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민원대응팀 설치? “교육공무직에 업무 떠넘기기”
교내 민원대응팀 설치? “교육공무직에 업무 떠넘기기”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8.18 12:27
  • 수정 2023.08.18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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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교육부, 악성 민원 대응 위해 교육공무직 등 포함한 교내 민원대응팀 설치 계획 발표
교육공무직본부 “교육공무직도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교육행정·교육복지 주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긴급 실태조사 결과 및 민원 고충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긴급 실태조사 결과 및 민원 고충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교육부가 교육공무직 등을 포함한 학교 내 민원대응팀을 만들겠다고 밝히자 교육공무직들이 “악성 민원 대응 업무를 교사에서 교육공무직으로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본부장 이윤희)는 17일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 2층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14일 교육부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발표하며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을 만들어 학교 민원창구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원대응팀은 교감,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로 구성된다. 학교로 오는 모든 민원을 교원 개인이 아닌 기관이 대응하는 체제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교육공무직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공무직과 단 한 차례의 협의도 없이 발표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교육공무직도 교육행정 또는 교육복지서비스 주체로서 교사들과 같이 악성 민원과 관련된 보호 대책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687명 중 61.4%가 악성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발표했다.

기자간담회에서 20년 이상 교무실무사로 일하는 A씨는 지금까지 10여 년째 악성 민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한 민원인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하라’며 항의 전화를 반복했다. ‘대답 똑바로 못하면 처벌 받을 각오하라’ 등의 모욕적인 폭언도 했다”며 “해당 민원인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무고죄로 실형을 받았다. 그러나 출소 후에도 지속적으로 저를 상대로 민원 및 고소·고발을 진행 중”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악성 민원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산재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오롯이 개인이 악성 민원인을 대응하고 있다”며 “교육공무직도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교직원이다.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부가 내놓은 대안인 민원대응팀은 업무를 지시하는 지위의 교감, 행정실장 등 관리자를 제외하면 교육공무직이 실질적 전담자로서 민원을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든 교육공무직이든 하위직 개인이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상급기관인 교육지원청이나 교육청에서 항의성 민원을 처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민원 대응 업무로 인한 소송 발생 시 법률 지원 방안 등의 대책 마련도 요구된다”고 했다.

김한올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오는 22일까지 교육부 교원정책과와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공무직본부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전달할 것”이라며 “교육공무직 처우와 관련된 사안은 공식적으로 교섭을 통해서 협의할 계획이다. 교섭을 통해 해결이 안 된다면 쟁위행위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긴급 실태조사 결과 및 민원 고충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교육공무직 악성 민원 긴급 실태조사 결과 및 민원 고충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