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연구소, 노동의 눈으로 대안을 만들어야”
“금융경제연구소, 노동의 눈으로 대안을 만들어야”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8.10 11:41
  • 수정 2023.08.10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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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채 문제 해결 시급···위기는 가장 약한 계층부터 터져
조혜경 소장, “은행의 미래 모습과 지속가능한 금융 고민”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의 금융경제연구소는 2004년 노동조합이 주체가 돼 금융산업 발전과 국민경제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를 하고, 필요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창립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경제 위기와 급변하는 금융 정책에 대해 노동의 시각에서 진단을 부탁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난 7월 만났다.

- 올 초부터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했는데, 소개 먼저 부탁드린다.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한국에 잠깐 들어왔던 2005년에 금융경제연구소에서 일을 했었다. 금융경제연구소 초창기였는데, 세월이 흘러 그곳의 소장직을 맡게 돼 소회가 남다르다. 금융노조 산하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올해부터 맡고 있고, 비상근직이라 민간 싱크탱크인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에서 연구위원을 겸하고 있다.

-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과 금융산업 정책에 점수를 준다면?

점수를 매기려면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 물론 윤석열 정부에 좋은 점수를 줄 순 없지만 직전 문재인 정부와 비교를 해보면 도토리 키 재기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소득 주도 성장’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부채 주도 성장’이었다. 부채는 영원히 증가할 수 없고, 결국에 갚아야 하는 돈이다. 그래서 문 정부 때의 부채 주도 성장이 지금 한국 경제 숨통을 조이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 어려움을 빠져나오려는 움직임이 있나 봤더니 전혀 아니다. 어려운 과제라서 관계 부처와 기관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부채 주도 성장이라는 궤도를 따라가려 한다. 경제 위기에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 토목과 부동산이다. 아직 부동산 거품이 남아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집을 사도 된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다양한 징후들로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채권시장 신용경색이 일어났고, 정부는 국민연금과 중앙은행을 동원해 간신히 틀어막고 있는 상태이다. 부동산PF 문제도 심각하다. 결국 위기는 금융의 가장 약한 고리에서부터 터질 거라고 본다.

-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국면과 저성장 속에서 한국 경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 경제가 고민해야 할 지점을 하나 꼽는다면?

결국 국가 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건설업계가 위험관리에 실패한 것은 건설업계가 책임지게 해야 하는데, 그들 대신 세금을 뿌려가며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형태인 것이다. 부실이 터지는 걸 돈으로 막을 것이 아니라, 부실을 어떻게 잘 정리해서 이전과 같은 환경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예산이 들어간다면 어떻게 최소화할지 고민해야 하고, 또 어떻게 제대로 회수할지에 대한 방안도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금융산업 변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이다. 전 세계 은행들이 안고 있는 큰 숙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숙제는 은행의 사업 모델화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은행의 미래 사업 모델은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시중은행부터 상호금융, 인터넷전문은행 등 여러 형태의 은행이 있지만, 대부분 개인 대출, 부동산 대출, 부동산PF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은행 규모가 크든 작든 사업 모델이 같다는 뜻이다. 결국 핵심은 은행들이 앞으로 무엇으로 어떻게 수익을 내야 할지가 중요한데, 디지털 전환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금융경제연구소 하반기 주요 연구 과제에 대해 소개해달라.

앞으로 금융시장에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현안에 대해 더욱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소장으로 있는 동안 연구해보고 싶은 과제들도 있다. 첫 번째는 은행의 미래 모습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도전에 점포가 사라지고 온라인 은행만 남는 건지, 고용과 영업 방식은 어떻게 될지 등을 연구해 보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속가능한 금융이다. 사회적, 경제적,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금융의 역할과 모습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크다.

- 경제, 금융산업, 금융노동운동 등에서 노동조합이 주체가 된 연구와 대안 마련을 한다는 창립 당시 목표와 더불어 앞으로 금융경제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안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몇 분야에서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첫 번째는 금융격차가 자산 불평등, 소득 불평등을 키우는 것에 대한 대책이다. 한국은 어딜 가도 은행이 있고 은행 계좌를 만드는데 큰 제약이 없다. 이는 금융 접근성 측면에서 큰 격차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각 개인별, 사업체별 등의 금리와 수수료에 대한 격차는 큰 편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이자가 크다. 은행의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의 공공적 역할로 봤을 땐 해당 내용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높은 신용등급으로 낮은 이자에 돈을 왕창 끌어다 투자해서 돈을 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지속가능한 금융의 맥락과도 닿아있다. 이런 부분에서 생기는 불평등 문제에 어떻게 개입할지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배구조 문제다.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권한과 책임이 분리되는 문제, 은행 내부에서의 지배구조 문제 두 가지를 동시에 같이 봐야 한다. 세 번째는 금융감독 시스템 개혁이다. 금융소비자를 희생시키고 산업 민원만 받아주는 형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 금융경제연구소는 노동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소들과는 색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다. 거기에 금융소비자의 관점도 균형 있게 가져가기 때문에 신선한 대안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