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디네트웍스, 부당해고 판정···“해고자 선정 기준 불공정”
씨디네트웍스, 부당해고 판정···“해고자 선정 기준 불공정”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8.17 10:04
  • 수정 2023.08.17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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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중에 신규채용···서울지노위 “정리해고 회피 노력 불충분”
부당해고 당사자 “노조 탄압 멈추고 노조와 경영 정상화 노력해야”
화섬식품노조가 1월 16일 씨디네트웍스 본사 앞에서 씨디네트웍스의 고용안정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 화섬식품노조 씨디네트웍스지회
화섬식품노조가 지난 1월 16일 서울 중구 씨디네트웍스 본사 앞에서 씨디네트웍스 노동자 고용안정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화섬식품노조 씨디네트웍스지회

글로벌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업체인 씨디네트웍스의 노동조합 간부가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정리해고 과정 전반에서 위법하고 불합리한 행위를 사측에서 저질렀다는 게 판정의 요지다.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씨디네트웍스지회의 석영선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서울지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판정서를 받았다. 서울지노위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씨디네트웍스가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해 충분하고도 적절한 노력을 했다거나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보이지 않고, 근로자대표와 협의 절차 없이 한 해고”라며 “근로기준법 24조에서 정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24조에 따라 사용자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해고 대상자를 정해야 한다. 해고 회피 노력과 해고자 선정 기준 등에 대해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석영선 사무국장 측은 씨디네트웍스가 이를 모두 어겼다고 주장했고, 이를 서울지노위는 인정했다.

씨디네트웍스지회에 따르면 씨디네트웍스는 2017년 중국 1위 CDN 기업인 왕쑤커지에 매각된 이후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6년 말 248명이던 노동자 수는 현재 5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올해 1월에도 씨디네트웍스는 노동자 17명에게 권고사직·희망퇴직을 요구했다. 이 중 16명이 씨디네트웍스지회 조합원이었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사람 중 한 명인 석영선 사무국장은 회사로부터 지난 2월 1일 서면으로 “경영 악화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해고통보를 받았다. 씨디네트웍스지회는 “노조 탄압을 위한 표적 해고”라며 반발했다. 석영선 사무국장은 화섬식품노조를 통해 지난 4월 19일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구체적으로 서울지노위는 씨디네트웍스가 최근 2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더라도 ▲2019년부터 계속 신규채용을 진행 중이고 ▲고용유지를 위한 직무전환 등에 소홀했으며 ▲임금 동결·삭감 등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흔적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직률이 비교적 높은 IT업계 특성과 급격한 인력감소를 겪은 회사 사정을 고려할 때 자연 감소 가능성이 큰데도 석영선 사무국장을 해고한 것은 타당치 않다고 밝혔다.

또 서울지노위는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에 대해선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봤다. 씨디네트웍스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와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정리해고자 선정 기준을 마련했을뿐더러, 유독 사측에서 정한 정리해고자 선정 요소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사측이 내세운 노사협의회 노동자위원(근로자위원)은 근로자대표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선 그었다. 서울지노위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은 스스로 근로자대표로서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 사건 회사 근로자들이 이들을 근로자대표로 추인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며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정리해고에 있어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씨디네트웍스는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석영선 사무국장을 이전 업무로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씨디네트웍스가 지노위의 판정에 불복할 경우 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해야 한다.

석영선 사무국장은 “중국 모회사 왕수커지와 리안밍 씨디네트웍스 한국법인 대표는 글로벌 CDN 업체 2위였던 씨디네트웍스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노조 탄압을 멈추고 한국 정세를 잘 아는 노조와 함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