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존중 사회를 위해 어떻게 법을 활용할까”
“노동 존중 사회를 위해 어떻게 법을 활용할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8.10 11:41
  • 수정 2023.08.1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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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상상력과 적극적인 자세가 법률전문가에게도 필요
이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장, “공공성이 적극 고려되는 사회”
이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석 변호사는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원장으로 올해 취임하고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건넬 때 투쟁하는 이석이라고 한다. 농담도 섞여 있다지만, 한편으론 진지하다.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 공공성이 적극 고려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을 무기로 투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그를 만나 노동조합 속 법률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11년에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이 개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개원 배경은?

제가 2014년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 들어왔다.(웃음) 공공운수노조(산별노조)로 전환되기 전 공공연맹 시절 노무사들로 구성된 법률지원센터가 있었지만,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분쟁이 종결되지 않아 법원으로 갈 때 외부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변호사 강제주의가 적용되는 헌법재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2011년 7월 법률원을 개원해 법규 지원 역량과 법적 분쟁 대응력을 높였다.

- 현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규모와 구성은 어떻게 되나?

2011년 출범 당시 변호사 2명, 노무사 3명, 송무 지원 1명 규모로 출발했다. 이후 인력 충원을 거듭해 2023년 현재 변호사 15명, 노무사 10명, 송무 직원 5명으로 총 30명의 구성원이 일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이 하고 있는 일을 소개 부탁한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접할 수 있는 모든 수준의 법률문제에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개입하고 있다. ‘노동’이 연관되는 사건이라면 민사, 형사, 행정, 헌법 소송은 물론 노동위원회 대응, 국제노동기구(ILO) 대응 등 모든 유형의 쟁송을 한다. 의뢰인이 요청하는 특정 사안 해결을 넘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법을 활용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이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80여 개 단위 조직과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해 상시 법률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 대상 법률상담과 입법안 마련, 입법의견서 작성 같은 입법운동과 토론회, 기자회견, 언론대응 사업도 진행하고, 각종 책자나 연구보고서도 발간한다.

- 공공운수사회서비스라는 산업·업종 특성에 따라 집중되는 영역이 있나?

넓게 보면 다른 산별과 주요한 차이점은 ‘공공성’이라는 테마다. 공공운수노조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법적 대응 논리나 입법 연구의 바탕에 ‘공공성’을 항상 생각한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 때 성과연봉제 시행은 당연히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소지가 있으니까 노동법적 쟁점으로 충분히 다툴 수 있었다. 거기에 높은 비중으로 같이 주장했던 것이 공공성 측면이다. 과연 공공기관에서 효율성과 성과 평가 등이 강조되는 것이 맞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 2014년부터 10년 가까이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에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노동환경이 나와 노동조합의 가치관에 맞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낄 때다. 예를 들어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아니지만, 공무직 조례 제정을 통해서 이름도 없이 그때 그때 다른 이름으로 불렸던 이들이 공무직으로 불릴 수 있게 됐다. 만감이 교차했다. 또 법제도 개선이나 판례 변경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치열한 현장투쟁에 법률원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순간에는 노동조합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 산별노조 법률원이 총연맹 법률원과 다른 점, 다른 의미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차이는 없지만, 현장과 밀접한 소통에서 산별노조 법률원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리적으로 산별노조 사무처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으니 정형화된 상담이나 회의가 아니더라도 오며 가며 의견을 나눌 수 있다. 그러면서 법률적인 관점에 갇혀 해당 사안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사태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수동적으로 사안을 의뢰받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조합과 머리를 맞대고 초기부터 고민하며 대응을 기획할 수도 있다.

-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활동과 운영에서 고민 지점은 무엇인가?

법 자체가 태생적으로 어느 정도는 기득권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고, 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더디게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법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현실이 그렇고, 플랫폼노동자들도 그렇다. 거기에 법치를 강조하는 이번 정부의 행태를 지켜보며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들이 더 많아졌다. 운영에서는 항상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구성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제공하고 재충전의 여건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런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 산별노조 법률원으로 기존의 목표와 함께 좀 더 해나가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노동조합 안팎에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공공성이 적극적으로 고려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법을 무기로 투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되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 법률전문가로 송무, 자문 역량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금융노조 법률원이 7월에 개원했다. 같은 산별노조 법률원으로 응원의 한 마디 보내달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때로는 협업하고, 때로는 경쟁하기도 하는 동료이자 동지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번 정권에서 노동법률가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런 일들에는 상상력 발휘가 중요하다고 본다. 더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이 모인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많은 현장에서 만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