14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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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노동시간 단축: 주4.5일제 가능한가’ 토론회 열려
“노동시간 단축, 한국 사회 전환의 실마리 될 수 있어”
13일 오후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가 ‘노동시간 단축: 주 4.5일제 가능한가’를 주제로 금융노동포럼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2019년 기준 연차휴가 소진율은 71.4%.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62.7%,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73.5%였다. 오히려 노조가 있는 곳에서 휴가를 덜 떠났다. 노조가 있는,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사업장에서는 미사용 연차를 수당으로 지불할 여력도 있으며 노동자 입장에서는 미사용 연차의 금전 보상은 꽤나 괜찮은 수입 노릇을 한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예상외의 거래가 형성된 셈이다. 이를 두고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휴식 제도를 노동자의 건강보호와 여가시간 확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휴식을 금전 보상으로 전환하는 노사 담합을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4번째로 길었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에 이어 4위인데, 경제 수준으로 비교했을 때 사실상 장시간 노동 1위다. OECD 연평균 노동시간은 1,716시간이다. 어쩌면 OECD 평균에 도달하기 위해선 김설 위원장의 말처럼 노동자의 휴식이 거래 대상 품목에서 제외돼야 한다.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노동시간 단축: 주 4.5일제 가능한가’를 주제로 금융노동포럼이 열렸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이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 참석자들은 노동시간 단축 의제가 현재 정부의 장시간 노동을 촉발하는 정책에 맞불로 나온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노동시간 단축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이 공약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 시대적 흐름과 많은 이들의 열망 속에서 이미 나오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토론회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은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연계 지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선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주4일제는 노동시간에만 한정된 이야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지난 17년 동안 저출산 해결을 위해 500조 원 예산을 투입했는데 해결되지 않았다. 양육을 할 수 있는 시간의 문제이다. 부동산 문제도 그렇다. 시루떡이 돼 지하철 타고 이동하는 출퇴근 문화, 거주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실마리가 주4일제에 있다”며 “한국 사회를 전환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활용해 미래 세대에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토론회에서 나왔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일과 삶의 균형’의 목표와 함께 ‘고용 창출’ 과제와 연계해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성을 이야기해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고 봤다.

또 “시간 양극화 문제인 법제도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대제의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해나갈 때 현재 노동시간 체제에서 형성된 교대제를 바꿔야 한다”며 제조업·병원·서비스 사업장 등에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적절한 대안이 만들어져야 노동시간 단축이 수용 가능함을 설명했다.

노동시간 단축에서 노사의 공통 분모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장진희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성이 교집합”이라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하락을 사측이 문제 제기한다. 한편으론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문제가 생산성 하락을 야기한다는 측면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생산성과 연관시켜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노동자가 왜 노동시간 단축을 이야기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생긴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금융산업은 산업과 경제의 혈맥으로 표현되는 만큼 국민생활과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파급 효과가 큼으로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사 합의형 노동시간 단축이 전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개별기업 주도형의 주4일제, 주4.5일제 도입이 있었다. CEO의 의지이고, 경영상황에 따라 쉽게 달라질(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노사 합의, 단체협약 체결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