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캐피탈 대규모 구조조정, “노조, 고용안정협약 위반”
A캐피탈 대규모 구조조정, “노조, 고용안정협약 위반”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8.08 15:58
  • 수정 2023.08.08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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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이익 나는 개인금융 줄이면서 경영정상화 안 해”
사측, “6개월 100억 적자, 경영 여건 안 좋아져 구조조정”
[인터뷰] 김상수 사무금융노조 A캐피탈지부 지부장
사무금융노조 A캐피탈지부가 7일 오전 여의도 키스톤PE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오는 18일 21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다. A캐피탈에서 일하는 금융노동자들이다. 15년을 일했다던 강신규 씨는 “즐겁게 회사를 다녔다. 좋은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몸을 부대끼며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회사를 강제로 떠나야 하는 순간이 불과 2주도 남지 않았다. 사모펀드에 매각되지 않았다면, 회사에 개처럼 충성했으면 지금 살아남았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은 없고, 죄라면 회사에 남아 열심히 일한 것 뿐”이라고 허탈해했다.

7일 오전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A캐피탈지부가 사모펀드 키스톤PE가 있는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총력결의대회를 열었다. A캐피탈은 현재 전체 97명 직원 중 30명이 희망퇴직했고,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22명의 노동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전체 직원 절반 이상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A캐피탈지부는 사모펀드 키스톤PE 앞에서 집회를 한 이유에 대해 키스톤PE가 A캐피탈의 실질적 대주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캐피탈의 전신은 JT캐피탈인데, 2021년 8월 JT캐피탈은 키스톤뱅커스1호유한회사에 매각된다. 이후 10월 JT캐피탈에서 A캐피탈로 상호명을 변경한다.

당시 인수한 키스톤뱅커스1호유한회사는 키스톤PE와 뱅커스트릿PE 두 사모펀드가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A캐피탈 최근 감사보고서를 보면 주식의 79.59%를 키스톤뱅커스1호유한회사가 가지고 있다. 나머지 20.41%를 ㈜아시아경제가 가지고 있다. 키스톤뱅커스1호유한회사의 지분율 다시 보면 60.4%를 ㈜아시아경제가 가지고 있다. ㈜아시아경제의 모회사는 키스톤PE이다. 그래서 A캐피탈의 실질적 대주주가 키스톤PE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A캐피탈 사모펀드 인수 당시 고용안정협약
5년 지나지 않았음에도 구조조정은 협약 위반

한편 JT캐피탈이 사모펀드에 인수되기 전 2021년 7월 29일 A캐피탈지부는 회사와 고용안정협약을 맺었다. 제1조에 따르면 협약 목적은 조합원의 고용안정 증진을 목적으로 하며,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제3조 매각 시 고용의 보장에 따르면 회사는 본건 M&A 종료 이후 5년간 직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적 구조조정(명예퇴직, 희망퇴직, 정리해고)을 하지 않는다.

A캐피탈지부는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인수된 지 5년이 지나지도 않았고, 이는 고용안정협약을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긴박한 경영 사유라도 생긴 것일까. 김상수 A캐피탈지부 위원장에게 상황을 들어봤다.

김상수 사무금융노조 A캐피탈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 회사가 어렵나?
좋다고 할 순 없다. 그런데 A캐피탈만 그런 건 아니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리 인상되면서 여신전문금융업계가 모두 힘든 가운데 경영정상화를 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여기까지는 인정한다. 그런데 A캐피탈 작년 전체 20억 원 이익이 났다. 그리고 40억 원을 배당했다. 수익이 나는데 정리해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나 더 이야기하면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작년 9~10월 여신전문금융사들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했다. 다른 회사들은 올해 초 다 정상화를 이루고 있다. A캐피탈만 안 하고 있다.

- 왜 경영정상화를 안 하고 있다고 보나?
우리 회사가 기업금융보다 개인금융에 특화돼, 개인금융에서 이익을 만드는 회사다. 그런데 개인금융 영업을 접겠다는 거다. 당연히 수익이 안 나고 경영이 정상화 안 되는 거다. 수익이 안 나는데도 경영정상화 안 하는 이유는 손이 많이 가고 사람이 많이 필요한 개인금융에 배치된 직원들을 잉여 인력으로 만들고 구조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경영정상화를 안 하고 있다고 본다.

-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할 당시 고용안정협약을 맺지 않았나?
맞다. 인수 당시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했다. 인수 후 5년 동안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합의한 협약을 위반하겠다는 것이다. 경영상의 문제도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실상 충족되지 않는다. 불법이라고 본다.

