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개편이 구조조정 서막 아니었으면 한다”
“조직 개편이 구조조정 서막 아니었으면 한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8.22 10:12
  • 수정 2023.08.22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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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11개 지역단 4개 지점 → 10개 지점으로 조직 개편
현대카드지부, “구조조정, 노동조합 힘 빼기 말고 전출 직원 보듬어야”
[인터뷰] 김영주 사무금융노조 현대카드지부 지부장
아침 출근길 조직 개편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는 사무금융노조 현대카드지부 ⓒ 사무금융노조 현대카드지부

최근 현대카드에 조직 개편이 진행됐다. GPCC(범용신용카드) 본부의 11개 지역단, 4개 지점을 10개 지점으로 통폐합해 운영한다. 이에 사무금융노조 현대카드지부는 항의 중이다. 조직 개편으로 48명의 직원이 연고지를 바꿔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서막이 아닌가라는 불안감도 있다. 2019년 조직 개편에서 400여 명의 직원이 일터를 떠난 것을 옆에서 봐왔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김영주 사무금융노조 현대카드지부 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아침마다 조직개편 항의를 위해 본사 앞에서 출근시간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기에 피켓 시위를 하는가?

지난 14일자로 조직폐쇄가 됐고, 폐쇄된 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갔다. GPCC(범용신용카드) 본부 밑에 11개 지역단, 4개 지점으로 운영되던 조직을 10개 지점으로 통폐합했다. 2개 지역단을 통합하고, 3개 지점을 없앴다. 그리고 지역단을 지점으로 강등해 10개 지점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전국적으로 48명의 직원이 연고지를 바꿔 다른 곳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7월에 조직 폐쇄 관련 회의를 회사와 했다. 대표도 만나서 안 된다는 노동조합의 입장을 밝혔는데, 급작스럽게 강행된 것이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항의 중이다.

- 전출 직원들의 목소리는?

대화를 해보면 어쩔 수 없이 옮긴 거다. 불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

- 이러한 조직 변경과 전출로 우려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구조조정의 시작인가라는 불안감으로 직원들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카드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비슷한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불안해한다. 2019년 4개 지역단 35개 지점이 11개 지역단 4개 지점으로 통폐합되면서 400여 명이 현대카드를 떠났다. 당시 통폐합 대상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제시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서울로 올라갈래, 아니면 희망퇴직 할래. 지역에 이미 정주하고 가정을 꾸린 사람들은 떠나기 힘들었다. 가족과 떨어져 당분간 지내다 못 버텨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이번에는 희망퇴직은 없지만 비슷하다는 거다. 그리고 이걸 시작으로 구조조정이 전체로 번지나하며 직원들이 불안한 상태다.

김영주 사무금융노조 현대카드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영주 사무금융노조 현대카드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이번 전출 48명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 노동자들인가?

48명 중 23명이 ‘Admin’이라고 쉽게 이야기해서 지점에서 총무를 보는 관리직원이다. 대부분 여성노동자다. 그래서 지역에 있는 Admin 직원들은 가정과 아이들 때문에 더 이동하길 어려워한다. 48명 중 10명은 거점장이라고 지점장의 개념이고, 세일즈 매니저라 불리는 ‘SM’이 15명이다. 카드모집인을 뽑고, 이들 교육을 하는 일들을 하는 직원들이다. 대면 카드 영업, 즉 현장이라 불리는 곳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회사가 노동조합 힘 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올해 3월 우리 지부가 과반노조가 됐다. 2,000여 명 전체 직원에서 조합원 1,000여 명 정도로 50%를 넘겼는데, 1,000여 명의 90%가 현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이다. 그래서 노동조합 힘 빼기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거다.

- 향후 노동조합의 계획은?

현재 피켓 시위는 계속하고 있고 이후에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회사가 어떻게 안심시킬지가 투쟁 수위를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단체협약에 고용안정에 대한 부분을 넣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올해가 단체협약을 갱신하는 해여서 해당 부분을 현재 회사와 교섭 중이다.

- 비대면 영업의 활성화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산업 전환의 흐름인데, 여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고민은?

노동조합은 직원들의 고용안정이 최우선이다. 빅테크, 핀테크 등 카드산업에 변화 바람이 불면서 다른 카드사를 봤더니 고용 조정이 거의 없다. 만약 지점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직무를 만들어 원래 근무하고 있는 곳 근처 지역으로 전환 배치한다. 고용안정이 최우선이고 피치 못할 전환에서는 고용을 조정하지 않는 방향에서 대안을 회사와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론 노동강도를 보면 조직을 개편하면서 현장 직원들(지점장, SM, Admin 등)의 인원을 줄일 만한 수준도 아니라고 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세 가지다. 첫째로는 계속 이야기하지만 현대카드 구조조정의 서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둘째는 회사의 이번 조직 폐쇄 저의가 노동조합 탄압이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론 인사 발령 명령이라지만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직원들을 회사가 따뜻하게 보듬었으면 좋겠다.

한편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오프라인 모집 축소에 따른 모집인 감소의 후속 조치로, 지점 개편 취지를 현장 직원들에게 상세히 안내했고 최대한 직원들의 니즈를 반영해 근무지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맥킨지 컨설팅에서 300명 인력 감축 이야기가 나왔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현대카드는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을 위해 맥킨지 컨설팅을 받고 있으며, 300명 인력 감축은 사실무근”이라 전했다.