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향에 취해 자연과 하나 되다
매화 향에 취해 자연과 하나 되다
  • 김종윤 <기아문화유산답사회 회장>
  • 승인 2009.02.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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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따라 물길 따라 광양에 가면…

▲ 섬진강 전경   ⓒ 기아문화유산답사회

겨울인가 싶더니 어느새 절기의 시작인 입춘과 함께 생기 넘치는 꽃맞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광주국립박물관에서 ‘탐매-그림으로 피어난 매화’를 주제로 해서 모작이 아닌 실화로 매화 고미술 전시회를 열고 있는 것.

광주국립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무료로 개관하고 있다. 평소 보기 힘든 그림과 현대 작품들을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둘러보고, 봄이면 매화 향 가득한 광양으로 떠나보자.


햇살 가득한 해양산업도시

광양시는 백제시대에는 마로(馬老), 통일신라시대에는 희양(曦陽), 고려시대부터는 광양(光陽)이라 불려 왔다. ‘마로’는 우두머리, ‘희양’ ‘광양’은 따스하게 빛나는 햇살이라는 뜻으로 풍부한 일조량과 햇살 가득한 따뜻한 고장이다. 주봉인 백운산(白雲山, 해발 1,286m)은 백두대간에서 이어 내려온 호남정맥이 천리여정을 마무리 지은 곳이다.

남쪽으로는 드넓은 바다로 통하는 광양만, 동쪽에는 깨끗한 섬진강이 흐르고 있어 풍수지리에서 흔히 명당의 기본 요건인 남수북산동천(南水北山東川)의 형국을 갖춘 천혜의 고장이다.

수려한 자연배경으로 신재 최산두, 매천 황현을 비롯한 걸출한 인재를 많이 배출했으며, 오늘날에는 해양산업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 고장의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는 ‘백운산 약수제’를 시작으로 매화 향기 가득한 매화축제, 향토음식의 참맛과 전통민속놀이, 섬진강하구의 전어축제와 함께 섬진강재첩, 광양숯불고기, 장어구이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매화마을에 매화는 흐드러지고

▲ 청매실농원 입구의 장독대   ⓒ 기아문화유산답사회

봄의 전령사인 매화를 소재로 한 광양 매화문화축제는 매년 2월말에서 3월초에 다압면 매화(섬진)마을 일원에서 개최된다. 전국에 명성을 떨친 매화문화축제는 그 명성만큼이나 다양한 체험행사, 공연행사 등이 마련된다. 매화단지 내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사람과 꽃, 백운산, 섬진강이 하나 되는 문화의 향취를 만끽할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줄기를 따라 매화마을을 대표하는 청매실농원으로 가다보면 초입부터 2,000개가 넘는 장독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 위로는 산전체가 매화나무 군락지로 온통 흰 눈이 내린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봄바람에 날리는 매화꽃비를 맞으며 매화꽃 사이 길을 걷노라면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촬영지도 볼 수 있고 이청준 작가의 천년학 세트장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때쯤 광양의 명물인 벗굴(강굴)을 먹고 매향과 봄볕에 취해 아롱거리는 섬진강을 바라보노라면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싶은 착각에 빠져든다.

돌아오는 길이 여유가 있다면 풍수설의 대가 도선국사가 입적한 비보 길지 옥룡사지에 들려, 춘백(봄에 더 아름다운 동백)이 떨어져 만들어놓은 붉은 양탄자 꽃길을 걸어서 기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돌아오면 좋겠다.

▲ 흐드러지게 핀 매화   ⓒ 기아문화유산답사회

김종윤 회장은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마을에서 태어났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 문화유산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04년 문화해설사 과정을 수료하고 남도 문화유산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안전환경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종윤 회장은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동료들과 함께 2005년 기아문화유산답사회를 창립했다. 기아문화유산답사회는 월 1회 정기답사를 가는데 회원은 물론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7년 12월에는 이런 답사 기록을 모아 <남도의 문화유산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출간했고 여기에 야생화 이야기를 덧붙인 재판은 2008년 2월 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