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 할까
어떤 기업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 할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8.03 19:19
  • 수정 2023.08.03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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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션’, ‘(주)알파코’ 사례로 본 직무 기반 HR
노사발전재단-이언컨설팅그룹, 제6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 개최
3일 서울 포스코타워에서 2023년 제6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이 열렸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기업에서 사람이 중요하지 않았던 적은 없으나, 이제는 사람 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다. 코로나19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개인 건강 유지 욕구가 높아졌다. 새로 직장을 찾으려는 젊은 세대들은 평생직장 보단 자신의 능력이 되는 한 자유로운 이직을 통한 경력 개발을 원하고 있는 추세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기업들은 직원들의 다양해진 욕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기에 들어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떠난다. 기업에게는 노하우 축적의 부재, 남은 직원들의 정서적 불안감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결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 관리가 필요할까. 그중 하나의 방안으로 ‘직무 기반’의 조직 운영이 제시됐다. 노사발전재단과 이언컨설팅그룹이 3일 오후 서울 포스코타워에서 ‘2023년 제6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열었다. 포럼 주제는 ‘직무 기반’ HR제도 및 평가·임금체계 구축이었다. 직무 기반의 조직운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을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모션, 직무 전문가를 키운다
구성원들의 교육훈련 요구를 듣는다

주식회사 모션은 현대차 계열사로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 차량 관리 시스템 및 카셰어링 애플리케이션 개발,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 대행 등을 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기업이다. 2019년에 설립돼 업력은 길지 않다. 2023년 기준 38명이 일하고 있다.

모션은 흔히 말하는 소프트웨어개발기업이다. 비교적 최근 설립됐고, 조직문화 자체가 유연했다. 대표적으로 원하면 사계절 내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수 있는 회사다. 그런데 왜 일터의 혁신을 꾀했을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사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직원의 행복과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일터혁신 컨설팅 수행 분야는 노사파트너십 개선, 평생학습체계 구축, 고용문화 개선 등으로 진행했다. 컨설팅 절차는 각 분야에 따라 구성원들의 인식 조사를 하고 조사 결과에 맞춰 대안을 제시했다.

모션의 흥미로운 점은 교육훈련에 대한 구성원들의 열망이었다. 이날 종합토론에 참여한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전에는 회사 내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나면 쉬라고 했고, 오히려 교육훈련은 승진 누락자에게나 시키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모션에서 상징적으로 볼 수 있듯이 구성원들은 해당 직무의 전문가가 되려한다. 그래서 교육훈련에 대한 욕구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교육훈련의 기업 내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모션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스마트카에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요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교육훈련 욕구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훈련 욕구 증가라는 것이 한정된 기업에게만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물음도 가능하다.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오계택 선임연구위원은 “예전에는 나 어디 회사 다녀라고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나 어디 엔지니어야 프로그래머야라고 이야기하며 어떤 직무를 하는 사람인지 중요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직무 기반의 평생학습체계 구축이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기업 내 교육훈련 역시 교육의 다양성보다는 깊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오계택 선임연구위원의 제언이다. 실제로 모션 역시 직무 기반 중심의 필요한 교육, 수요자 중심 즉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직무 개발을 위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했다.

여기서 노사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한 이유는 구성원들의 생각을 전달해줄 통로를 만들기 위함도 있고, 궁극적으로는 구성원들의 기업 내 참여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다. 모션도 노사협의회 운영과 고충처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알파코, 컨설팅 이행관리가 중요한 이유

알파코는 온라인 평생교육훈련기관으로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기업이다. 전직교육, 디지털 전환 교육, 고용노동부 위탁 교육훈련, 자체 교육훈련 등을 진행한다. 1999년 설립돼 25년의 업력을 가지고 있다. 2023년 기준 53명이 일하고 있다.

알파코의 경우 변화하는 온라인 평생교육훈련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변모하기 위해서 일터혁신 컨설팅을 진행했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바라보는 평가보상체계의 상이함을 조정하고 알파코 특성에 맞는 체계를 구축해 구성원들이 한 방향성으로 새롭게 나아갈 동력을 얻길 원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일터혁신 컨설팅을 2021년 수행하고, 2022년 이행 컨설팅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이행 관리를 통한 일터의 변화를 안착시키고 싶었던 열망이 있었던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일터혁신 컨설팅뿐 아니라 자체적인 일터 개선활동을 했을 때 문제점으로 드러나는 것은 ‘왜 개선활동을 했는데 아무 것도 변하지 않지’라는 의문을 품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은 조직 저항감으로 발전하기도 해 오히려 개선활동을 했는데도 기업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영진은 컨설팅이나 제도 개선을 했는데 왜 직원들이 따라와주지 않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직원들의 경우 제도 개선을 했는데 왜 평가나 보상이 공정하지 않지, 왜 임금은 오르지 않지, 조직문화는 그대로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알파코는 이러한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행 컨설팅을 추진했다. 중소기업으로서 한계도 이행 컨설팅을 추진한데 한몫했다. 중소기업은 여력에 따라 좋은 제도를 도입하고도 따로 해당 제도를 유지하는 인력을 둘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행 컨설팅을 통해 알파코는 영업 성과를 올리고, 업무 효율성을 증가시켰다.

특히 직무 기반 중심의 평가보상체계 구축은 기존 한국적 기업문화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행 컨설팅은 이러한 충돌 가능성을 줄여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