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지부, “부산 이전, 국가 경제 15조 손해”
산업은행지부, “부산 이전, 국가 경제 15조 손해”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8.01 11:19
  • 수정 2023.08.01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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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의뢰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 결과’ 발표
산업은행 고객기업 및 협업기관 종사자 84%가 부산 이전 반대
노조, 사측에 연구 결과 가지고 공개토론 제안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가 31일 부산 이전 타당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금융노조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가 31일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 경제적 손실 크기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고객기업 및 협업기관 종사자들 대부분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국가경제 손실 15조
금융공기업 부산 이전했으나 균형발전에 도움 안 돼

산업은행 기관 자체에 향후 10년 동안 7조 39억 원의 손실을 입힐 것으로 산출됐다. 국가 경제에는 15조 4,781억 원 손실이 예상됐다. 산업은행이라는 기관의 손실 요인으로는 △동남권에 절대적으로 적은 거래처 △기존 고객 거래 중단 △신규 형성 딜 배제 △인력 이탈로 금융전문성 약화 △신규 사옥 건립 △주거 공급 및 정착 지원비 △업무구조 재편 및 출장 지원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산업은행의 주요 역할인 정책금융 및 구제금융 수행이 어려워져 기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도 나타났다. 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들의 부도 위험 증가에 따라 22조 156억 원 손실을 볼 것으로 계산됐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정책금융의 역할을 연구를 통해 따져봤다. 연구 결과 기관 이전이 정책금융 역할이나 국가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부터 총 29개 금융공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했으나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산업은행의 업무 목적에 지역균형발전을 명문화하고 ‘지역성장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연구 결과의 제언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재무학회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국가경쟁력 파급효과’를 분석했고, 금융경제연구소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살펴봤다.

산업은행, 시장 안정·자금 조달 기능 남기고 이전

한편 산업은행에서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관한 컨설팅을 수행했다. 이전 계획안 수립을 위한 컨설팅이었는데, 컨설팅 결과 필수 조직 외 전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컨설팅 보고서에는 산업은행 전체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고 본점을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이전’과 부산에 본점을 배치하고 수도권 금융시장 및 기업고객 대응을 위해 여의도에도 해당 기능을 두는 병행 방식의 ‘금융 수요 중심형 이전’ 등 2가지 안이 담겼다.

2가지 안 중 ‘지역성장 중심형 이전’을 선택한 것인데, 여의도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게 필수적인 시장 안정, 자금 조달, 대외 협력 등의 부문은 남겨두고 전 조직을 이전하는 형태다.

고객 기업 및 협업기관 종사자 대부분 이전 반대
산업은행 전직원 94% 부산 이전 시 이주 의향 없어

산업은행지부에서 산업은행 고객 기업과 협업기관 종사자 930명을 대상으로 부산 이전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84%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반대했다. 그중 재무 및 자금부서 종사자는 90%가 반대했다.

또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 업무에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86%에 달했고, 73%는 거래 금융기관을 옮기겠다고 응답했다.

산업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94%가 부산 이전 시 이주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산업은행 노사가 각각 진행한 연구 결과가 정반대인 만큼 노사가 의견 차를 어떻게 좁힐지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지부의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김현준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산업은행에 연구 결과를 두고 공개토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김현준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산업은행 사측이 진행한 컨설팅은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정해져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답정너 컨설팅”이라고 비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한국노총을 방문했을 때 국책은행 지방이전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좋은 제안해줘 고맙다’고 답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산업은행이 왜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는지, 국가적 효과가 있을지 검토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김현준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인터뷰.

31일 진행한 부산 이전 타당성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현준 산업은행지부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이번 노조 연구용역 결과의 의미는?
우리는 늘 기관 경쟁력 손실에 대해서만 우려를 했는데, 객관적 데이터가 없다보니까 외부에서 봤을 때 산업은행 직원이 부산 가기 싫어서 반대하는 걸로 비춰졌던 것 같다. 이번 연구 결과로 경쟁력 손실에 대해 수치화했고, 객관적 데이터가 나왔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 사측 컨설팅도 발표됐는데, 평가는?
답이 정해진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던 컨설팅이다. 아무런 객관적 데이터와 수치 없이 이전해야 하는데 전체 이전이냐 일부 이전이냐라는 선택 밖에 없다. 전체 이전 또는 일부 이전했을 때 미치는 영향과 왜 그 데이터가 도출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무것도 없다. 제대로 된 컨설팅인지, 10억 원이라는 국민 세금을 쏟았는데 배임행위 아니면 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 향후 산업은행지부의 계획은?
객관적 데이터가 나왔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국회에도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국가에도, 기관에도 악영향이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 이전 반대 투쟁이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아쉬운 점이나 고민 지점은?
투쟁을 계속 열심히 해오고 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컨설팅 자료를 어떻게 더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이고, 산업은행법 개정을 어떻게 막을지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