- 앞으로 계획은?
9일(수)에 금융감독원 앞에서 고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기업금융을 운영하면서 위반 사항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금융감독원에 고발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18일이 되면 직원 21명이 정리해고 되는데 그전에 정리해고 철회를 할 수 있게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이다. 할 수 있는 거 다할 거다.

A캐피탈 사측, “경영악화가 구조조정 이유”
A캐피탈 노조, “사측 경영정상화 시킬 생각 없어”

한편 A캐피탈 사측은 이번 구조조정 이유 “6개월 동안 적자가 100억 원이다. 경영상 필요한 구조조정”이라고 밝혔다. A캐피탈지부의 작년 이익 20억 원, 배당금 40억 원 지급에 대해서는 배당금은 다시 투자자들에게 이자 지급으로 나갔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배당금이 온전한 이익으로 가져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고용안정협약 위반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A캐피탈 사측은 “고용안정협약서에 당시 JT캐피탈 일본인 대표이사의 서명이 성명 모두가 적혀 있어야 하는데, 일부만 적혀 있어 단체협약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경영상의 급박한 문제가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체 직원 97명에서 52명 구조조정 수준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 A캐피탈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의 인원 규모는 20~30명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A캐피탈 사측은 계속해서 A캐피탈지부와의 협상을 통해 접점을 만들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에 대해 김상수 지부장은 “이자 지급은 사모펀드가 해야 하는 일이고, 그것과 별개로 경영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배당금을 이익의 2배나 책정했다는 것에서 경영정상화할 노력을 안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6개월 동안 적자 100억 원은, 회사가 이익이 나는 개인금융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데 당연하다. 이익이 나겠냐”고 경영악화에 경영진들이 고민하지 않고 있음을 다시 지적했다.

고용안정협약 서명 관련해서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았고 사인을 해도 되고, 성명을 쓰지 않아도 된 지가 20년이 지났는데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사무금융노조 A캐피탈지부가 7일 오전 키스톤PE 앞에서 집회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A캐피탈 노조, “노동조합 탄압용 구조조정”
사모펀드의 이익 극대화 사업방식 문제 지적

A캐피탈지부는 일련의 과정이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했다. 전체 직원 97명 중 70여 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었다. 김상수 지부장은 희망퇴직 명단, 정리해고 명단을 보면 대부분이 조합원이라고 지적했다. 정리해고 22명 중 1명은 무기계약직으로 지난 7월 15일자로 해고됐다. 오는 18일 해고를 앞둔 21명 중 2명을 제외한 19명이 조합원이다.

또한 김상수 지부장은 “작년 임단협에서 회사 임원도 많고 임원 급여가 많이 나가고,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을 지적했는데, 거기에 발끈해 회사가 노동조합을 해체하려는 것”이라 의혹도 제기했다. 희망퇴직자, 정리해고자 대부분이 조합원기 때문이라는 게 정황 증거라 주장했다.

이번 일이 사모펀드가 회사를 인수 후 다른 산업군에서 벌어지는 문제들과 유사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모펀드는 대체로 회사를 인수한 후 수익을 내기 위해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하고 다시 매각한다. 기업회생을 위한 혁신인지 수익만을 바라보는 것인지는 면밀하게 따져봐야겠지만, 이러한 구조조정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는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에 덧붙여 김상수 지부장은 “금융회사 인수합병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까 인수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다”면서 “캐피탈사만 거기에서 제외다. 대주주가 사모펀드든 무엇이든 돈만 있으면 캐피탈사를 인수할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도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먹튀의 대명사로 유명한 사모펀드 론스타도 한국을 떠나면서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며 “키스톤PE가 18일 이전에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어떤 사업도 하지 못하도록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김준영 사무금융노조 여수신업종본부 본부장(신한카드지부 지부장)은 “해고는 살인인데, 불과 인수한 지 1년 반 지나지 않아 직원들을 자르겠다고 한다”며 “A캐피탈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모펀드는 또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하고 짧게 운영하다 직원들 자르고 매각하는 짓거리를 되풀이 할 것”이라며 투쟁하겠다고 전했다.

개처럼 충성했어야 했나 자책도 했다던 조합원 강신규 씨는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개처럼 굴지 않겠다”며 “투쟁해서 회사로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리해고자 명단에 오른 21명 조합원의 결의가 대단하다. 희망퇴직 하지 않고 남은 이유가 그 증거라는 게 김상수 지부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