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노사가 폭넓게 해석한 단협, 다시 법대로?
우체국 노사가 폭넓게 해석한 단협, 다시 법대로?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8.04 15:34
  • 수정 2023.08.04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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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노조 “단협상 조합 사무실 제공기준, 법 규정대로 해석해야”···지노위, 우정노조 주장 인용
우정사업본부·민주우체국본부 “노조 권리 보장 확대하려면 폭넓은 해석이 합리적”
2일 오후 경기 안양시 안양우편집중국 앞에서 열린 ‘지부사무실 박탈하는 노조차별 규탄! 노조할권리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일 오후 경기 안양시 안양우편집중국 앞에서 ‘지부사무실 박탈하는 노조차별 규탄! 노조할권리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 안양우편집중국지부에 대한 사무실 제공이 지난 6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 판단에 따라 중단됐다. 

앞서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는 안양우편집중국지부가 단체협약상 기준인 조합원 수 비율 등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지난 5월 사무실을 제공하려 했다. 그러나 교섭대표노조 전국우정노동조합(이하 우정노조)은 해당 지부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단협에 명시된 ‘기준’을 달리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후 우정노조는 충남지노위에 관련 단협의 해석에 대한 견해 제시를 요청했고, 우정노조의 주장이 최종 인용됐다. 

민주우체국본부(위원장 이중원)는 반발했다. “그간 우체국 노사는 더 많은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단협 내용을 법 규정대로 해석하기보다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왔다”며 “그런데 우정노조는 다시 법적인 틀 안에서 단협을 해석하며 지노위 판단까지 요청했다. 이는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의 조합 사무실을 얻을 권리를 방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2일 경기 안양시 안양우편집중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쟁점은 ‘관내 조합 가입대상’에
6개월 미만 기간제노동자 포함할지 여부

민주우체국본부가 제공한 우정노조-우본 단체협약 부속합의서에는 “‘조합 사무실 제공 기준일 직전 6개월간 조합원 수 25명 이상, 관내 조합 가입대상 인원의 20% 이상일 경우’ 교섭대표노조와 교섭참여노조에 조합 사무실을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쟁점은 ‘관내 조합 가입대상’에 6개월 미만 기간제노동자를 포함할지 여부였다. 우정노조는 포함해야 한다, 우본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충남지노위는 “노조법 5조에 따라 6개월 미만 기간제노동자도 자유롭게 노조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또 교섭대표노조, 교섭참여노조 모두 조합원 가입범위에서 이들을 제외하고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정노조의 주장을 인정했다. 법 규정을 그대로 단체협약에 적용한 해석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까지 우본이 추진하던 안양우편집중국지부에 대한 사무실 제공은 중단됐다. 우본은 “충남지노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6개월 미만 기간제노동자들이 노조들에 가입한 적이 없었다. 이들을 빼고 조합원 수 비율을 계산하는 게 더 많은 노조에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서 합리적이라고 봤다”며 “그래서 법 규정보다 단협을 폭넓게 해석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본은 “사실상 법적인 논리 싸움으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하지 않았다. 재심 신청 기간도 지났다”고 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사무실 제공이 어려워졌다. 노조 양해를 구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자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선욱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안양우편집중국지부장이 2일 오후 경기 안양시 안양우편집중국 앞에서 열린 ‘지부사무실 박탈하는 노조차별 규탄! 노조할권리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선욱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안양우편집중국지부장이 2일 오후 경기 안양시 안양우편집중국 앞에서 열린 ‘지부사무실 박탈하는 노조차별 규탄! 노조할권리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민주우체국본부 “업무 특성상 인원변동 심해···기간제 제외해야”
우정노조 “정당하게 유권해석받아···방해했다는 주장 이해 안 돼”

명절이나 선거기간 등 우체국 업무가 몰릴 때는 기간제나 단시간노동자 채용이 많아진다. 이 시기에 채용된 이들은 계약 기간 만큼 일하고 나간다. 노조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가입할 유인이 적다. 우본에 따르면 6개월 미만 기간제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한 사례는 없었다.

민주우체국본부는 “우체국 업무 특성상 6개월 미만 기간제노동자들의 인원변동이 심하다. 이들까지 포함해 조합원 수 비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건 노조에 불리하다”며 “이 점을 우본도 인정하고 정규직, 무기계약직 등 중심으로 비율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우체국본부는 “우정노조가 지노위에 단협 해석을 요청한 것은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의 사무실 제공을 반대하는 취지의 법적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사무실은 상담 및 회의 등 노조가 존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곳이다. 소수노조의 노조할 권리를 교섭대표노조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우정노조는 안양우편집중국지부 사무실 제공이 중단된 것을 두고 “지노위에 정당하게 유권해석을 받은 내용에 따른 결과”라며 “우정노조가 사무실 제공을 방해한 것처럼 이야기가 나온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