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은행권 개선 방안’ 발표에 양대 노총 금융권 노조 비판
금융위 ‘은행권 개선 방안’ 발표에 양대 노총 금융권 노조 비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7.07 16:55
  • 수정 2023.07.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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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은행권 과점 체제 허물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 허용
양대 노총 금융권 노조, 전세계적 금융위기 예상되는 바 규제 완화보다 규제 강화해야
양대 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가 31일 오전 서울 금융위 앞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지난 5월 31일 양대 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가 서울 금융위 앞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2월 22일부터 금융위와 금감원은 은행권 경쟁촉진 등 6개 과제에 대한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TF를 운영한 바 있다.

이번 개선 방안의 골자는 은행권 과점 체제를 허물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허용하고 경쟁을 촉진해, 더 나은 금리 및 금융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은행→시중은행, 저축은행→지방은행 등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지방은행 중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 상황이라 알려졌다.

아울러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에서도 허들을 낮추기로 했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의 인가 방침이 먼저 발표된 뒤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으나, 자금력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추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바뀐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바꿀 것”이라며 “실제 경쟁자가 진입하지 않더라도 잠재적 경쟁자에 대해 인식할 경우 경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지점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을 높여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방안도 이번 개선안에 담겼다. 저축은행의 인수합병 범위가 확대(4개사까지)되고 외국계 은행 원화 예대율 규제가 완화된다.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 및 허용은 추가 검토키로 했다.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서는 자산관리서비스 활성화,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벤처투자 및 해외진출 확대 등을 통해 은행권 업무와 수익원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성과보수체계 개선 및 주주환원정책도 점검키로 했다. 임원에 대한 성과보수제도를 개선하고, 이연지급을 확대한다. 세부 기준을 마련해 하반기 내 개정 추진할 예정이다. 직원의 성과급·희망퇴직금 및 배당현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로도 했다.

이러한 개선 방안에 대해 양대 노총 금융권 노동조합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노총 금융노조는 이번 개선안에 ‘졸속행정’, ‘오답투성이’ 금융 개혁안이라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금융노조는 “금융위가 ‘정량적으로는 경쟁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국민들의 체감도가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억지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선 방안 마련의 시작점은 5대 은행 과점체제였다. 그러나 발표된 개선안에서 나오듯 시장집중도를 판단하는 대표지표인 HHI지수를 활용해 2022년도 은행업 경쟁도를 평가한 결과 1,660~1,749로 다소 집중된 시장 즉 경쟁 시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국민들의 체감도는 낮다며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명분을 세운다는 게 금융노조의 비판이다.

또한 “이자장사 논란 뒤에는 비이자이익 확대 주장과 은행은 KPI 배점 확대, 수수료 논란, 불완전판매, 펀드사태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직원의 성과급, 희망퇴직금 개입은 관치의 끝판왕”이라며 “성과급은 헌법상 단체교섭권에 근거해 작성된 P/S 합의서에 따라 지급되고 희망퇴직은 인력의 효율적 순환을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라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할 일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허점, 규제 밖 금융시장을 점검하는 일”이라면서 “금융위의 금산분리 완화 저지와 관치금융 철폐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도 성명을 내고 “세계 각국이 다가올 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금융당국은 오히려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은행권 과점체제 개혁을 이유로 쉽게 규제를 완화할 경우 은행권만 부실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금융기관의 부실과 대규모 소비자 피해,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은행산업 경쟁 심화는 비은행금융기관에서도 저신용 차주 대출을 급격히 늘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금융산업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위는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은행권의 자본 확충,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취약차주들이 어려운데 금융기관이 온전할 리 없고, 취약차주가 늘지 않도록 금융권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동시에 정부의 재정투입 및 복지정책이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근본적 원인을 살피지 않고 예상 손실만 대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무금융노조는 “금융위가 발표한 개선 방안이 금융산업이라는 집을 통째로 허물어뜨리는 엉터리 대책이라 규정한다”며 “금융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금융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저지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