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을 120만으로 둔갑···“경찰, 구속영장 말고 소설 썼다”
7만을 120만으로 둔갑···“경찰, 구속영장 말고 소설 썼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8.18 17:55
  • 수정 2023.08.18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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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민주노총 사업을 건설노조 사업으로 왜곡해
​​​​​​​공무집행방해에 난데없이 조합원 현황···그마저도 틀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조합원 구속수감 규탄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조합원 구속 수감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경찰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 조합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이 주관한 사업을 건설노조에서 계획한 것으로 언급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경찰은 다르게 명시했다고 노동계는 밝혔다. 특별단속 기간 종료 직전 실적을 쌓기 위한 의도적 왜곡이란 의혹마저 나온다.

민주노총은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건설노조 조합원 구속 수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민주노총 24기 중앙통일선봉대는 일주일간 전국을 순회를 마무리하는 해단식을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해단식 이후 통일선봉대는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으로 이동했다. 이를 경찰은 ‘미신고 집회’로 판단해 강제 해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양측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 ‘NO! 일본 핵오염수’ 손현수막을 펼친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통일위원장 겸임)을 비롯한 4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금속노조 조합원 2명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받은 뒤 지난 13일 석방됐고,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조합원 2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됐다.

민주노총과 건설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민주노총 통일위원회에서 24년째 주관해 온 중앙통일선봉대를 건설노조에서 조직한 것으로 규정하고, 지난 12일 중앙통일선봉대 해단식도 건설노조에서 기획한 것으로 봤다. 구속된 건설노조 조합원 중 1명은 중앙통일선봉대 대원이 아닌데도 중앙통일선봉대 대원으로 명시했다. 또 건설노조 조합원 수를 120만 명으로 밝혔는데, 이는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다. 건설노조의 조합원 수는 약 7만 명 수준이다. 김은형 부위원장은 “통일위원장인 제가 금속노조 조합원인데, 매년 통일위원장이 조직하는 중앙통일선봉대를 건설노조에서 만들었다는 건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아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조합원 구속수감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조합원 구속 수감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조승준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법규부장은 “구속영장 내용이 소설과 다름없다는 걸 (건설노조가)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구속영장 신청 내용을 보면 건설노조에 관한 내용이 많다. 해단식 당일과 무관한 건설노조 조직 현황이 담겨있고, 해단식 자체를 건설노조가 조직적·계획적으로 진행한 것처럼 검찰과 경찰은 주장한다”며 “중앙통일선봉대 활동을 건설노조와 연관 지으려는 상황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직업 미상으로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을 신청했지만 구속된 조합원은 분명한 건설노동자다. 이를 증명할 근로계약서, 현장소장 탄원서, 4대보험 증명서까지 제공했음에도 (법원은) 직업 미상에 따른 도주 우려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특진을 목표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철한 중앙통일선봉대 집행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동자와 전쟁을 선포한 뒤에도 건설노동자 체포 실적을 내지 못한 성동경찰서가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해단식이 진행된 12일은 250일간의 건설현장 특별단속이 끝나기 하루 전이다. 경찰청은 이 기간에 실적을 낸 경찰에 대한 특진을 약속·이행한 바 있다.

한편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참여와혁신>과 통화에서 “(구속영장 신청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용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법정에서 다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